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취록' 일부가 세상에 공개된 뒤, 유권자들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길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과 여권 지지자들은 크게 실망한 모습이었다. 야권 내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히려 김씨 덕분에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에서 김건희씨는 솔직함과 입담으로 보수 우파는 물론 여당 지지자들로부터 '걸크러쉬'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캡처]
지난 16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에서 김건희씨는 솔직함과 입담으로 보수 우파는 물론 여당 지지자들로부터 '걸크러쉬'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캡처]

김씨의 솔직함과 입담에 많은 유권자들이 공감하면서, “대선후보를 윤석열에서 김건희로 바꿔야겠다”는 농담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김씨 발언이 여권의 기대만큼 윤석열 후보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때문에 ‘MBC가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김건희 녹취록’ 방송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쳐?...녹취록 제공자 백은종, 오전부터 CBS와 TBS에 번갈아 출연해 ‘MBC 보도’ 비난해

이런 지적에 가장 뼈아픈 사람은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이다. ‘서울의소리’는 백 대표가 운영하는 좌파 유튜브 매체이다. 서울의소리 소속 이명수 기자를 대신해 백 대표는 17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는 전화 인터뷰를,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직접 출연했다.

그는 먼저 진행된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녹취록을 공개한 것을 보면, 중요한 대목들을 빼고 내보냈다. 법원의 판결 때문에 그랬는지, MBC가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랬는지”라며 “전체 맥락이 잘 전달된 게 아니라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그 부분을 왜 뺐는지 의아하다. 괜히 MBC 측에 줬나? 이런 생각도 든다”고 당혹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MBC가 그렇게 보도를 했더라도 걱정하지 않고, SNS나 유튜브를 통해서 천천히 (전부 다) 보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작을 했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진실이 의도된 대로 잘 공개되도록 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김건희 녹취록'을 MBC 측에 제공한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 MBC측의 방송 내용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김건희 녹취록'을 MBC 측에 제공한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 MBC측의 방송 내용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백 대표가 김현정의 뉴스쇼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MBC 방송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부분은 3가지 정도이다.

① "우리라니, 김건희가 검찰총장?"

백 대표는 "김건희씨가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시키려고 하지 않았다'라고 발언한 부분이 빠진 것이 실망이다"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 핵심인데, 그 부분을 왜 뺐는지? 가처분도 나지 않은 부분일 텐데”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실제 방송에서는 이 부분은 빠진 채, ‘조국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게 아닌데, 유튜브나 유시민 이런 데서 계속 자기 존재감 높이려고 계속 키워가지고 (크게 됐다)’라는 취지의 발언만 전파를 탔다. 그러면서 김건희씨는 “사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설명이다.

백 대표는 “MBC 방송에서 빠진 앞뒤 부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며, 김건희씨가 '우리'라고 한 표현을 특정하면서 "김건희씨가 검찰총장이냐? 아니면 윤 후보가 (부인과) 상의했나?"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며 "이 녹취록을 들은 분들이 '경악스럽다'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고 주장했다.

② "김건희 마법같은 화술, 나도 빨려 들 정도”...“7시간 통화 다 듣고 나면 달라질 것”

백 대표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저 사람이(김건희씨를 지칭) 진실인 것 같다는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마법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어머니가 재판 중에 있을 때인데 '자기 어머니는 전혀 죄가 없다'라고 했지만, 결국 어머니가 그 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면서, 김씨의 말에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백 대표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어제 MBC 스트레이트 방송이 끝난 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김건희 해명 방송이냐?” “MBC가 정권 말기에 윤석열에게 벌써 붙은 것이냐?” “안희정을 지지한다는 윤석열과 김건희의 입장 때문에, 친문 특히 안희정 지지자들은 윤석열로 갈아탈 것 같다”는 여론이 쏟아졌다.

백 대표 역시 이 부분을 가장 우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CBS 진행자가 “7시간 다 틀고 나면 지금 반응하고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느냐?”라고 질문하자 “그렇다”며 “법원의 기록을 가지고 김건희씨가 거짓말 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모 검사와의 유럽여행도 김건희씨가 이 기자에게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하게 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양모 검사와 김건희씨는 모두 유럽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김건희씨가 이 기자와의 대화에서 “(양모 검사의) 사모님이 갑자기 미국에 일이 있어서 못 가게 되는 바람에 3명이서만 가게 되었다”라고 여행 사실 자체는 인정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백 대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체코를 갔다고 했다가, 안 갔다고 했다가, 패키지로 갔다고 했다가.. 정대택씨한테 얘기를 듣고 팩트체크를 한 나도 (김건희씨의 얘기를 들으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이어 백 대표는 “김건희 통화를 들어보면 어느 사람이고 다 빠져들 것 같다. 나도 듣다보면 그게 사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오전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CBS와 TBS 등 라디오 출연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MBC의 방송 내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17일 오전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CBS와 TBS 등 라디오 출연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MBC의 방송 내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③ “정대택씨를 향한 욕설도 많고, 국민의힘이 김건희를 잘 모른다”

백 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연약한 여성을 험지에 빠뜨렸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결코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은혜 의원은 이명수 기자에게 ‘관음증 환자 같다’고 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며 “그럼 관음증 환자와 6개월 동안 통화한 김건희씨는 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백 대표는 7시간이 넘는 대화의 주요 내용은 ‘김건희씨가 이명수 기자를 자기 편으로 회유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른 내용이 공개되면 이 기자를 회유하려고 한 게 수도 없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김건희씨의 회유에 이명수 기자가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국민의힘이 김건희씨를 잘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김건희씨가 정대택씨를 향한 쌍욕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이어 백 대표는 “국민의힘 사람을 데려다가 같이 녹취록을 들어보고 싶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연약한 여자라는 표현은 궤변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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