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는 의료체계 붕괴 막기 위한 조처...접종 완료율 99% 돼도 의료체계 붕괴 못 막아"
'한 입으로 두 말' 정부 측 어처구니 없는 답변에 재판부는 황당하단 반응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방역패스' 효력 정지케 해 달라는 재판 심문 진행

“하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한원교 부장판사(사시41회·연수원31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7일 동(同) 법원에서 열린 ‘방역패스’(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증 및 음성 확인 제도) 집행정지 신청 건의 재판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조두형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등 1023명이 “‘방역패스’는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코로나19(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심문기일이 이날로 잡힌 것이다. 신청인들은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것은 적절할지 몰라도 강제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써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반면 피신청인 정부 측은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의료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방역패스’가 불가피한 조치”라며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도 ‘방역패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맞섰다.

한원교 부장판사가 한숨을 내쉰 까닭은 이날 보건복지부 측 소송수행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궤변을 늘어놓으며 판사의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요하나, 접종 완료율이 99%에 달하더라도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식의 모순된 논리만이 되풀이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정부 측 답변을 들은 뒤 한 부장판사는 곧바로 의문을 표시했다.

“그게 어떻게 공익(公益)이 될 수 있죠? 미접종자로서는 백신 부작용이나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을 나름대로 고려해 자신의 건강을 미접종으로 지키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 것일 텐데,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잖아요?”

이에 정부 측은 “미접종자의 중증화와 사망을 막는 것뿐 아니라, 이들에게 할애되는 의료체계를 보존하는 것”이라며 “의료체계가 붕괴되면 코로나19 뿐 아니라 일반 의료체계까지 모두 붕괴하게 된다”고 대답했다.

이후 재판부와 보건복지부 측 소송수행자 간의 기가 막히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미접종자 때문에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까?”(재판부)

“실제 데이터상 18세 이상 성인 중 미접종자 6%가 중환자실 5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정부)

“그러면, 접종 완료율이 99%가 되면 의료체계는 붕괴되지 않는 건가요?”(재판부)

“아닙니다. 예방접종만으로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수 없습니다.”(정부)

“‘방역패스’의 목적이 의료체계 붕괴를 막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전 국민이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 대유행이 벌어지면 의료체계는 붕괴될 수 있다는 거네요?”(재판부)

“네, 그렇습니다.”(재판부)

이에 한 부장판사의 질문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뭐죠?”(재판부)

“차근차근 설명하자면…….”(정부)

“아니, 공익이 뭐냐고요. 단답식으로 해 주세요. 이해가 안 됩니다.”(재판부)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면서 의료체계 붕괴를 막는 것입니다.”(정부)

“접종 완료율 99%가 돼도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면서요?”(재판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붕괴하겠지요. 저희는 통제를 하면서 의료체계 붕괴를 막는다는 겁니다.”(정부)

“하아…….”(재판부)

한 부장판사는 다시 법정을 개정할 필요 없이 신청인과 피신청인 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받고 양측에 결정 내용을 각각 통보하기로 함으로써 이날 심문을 마쳤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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