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3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이번 M&A는 최소 6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를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두 기업의 결합이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가 사실상 독점을 야기한다는 의미다.

특히 EU 집행위는 이번 불허 결정이 역내 에너지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드러냈다. EU는 세계 3위 LNG 수입국으로, LNG 운반선 시장 독점에 따른 선박 가격 상승이 LNG 운임에 영향을 줘 궁극적으로 LNG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EU 집행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LNG는 유럽의 에너지원 다양화에 기여하며 에너지 안보를 향상시킨다"며 "LNG 운반선은 이러한 LNG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전 세계 에너지원 수송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합병은 유럽 운송회사로부터 상당한 수요가 있는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이어질 것"이라며 "EU 고객사들에는 적은 대안만 남게 돼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자들이 더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또 "합병된 업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그들이 유럽 내 수요를 위해 경쟁하는지 아닌지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EU 집행위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독점 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결합 심사 기간 다수 고객사와 경쟁업체, 제삼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결과 이번 합병이 LNG 운반선 건조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지닌 기업을 만들어 가격을 상승시킬 것으로 우려됐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EU 집행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해당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했으나 LNG 선박에 대한 수요는 영향을 받지 않았고, 미래 수요 전망도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U는 2019년 12월 기업결합심사를 심사를 개시한 이래 2년 2개월만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물출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이 인수의 선결 조건이었다. 하지만 EU 심사가 불승인으로 결정 나면서 3년간 끌어온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는 최종 불발됐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기업결합에 대한 조건 없는 승인을 받은 후 EU와 한국, 일본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EU가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허가는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현재 각 회사에 심사보고서가 발송된 상태로 공정위는 원칙대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경쟁당국에서 불허하는 경우 각 회사는 기업결합 신청을 철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기업결합 신고가 철회되면 해당 사건은 심사절차 종료로 종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는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대주주인 산업은행 중심으로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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