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이냐”
“20대 국회 들어 기업관련 법안 1000여 건 중 690여 건이 규제 법안”
“세계 시장을 내다보면 눈앞이 깜깜하고 여기서 느끼는 무력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출입기자단과 가진 새해 인터뷰에서 국내의 규제 수준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발표한 세계적인 혁신 기업에 한국 기업은 1개도 없었고 중국은 7개나 있었다”며 “정말 신경 써야 될 게 많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하는 규제보다 우리가 더 규제가 많아 불편하다. 특히 새로 생기는 산업이나 중대한 변화에 대해 규제의 벽이 더 많다고 하면 이해가 되겠나”며 규제로 인해 새로운 산업의 성장이 뒤쳐진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690여 건의 규제 법안에 대해 몇 가지 실례를 언급했다. 드론 산업과 관련해서 한국은 무게, 안정성 인증, 비행신고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산업이 발전 할 수 없으며 빅데이터 분야는 세계적으로 공공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지만 한국은 개인 정보 보호 규제로 인해 활용이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이 말한 690여 건의 규제법안들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총 4가지 기준을 통해 분류했다고 밝혔다. ▲등록인허가(사업) 절차의 까다로움 ▲추가적인 세금 부담 ▲기업자율성 침해 ▲시장경제원칙을 훼손하는 법안이다.

대한상의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원격의료법, 행정규제기본법 등과 각종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포함하여 690여 건을 꼽았다고 밝혔다.

국내의 규제로 인해 새로운 산업의 진입 장벽에 대한 평가는 해외에서도 부정적이다. 맥킨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사업모델이 한국에서 사업한다는 가정 하에 원천 불가능한 모델은 13개사 이며 사업 가능한 모델은 43개사 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가 매긴 국가별 진입규제 순위에서 한국은 총 65개국 중 49위에 머물러 새로운 산업에 대한 사업 시도가 힘든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의 규제에 대한 성토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 국의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국내를 비교하여 느끼는 위기감으로 해석된다. 신년 초 박 회장의 규제에 대한 발언은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은 신년 인터뷰에 이어 나온 박용만 회장의 신년사 전문.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국민과 회원사 임직원 여러분들께 평안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지난해는 우리경제에 변화와 회복의 계기를 마련한 한 해였습니다. 국가사회의 균형발전을 위한 개혁들이 힘차게 추진되었고, 경제 성장률도 3년 만에 3%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은 한국경제의 실력을 검증하는 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올 해 선진국 진입의 바로미터인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됩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가 ‘익숙한 방식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까지 올라 왔다고 말씀해주십니다. 대한민국이 성숙한 선진국가로 순항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경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내는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가보지 못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기술변화가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새로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고,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왔습니다. 사회 내 불균형,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문제가 우리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북핵문제, 중동갈등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각되며 위기관리 능력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라는 말을 되새기게 됩니다. 공을 세웠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경제가 과거에 일궈놓은 산물과 질서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극복함으로써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야 합니다.

먼저 ‘협업’을 통해 공동 번영을 모색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협업은 경쟁을 더 잘 하게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게 합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각자의 자산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무인차, 신재생에너지, 빅데이터 등 새로운 산업에서 경쟁을 주도할 뿐 아니라 함께 번영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이 새롭게 일을 벌일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100대 비즈니스 모델 중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절반이상이 시작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체제로 규제시스템을 전환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 정책 자원이 연명기업에 집중되기보다 혁신을 만들어내는 성장기업의 디딤돌이 되도록 재배분돼야 합니다.

경제주체간 ‘신뢰’ 회복도 중요합니다. 구성원들 간 단단한 신뢰 위에서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제들이 이해관계의 허들에 막혀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신뢰를 통한 과감한 양보와 타협으로 신산업의 길을 터주는 여러 법안들이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올 해는 정부, 기업, 온 국민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통과 협력의 성과물로 기대되는 미래의 긍정적 시나리오를 우리사회가 함께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 각 부문의 역할을 하나 둘 시작해 나갔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하나 된 대한민국의 팀플레이를 통해 미래 성장의 초석을 다지고, 올 해가 경제, 사회 선순환 발전의 원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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