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4차 접종 실시 여부’에 대해 언급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기 전 50대 이하 3차 백신 접종이 완료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차접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 ‘4차접종’ 정책 지연에 ‘질책성 발언’?

지난 4일 방역당국은 백혈병 환자 등 면역저하자에게 4차접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면역저하자는 급성·만성 백혈병,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증,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암 등을 앓거나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를 말한다. 이들은 약 1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연령대가 11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백신 접종을 해도 면역이 잘 형성되지 않는 초고위험군은 고위험군의 약 10%에 해당한다.

당시 방역당국은 ‘일반 국민에게도 4차접종을 할지는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4차접종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를 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후속 조치가 없는 데 대해 ‘접종 대상 분류 및 시기 등을 정부가 신속히 정리해달라’는 뜻의 질책성 발언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항체가 잘 생기지 않는 면역저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이들에 대한 3차접종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예외적으로 2차 접종 후 2개월만 지나면 3차 접종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가 면역저하자에 대한 4차 접종을 결정한다면, 2월께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중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접종 대상과 시행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면역저하자 4차접종 검토 중, 일반국민 대상으로는 미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 "면역저하자 4차접종 검토 중, 일반국민 대상으로는 미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전 세계 국가 중 이스라엘과 캐나다(온타리오 주)에서 4차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4차접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화이자 CEO와 모더나 CEO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4차접종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보건 전문가들은 부스터샷(추가접종)의 입원 예방효과가 3개월 후에도 90%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4차 접종은 아직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백신접종센터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보건 전문가들은 부스터샷(추가접종)의 입원 예방효과가 3개월 후에도 90%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4차 접종은 아직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백신접종센터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화이자의 알버트 블라 CEO, “4차접종 필요한지 잘 몰라” VS.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CEO, “올 가을쯤 4차접종 필요할 수 있어”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이자의 알버트 블라 CEO는 이날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4차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4차접종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면서 "시험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블라 CEO는 오미크론과 다른 변이에 효과가 있는 새로운 버전의 백신 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CEO의 발언과는 대조된다. 방셀 CEO는 “추가접종(부스터샷)의 효과가 떨어지는 올해 가을쯤 한 번 더 백신 접종(4차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 앤드루 폴라드 의장 등도 4차접종에 부정적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고 의료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NIAID) 역시 4차접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진행된 인터뷰에서 "4차접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3차접종이 2차접종보다 효과가 있다면 4차접종 없이도 오랜 기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에 참여한 앤드루 폴라드 영국 백신·접종 면역공동위원회(JCVI) 의장도 지난 4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일부 국가에서 검토하는 4차접종과 관련해 "4~6개월마다 전 지구에 백신을 맞힐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3차접종에 부정적인 젊은층을 중심으로 화이자 N차 접종 카드가 떠돌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3차접종에 부정적인 젊은층을 중심으로 화이자 로열티 카드가 떠돌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무엇보다도 면역저하자들에게는 백신이 잘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서는 ‘면역저하자에 대한 4차접종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지난해 3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은 장기이식환자 등 면역저하자가 코로나19 백신을 3차까지 맞아도 항체 반응이 17%에 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서는 작년 3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렸다.

전문가들, 4차접종 대신 ‘이부실드’를 대안으로 꼽아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방역당국이 고려하는 4차접종 대신, 면역저하자 및 고위험군의 예방을 위한 최적의 옵션으로 항체복합제 '이부실드'(성분명 틱사게비맙·실가비맙)를 꼽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생산한 이부실드는 지난 달 8일 미국 FDA에서 코로나19 노출 전 예방 목적으로 긴급사용을 승인받았다.

면역 저하(중등도~중증)가 있고 코로나 백신 접종에도 면역력이 적절한 수준에 이르지 못할 수 있는 성인·청소년 대상 임상 3상 결과, 이부실드 투약군은 발병 위험이 위약군보다 77% 줄었다. 6개월 간 추적 평가한 결과에선 83% 줄었다. 예방 효과는 6개월 이상 지속됐다.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의 로버트 W. 칼슨 CEO는 "백신은 심각한 코로나19 합병증을 피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지만, 면역결핍증이 있는 많은 사람이 백신에 대해 부적절한 면역반응을 보인다"며 "다행히 항암 치료 환자, 장기이식 환자, CAR-T 등 세포 이식 환자, 면역결핍 유발 질환이 있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추가적인 도구를 갖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1회 용량이 1000만원 정도인 ‘이부실드’의 가격이 걸림돌

문제는 이부실드의 가격이다. 1회 용량이 8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수입도 안 되고 있고 쓰기도 어렵기 때문에. 당국이 면역저하자에게 4차접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부실드가 필요량에 비해 너무 적게 구매되었다는 비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CNN은 면역체계가 약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사람이 미국에만 700만 명에 이른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이부실드를 고작 필요량의 10분의1 수준인 70만 도즈 밖에 구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후 미 정부는 이부실드의 추가구매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방역패스에 대해 유효기간을 설정한 탓에, 대다수 국민은 어쩔 수 없이 3차접종을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180일의 유효기간을 꽉 채우는 시점에 3차접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면역저하자들에게 4차접종을 검토하겠다는 방역당국의 태도와 이를 주문하는 대통령의 의도가 ‘전 국민 4차접종의 포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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