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사보도 ‘스트레이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방송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사적인 대화 내용을 방송한 것에 대한 언론의 윤리는 차치하고라도, 공영방송인 MBC가 굳이 대선판에서 편가르기에 뛰어드는 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김건희 씨 녹음 파일 관련 방송 화면. [사진=MBC 캡처]
지난 16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김건희 씨 녹음 파일 관련 방송 화면. [사진=MBC 캡처]

MBC와 서울의소리 측은 ‘야당 대선후보와 배우자에 대한 검증 차원의 공익적 보도’라는 점을 들며, 보도 자체를 정당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계적인 균형 차원에서 ‘여당 후보와 그 배우자에 대한 검증’도 행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자질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욕설 논란’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방송을 거부하고 있어, 공정성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진보성향 강준만 교수, ‘대장동’은 건너뛰고 ‘김건희 녹취록’ 하청 방송한 MBC에 직격탄

진보성향 지식인으로 꼽히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18일 MBC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아내 김건희씨 통화 녹음 파일을 방송한 것에 대해 “선택적 공익”이라고 비판했다.

강 명예교수는 ‘MBC, 이게 방송 민주화인가?’라는 제목의 중부일보 칼럼에서 “방송민주화는 진보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수는 반드시 이겨야 하거나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의 중부일보 칼럼. [사진=중부일보 캡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의 중부일보 칼럼. [사진=중부일보 캡처]

그러면서 “공익적 가치가 매우 높은 ‘대장동 사태’에 대해선 그런 열의를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편들기’가 아니라 해당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차원에서 보도를 했다고 스스로 정당화하는 MBC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 교수는 “조국 사태에서도 어느 한쪽의 공익만 보았지 생각을 달리하는 쪽이 말하는 공익은 외면했던 것 같다”며 “이른바 ‘선택적 공익’은 피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강 명예교수는 연이어 ‘선택적 공익’을 위해 보도를 한 MBC를 향해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시사한다’는 말로 직격했다. 유튜브 매체인 ‘서울의소리’가 녹음한 7시간여 분량의 녹음 파일을 건네받아 보도한 것을 두고 “유튜브에 압도당하는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시사하는 상징적 사건인가?”라며 “MBC가 지상파의 자존심을 버리고, 작은 유튜브 채널의 ‘하청’ 역할을 맡았다”고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일부만 인용한 것을 두고서도 강 교수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전억제(prior restraint)’는 언론 자유를 해칠 수 있으므로 법원이 가급적 언론의 손을 들어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건 언론사 자체 취재 기사일 경우다. MBC는 사실상 편집과 배포의 역할만 맡았을 뿐, 알맹이인 녹취록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로부터 건네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진보성향 지식인답게 “‘김건희 녹취록’ 논란은 김건희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관심을 갖는 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연이어 “MBC가 아니어도 녹취록 방송은 어차피 다른 매체들에 의해 이루어질 텐데 왜 굳이 공영방송이 ‘두 개로 쪼개진’ 공론장의 한복판에 사실상 어느 한 쪽을 편드는 역할로 뛰어들어야 한단 말인가?”라며 “이게 6년 전 MBC 기자들이 그토록 울부짖었던 방송민주화인가?”라고 비판했다.

직장인 블라인드 앱, “MBC가 언론 윤리 깼으니 이제 이재명 형수 욕설 육성도 공중파에 나올 것”

강 교수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중도성향 유권자들도 공감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18일 LG유플러스 직원 A씨가 “강준만, MBC 김건희 보도에 ‘이게 울부짖던 방송민주화냐’” 제하의 기사를 링크했다. 댓글은 공감 일색이었고 좋아요도 많이 달렸다. 삼성엔지니어링 B씨는 “이젠 민주화란 말 들으면 짜증부터 남”이라고 꼬집었고, 스타트업 직원 C씨는 “그들만의 민주화”라고 비판했다.

쿠팡 직원 D씨는 “조선인민민주주의를 숭배하는 민주당 지지자는 자유민주주의가 불편하지”라고 이념적 편향성을 겨냥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직원 E씨는 ‘민주당 밭갈이들 참 멍청한 게’ 제하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E씨는 “김건희 녹취록 까면 이재명 ~찢는다는 녹취록 방송에 안나올거 같냐?”면서 “이제까지 언론에서 방송 안한 이유는 최소한의 언론 윤리는 지켰기 때문이야”라고 주장했다.

“개인 간의 녹음인데다 개인 사생활 관련 문제라 언론 윤리를 지킨 것인데, 이걸 MBC가 깨버렸다”면서 “이제 공중파에서 찢어버린다는 이재명 육성이 나온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사적인 대화를 야당 대선후보의 발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방송을 한 만큼, 공중파가 이재명의 ‘형수 욕설’ 발언을 보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MBC의 녹취록 공개는 윤석열 후보에게 타격 주기 위한 것” 직격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MBC의 보도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MBC가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것은 “윤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내용 전체를 보면 공정성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체적인 (방송) 경위를 보면 윤석열 후보자에 대해 결정적 타격을 주기 위해 이번 방송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후보 검증을 위해 배우자에 대한 검증은 방송 보도로서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당연하다. 검증을 위해 보도한다는 건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면 공정해야 된다. 예를 들어 윤 후보에 대해 이만큼 검증을 했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동일한 시간, 동일한 방법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 후보에 대해 MBC가 검증한 적 있냐”고 반문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후보의 ‘형수 욕설’을 언급하며 “훨씬 더 악랄하고, 온 국민이 경악할 수 있는 그런 음성 파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편파적인 MBC ‘스트레이트’ 기자,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형수 욕설’을 왜 보도?” 반문

전날 같은 방송에서 MBC ‘스트레이트’ 기자는 ‘이재명 후보 형수 욕설도 틀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미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걸 왜 같이 보도해야 하냐”고 답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그 말을 거론하며 “그 말 자체가 편파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새로운 (이 후보 관련) 녹취파일이 나오면 그때는 공개할 생각이냐. 이 후보 인간 됨됨이에 관한 것, 품성에 관한 것, 더 나아가 지도자로서 품격, 나라의 품격과 관련된 아주 극악무도한 욕설 파일이 있다면 MBC가 공개하겠냐”며 MBC가 이 후보의 ‘욕설 녹취’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MBC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녹취 파일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CBS라디오에 출연, MBC의 편파성을 지적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CBS라디오에 출연, MBC의 편파성을 지적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김 원내대표는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 본인의 육성도 틀어야 여야 형평성에 맞는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MBC에 김건희씨 통화 녹음 파일 방송 중단 항의차 MBC를 방문한 길에 해당 파일을 MBC측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런데 MBC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니까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 매우 정치 편향적인 편성"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대선후보 부인은 검증하고 여당 대선후보는 검증 안한다고?

김씨의 녹음 파일을 공개한 MBC ‘스트레이트’ 측은 ‘후보의 배우자는 대통령 당선시 영부인이 될 사람이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이 후보는 (검증 대상이) 배우자가 아니고 후보자 본인”이라고 반박했다. 형과 형수 사이에서의 패륜이 드러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또한 김 원내대표는 MBC측이 이 후보 녹취 파일은 '이미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어떻게 단정해서 이야기하느냐"며 "알지 못하는 국민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새로 나온 사실이 아니면 검증을 안 하느냐. 이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는 처음 나왔다"며 ”당연히 이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것이 앞으로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검증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MBC가 김씨의 '7시간 통화'를 놓고 2탄을 보도할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선 "자꾸 그렇게 편향적 모습 보이면 역풍이 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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