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현대산업개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두건의 대형 붕괴사고와 관련, ‘전라디언의 굴레’라는 책을 통해 호남의 정치적 결집과 ‘일당독점(一黨獨占)’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한 모 일간지 광주 주재 조귀동 기자의 분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조 기자는 이 책을 통해 7개월전 발생한 1차 붕괴사고, 즉 무등산아이파크 2차 재개발 사업을 언급한다. 작년 6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9명이 죽고 8명이 다친 현장이다.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공사 현장 붕괴 사고 역시 같은 회사, 현대산업개발이 짓던 건물이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참사의 핵심 원인은 실정법을 위반하고 재재하청을 맡기면서 공사 비용이 최초 수주 금액의 1/까지 줄어드는 구조에 있다. 1차 사고의 경우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건설에, 한솔건설은 백손건설에, 백손건설은 아산개발에 연쇄적으로 하도급을 줬다. 3.3제곱미터에 28만 원이던 해체 공사 비용이 4만 원으로 줄었고 원가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철거를 진행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조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같은 건설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지역의 부패구조도 결합돼 있다.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장 조모씨는 ‘동구의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사람이고, 구청 직원들이 꼼짝 못할 정도로 지역의 실력자였다고 한다. 박모 전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광주 동구 의원에 당선돼 부의장까지 맡았던 사람이다. 2010년에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의원직 박탈됐지만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랬던 사람이 학동 3구역 조합장을 지내다 공사가 끝나자 4구역으로 옮겨와 조합장을 내쫓고 새로 조합장에 당선됐다. 조 기자는 “그가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한 것은 재개발 사업을 매개로 돈줄과 정치적 연줄을 동시에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조씨를 도와 실력 행사를 했던 사람이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을 지낸 문흥식씨로 원래 학동에서 활동하던 건달이었다고 한다. 신양OB파 부두목이었고 학동 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상당한 돈을 벌었는데 철거 업체에게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현대산업개발이 특별히 연고가 없었던 광주에서 대형 사업을 여러 차례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조씨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 기자의 분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조씨의 후원자 역할을 했고 조씨는 정치인과 구청, 폭력조직 등과 연합체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차 붕괴사고에 대한 경찰수사 이후 이 지역의 한 유력 인사는 지역언론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얽히고 설킨 지역의 이권관계를 부분적으로나마 확인하면서 재개발 사업을 지렛대로 지역의 토호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세력과 이를 묵인하고 있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는 그야말로 무기력과 허탈함 그 자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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