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드마이크 윤희성 기자.

PenN 창간 하루 전인 1일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했던 공산주의자 ‘김원봉-여운형’이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 마련된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 있다는 독자의 제보를 받았다. '설마 그럴리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확인취재가 우선이었다. 

당장 녹사평역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휴일 아침 역사는 한가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향하는 길에 문제의 작품이 버젓이 전시돼 있었다. 안중근, 윤봉길, 김구, 안창호, 유관순, 이회영, 여운형, 윤세주, 김원봉, 신채호 등 총 10명의 독립운동가의 그림이 줄지어 전시돼 있었다.

거부감 없이 독립운동가들을 순서대로 응시하던 기자의 눈길은 김원봉-여운형에서 멈췄다. 두 사람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대한민국의 명예의 전당에 들어올 수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들었다.

김원봉은 1948년 월북했던 인물이다. 김일성과 함께 일했던 인물로 대한민국을 버린 공산주의자다. 여운형 역시 공산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로 이승만의 자유주의, 김구의 민족주의 독립운동과 노선을 달리했다. 여운형은 대한민국 건국 정신인 자유주의에 반대하며 좌우합작을 주장했다. 김원봉과 여운형이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에 전시된 반면 정작 '대한민국'을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우남 이승만, 해공 신익희, 인촌 김성수 같은 우파 지도자들은 모두 빠진 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기자는 역무실에서 박남정 부역장과 마주했다. 이태원-녹사평역을 동시에 책임지는 김홍성 역장 다음으로 박 부역장은 녹사평역에서 가장 높은 책임자다. 박 부역장은 자신이 녹사평역에서 근무하기 전부터 김원봉-여운형이 대한민국 영웅이라고 주장하는 전시물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녹사평역의 황당한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은 그래피티(graffitti) 작가 최성욱 씨의 작품이었다. 그래피티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힙합의 한 장르로 벽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말한다. 최성욱 작가의 SNS인 '인스타그램'에는 그동안 자신이 그렸던 작품들이 올라와 있었다. 최 작가는 녹사평역에 전시한 김원봉-여운형의 그림을 포함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에 우호적인 그림을 다수 그렸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렸다.

최성욱 작가에게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 제작을 맡긴 서울교통공사 박석승 홍보부장은 "최 씨의 작품을 모두 봤지만 독립운동가를 그린다고 해서 그냥 맡겼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최 작가의 정치적 성향이 한 방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사실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의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은 2015년 8월15일 해방 70주년을 맞아 기획한 대형 프로젝트다. 하루 평균 7000명이 이용하는 녹사평역에 반(反)대한민국 성향의 역사적 인물들이 친(親)대한민국적 위인으로 둔갑한지 2년 반에 가깝다. 녹사평역과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철거할 예정이었다고 말한다. 늦어도 너무 늦은 철거다.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이라면 '대한민국'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인물로 하는 게 옳다. 시민들의 불만이 더 커지기 전에 하루라도 철거를 서두르길 바란다.

윤희성 기자 uniflow@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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