[최종찬 칼럼] 원가가 가격을 결정하는가?
[최종찬 칼럼] 원가가 가격을 결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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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서비스의 가격이 원가+적정이윤이라면 수요·공급 법칙 등한시...장기적으로 가격안정을 저해
원가공개와 가격규제는 원가를 절감하거나 제품을 혁신할 인센티브 없어져
혁신보다 가격규제를 피하는데 치중...결국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조장
물가안정은 기본적으로 금리나 통화량 조절, 재정긴축 등 거시정책 조정해야
최종찬 객원 칼럼니스트

최근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면 시민단체 등이 가격안정대책으로 원가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도 원가공개를 지지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  통신요금 원가,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의 닭값 원가공개 등이  대표적 예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배경은 정부가 가격규제하기를 원하는데 처음부터 가격규제를  요구 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배치된다고 생각하여 일단 원가공개부터 요구하고 그 후 이윤이 많다고 생각되면 가격 규제를 요구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주장이나 투명성 제고라는 면에서 가격규제를 하라는 것보다는 훨씬 명분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원가공개 다음 단계는 가격규제임으로 원가공개요구는 가격규제요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많은 국민들은 원가공개를 한 후 기업이 과도한 이윤을 챙긴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가격규제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은 경제의식은 과연 합리적이고 문제가 없는 것인가? 우리나라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 대부분의 국민이 고졸이상의 학력을 갖고 고졸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경제 원리는 모두 배웠다. 그런데 모든 경제교과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 원가+적정이윤이라고 하는 경우은 없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많은 국민이 가격이 원가+적정이윤이라고 믿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격이 원가+적정이윤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것이 무슨 큰 문제인가 할지 모르나 이와 같은 기본적인 경제인식의 왜곡이 국민생활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원가+적정이윤이라고 믿으면 이윤 규제에 집중하여 수요와 공급의 조절을 통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는 기본원리를 등한시 하여 장기적으로 가격안정을 저해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고품질 새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데 이를 규제하면 향후 고품질 아파트 공급은 부족하여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다. 또한 어떤 제품이나 가격이 오르면 수시로 정부에 원가공개와 가격규제를 하라고 요구 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기업은 원가를 절감하거나 제품을 혁신할 인센티브가 없어진다. 원가 절감을 하면 가격을 그만큼 낮추라 하는데 왜 원가를 낮추겠는가? 예컨대 아파트 분양가를 허가할 때 적정이윤을 10% 인정할 경우 평당 분양원가가 1000만원이면 100만원의 이익을 보게되고 분양원가가 2000만원이면 200만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 이 경우 분양원가가 낮을수록 이익도 적어진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나아져도 원가가 안 올라가면 가격도 더 못 받아  혁신할 인센티브가 없다. 이것은 더 나아가 기업의욕 자체를 저해한다. 기업가는 많은 위험 부담을 갖고 투자를 한다. 그런데 가격규제를 할 경우 모든 여건이 좋아 잘되면 적정이윤(10~15%)만 번다. 그런데 불황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어 손해를 볼 경우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 도산하게 된다. 예컨대 아파트 건설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전 분양가  분양가 규제 등으로 건설회사의 이윤을 규제했는데 금융위기로 수요가 부진하자 수  많은 건설회사가 도산하였다. 잘되면 적정이윤, 잘못되면 무한책임은 기업의욕을 저해한다. 

또 다른 부작용은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조장한다.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원가절감이나 제품혁신에 노력하기 보다는 공무원의 가격규제를 피하는데 노력하게 된다. 원가를 실제보다 높게 책정하여 비싼 가격을 허가받으려 공무원에게 로비를 하게 될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평소에 익숙지도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원가를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는가? 기업이 제출한 자료에 의존하게 되고 전문성도 없어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물가안정을 위해 원가공개와 가격규제는 해서는 안 되는가? 기본적으로는 금리나 통화량 조절, 재정긴축 등 거시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또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공급확대와 수요축소를 추진할수 있다. 공급확대를 위해서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 촉진, 수입확대 등을 추진한다. 경쟁을 회피하기위한 담합등을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독과점 등으로 다른 유효한 수급조절 정책이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가격규제는 필요하다. 전기요금이나 고속도로 통행료같이 독점인 경우 정부의 가격규제는 불가피 하다. 그러나 치킨가격과 같이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에서는 정부가 가격규제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정부가 규제를 할 경우에도 원가공개는 영업비밀 공개 등 부작용이 우려됨으로 신중해야 한다. 시장기능이 완벽한 것이 아니지만  어설픈 정부개입의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국민이 시장기능의 신뢰 없이 불합리한 정부 규제를  요구하는 한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경제 활성화는 어렵게 된다.

최종찬 객원 칼럼니스트(전 건설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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