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권고는 '권고적 효력'만 지녀 강제력 없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구제 결정을 통해 정의기억연대 측 ‘수요시위’를 우선해 보호해 줄 것 등을 경찰에 권고한 가운데, 결정이 나온 후 첫 ‘수요시위’가 19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지역에서 진행됐다.
함박눈이 내린 이날 정의기억연대는 ‘수요시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반대 집회 주최 측에 시간과 장소를 달리할 것을 적극 권유할 것’을 권고한 인권위 긴급구제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를 열지 못했다.
인권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이 순수하게 ‘권고적 효력’만 지니므로 ‘공권력 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서울 종로경찰서에는 인권위의 권고 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없고, 또, 설사 종로경찰서가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정의기억연대 ‘반대 집회’ 주최 측에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줄 것을 권유한다고 하더라도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의 집회 개최 선순위를 점하고 있는 ‘반대 집회’ 주최 측이 경찰의 권유를 듣지 않으면 경찰로서도 달리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기억연대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5개 시민단체는 ‘수요시위’가 ‘반대 단체’들의 방해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음에도 경찰이 집회 보호 임무를 방기(放棄)하고 있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17일 긴급구제 결정을 통해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도록 반대 단체에 집회 개최 시간과 장소를 달리할 것을 적극 권유할 것’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수요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해당 행위에 대해 중지 권유 또는 경고를 할 것’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수요시위 참가자들의 처벌 요구가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해당 행위들을 제지하고 수사할 것’ 등을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자유연대·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정의기억연대 ‘반대 집회’ 주최 측에 인권위 권고 사항을 이행케 할 권한이 경찰에 없음에도 인권위가 그같은 결정을 해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인권위 관계자들은 긴급구제 권고 사항이 이행됐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수요시위’ 현장을 찾았다.
경찰은 이날 100여명의 경력을 동원, 정의기억연대, 자유연대, 반일행동 등 ‘일본군 위안부’ 동상 주위에서 진행된 집회 주최 단체 간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비를 강화했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도 경찰 방송 차량을 통해 “불법행위들은 채증해 사후적으로 사법 처리하겠다” 등의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정의기억연대 ‘반대 집회’ 주최 측이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의 집회 개최 선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정의기억연대가 바라는 바와 같이 ‘수요시위’가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열리게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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