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팬카페'(건사랑) 화면 캡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회원 수가 200여명에 불과했던 '김건희 여사 팬카페'(건사랑) 회원 수가 2만5천명을 넘어섰다. 사적인 대화 유출이 오히려 김씨의 솔직하고 당당한 면까지 보여주며 '걸크러쉬'라는 이미지까지 생겼다. '쥴리 의혹' 등 세간에 불거진 의혹들이 오히려 풀리는 계기로 작용했고, 나아가 문제로 지적됐던 "원래 우리는 좌파였다", "남편이 노무현 연설 외울 정도" 등의 발언은 오히려 중도층을 끌어들인 결과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오후 1시 기준 건사랑 카페 회원 수는 2만6479명에 이른다. 지난달 19일 생성된 이 카페는 지난 16일까지 회원 수 200여명에 그쳤으나, 17일 녹취록이 나온 뒤 대중의 관심이 폭증했다. 새로 가입한 이들은 "아는 사람이랑 전화로 수다 떨면서 저 정도 말도 못하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사적인 대화라 생각했던 발언이니 국민께서 감안해서 평가할 것" "후보자의 배우자가 그렇게까지 문제 될 표현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개인적 사견을 얘기한 것"이라며 녹취 내용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세간의 의혹이 풀리는 계기로 작용하는 등 김 씨에 대한 호감도만 커진 모양새다.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김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촬영기사 이명수 씨와의 통화 내용은 '무속인설' '접대부 쥴리설' '검사 동거설' 등에 대한 루머가 루머에 그쳤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김 씨는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시끄럽고 그런 데를 싫어하거든" "그런 시간에 난 차라리 책 읽고,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등의 발언을 했고, "우리는 그렇게 무속인 안 만나. 내가 더 세기 때문"이라는 김 씨의 발언도 오히려 무속인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친이재명 성향의 커뮤니티에서조차 "쥴리 아니라는 설득력을 오히려 강화시켜줬다", "이 방송으로 쥴리가 아닌 건 확실해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에 일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은 '스트레이트' 시청자 게시판에 '김건희 해명방송이냐'는 항의 글을 쏟아내기도 했다. 

2030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선 김건희 씨와 윤 후보와의 부부 관계에 대한 내용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윤석열 후보가) 퐁퐁남이셨네", "아내한테 잘해주는 스윗남",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풀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이재명 후보와 비교 대상으로 놓으며 윤 후보가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텐팬에 계란말이를 만든 모습에 "살림도 잘하고 말 잘듣는 윤 후보가 더 낫다"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오히려 중도층에 대한 어필로 작용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씨는 "나는 노무현에 대해서 되게 잘 알거든. 우리 남편 노무현 연설 외울 정도거든? 진짜. 누구보다도 정말 좋아했어"라고 말하며 윤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이 진심이었음을 확인시켜줬다.

녹취록은 당초 윤 후보의 지지율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이재명 후보를 앞서거나 그대로일 뿐더러, 김건희 씨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도만 올려놓은 결과를 낳았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로도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1월 16일 방송에서 공개된 김건희 녹취 파일로 인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 변화가 있나'라고 물은 결과,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78.6%에 달했다.

한편 긍정적인 여론 반응에도 윤 후보는 18일 아내의 통화 내용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윤 후보는 "어찌 됐든 많은 분들한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저도 (아내의 통화가) 잘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좀 있다. 사적인 그런 대화를 뭘 그렇게 오래 했는지"라고 밝혔다.

'녹취록 파장'이 쉽게 진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 측에선 일제히 '최순실 이미지 덧씌우기'에 나섰다.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캠프 구성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본인이 인정했다"며 "최순실(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최순실 시즌2 아니냐"고 비판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보수정당이 다시 한 여인에 의해 완벽하게 접수돼 선거를 조종당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를 커튼 뒤에서 은근히 조종하는 김건희씨가 마구 내지르는 최순실에 비해 훨씬 영악하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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