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정진석 "홍준표도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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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가 당 안팎에서 공공연히 거론되는 지경에 이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과 내주 만나 도움을 요청할 예정이다. 윤핵관들에 둘러싸여 경선 때와 같이 대선 본선을 치르려다가 지지율 급락으로 다급해지니 홍 의원부터 찾는 모양새다. 이번 주말까지 홍 의원은 "엉뚱한 데 화풀이하면 안철수만 급부상한다"는 조언과 함께 "이 당은 일이 잘되면 몇몇 내시들이 공을 독차지한다"며 앞에서 돕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상태다.

홍 의원은 9일 청년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제가 27년간 몸담은 이 당은 일이 잘되면 몇몇 내시들이 공을 독차지하고 일이 잘못되면 한 사람에게 독박을 씌우고 내시들은 숨는다. 이번에도 보나마나 그럴 것"이라며 "앞장서서 총대 메는 바보짓은 이젠 안 한다. 도와주더라도 뒤에서 도와주는 형식이 맞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나서기 싫었던 탄핵 대선 때 나갔다가 당을 살려 놓으니 당시 상황도 무시하고 안철수와 단일화 안 해서 졌다고 덤터기 씌우는 사람들이 이 당과 한국 보수층들"이라며 "이 좋은 대선 환경을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덤터기나 쓰라는 판에 휩쓸리라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라고 했다. 

사진=sns 캡처

홍 의원의 이런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가까운 사례를 찾자면 지난해 7월 정진석 의원과의 공개 설전을 들 수 있다. 복당을 마친 홍 의원은 같은달 16일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식 이후 국민의힘 입당 시점을 재고 있던 윤 전 총장을 가리켜 "아직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른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일찍부터 충청 대망론을 띄우며 윤 전 총장 지지 의사를 밝혀온 정 의원은 "웃자고 한마디 하자면, 내 눈에는 홍 의원님도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사진=sns 캡처

같은달 20일 홍 의원은 또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야당 인사들의 자해 행각이 도를 넘었다"며 "외부 인사를 지지하거나 다른 사람을 지지하는 것은 이해하나 내부 인사를 조롱까지 하면서 외부 인사를 감싸는 것은 도를 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차피 경선 때는 갈라져서 선거 운동을 할 수밖에 없지만 경선 이후도 생각하면서 국회의원답게 신중하게 처신하라. 이제 복당해서 한 식구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같은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사"라는 두 글자를 올리며 논란을 키웠고 이내 글을 삭제했다.

이후 윤 후보 측은 이준석 대표도 없는 시점을 노려 기습 입당했고 경선준비위원회에서 토론회 일정을 잡으려 하자 전례가 없다며 서병수 경준위원장 등을 낙마시켰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을 이미 접수하다시피 한 윤 후보 측과 홍 의원 간에 감정 상할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홍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추락 원인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지 뜬금없이 '원팀'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라며 "윤 후보의 (지지율) 추락 원인은 역량 부족과 가족 비리로 인한 공정과 상식의 상실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해소돼야 다시 재반등의 기회가 생기지, 계속 엉뚱한 데 화풀이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만 급부상할 것"이라며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하십시오. 그러면 전 국민이 우리 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 안팎에서 윤 후보를 적극 나서 도와줘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홍 의원은 "거듭 밝히지만 저는 이미 대구 선대위 고문으로 원팀이 돼 참여 중이고, 뒤에서 윤 후보를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왜 자꾸 유승민 전 의원과 묶어 '원팀' 운운하는 비방성 기사가 나오는지 참으로 유감"이라며 "윤 후보가 잘못되면 또 제 탓이나 하려고 밑자락 까는 건가"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펜앤드마이크 취재에 따르면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을 마친 뒤 자신을 도와준 측근들과 회동했다. 유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몇몇 측근들로부터 "제1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위해 윤 후보를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들었지만 입을 굳게 다문 채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유 전 의원은 경선 이후 윤 후보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으며 칩거 상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시점이 가까워지자 유 전 의원과도 만나 도움을 요청할 예정이다. 다만 유 전 의원의 연락 자체가 닿지 않아 간접적으로 수소문하며 행방을 확인하고 있고 최대한 가까운 시점에 회동 일정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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