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대'가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 장소에 집회 개최 우선권을 선점한 뒤부터 '수요시위' 집회 장소에선 '역사 왜곡' 및 '혐오' 표현이 난무한다는데..."구두 한 켤레와 원피스 한 벌을 주길래 그걸 받고는 어린 마음에 좋다고 따라갔다"(이용수)든지 "어머니가 몇 년 계약으로 40원을 받고 양부(養父)에게 나를 넘겼다"(김학순)든지, "그저 노래하고 술 팔러 가는 줄 알고 평양 권번(기생학교) 친구들과 함께 압록강 건너 북지(北支·중국 북부)로 갔다"(길원옥)든지 하는 증언들이 어느 책에 소개돼 있는지 내 다시 알려주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수세에 몰려 다급해진 모양이다.

‘일본군 성(性)노예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수요시위) 30주년을 맞은 5일 오전, 정의연과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5개 단체로 이뤄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정의연 등이 자신들의 집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구제를 신청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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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차 일본군 성(性)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5일 정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본사 앞에서 열렸다.(사진=연합뉴스)

자유연대 등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정의기억연대의 해체와 동(同) 단체의 전임 이사장인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구속 등을 주장하는 단체들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 집회 개최 우선권을 선점해 온 탓에 지난 30년간 ‘수요시위’를 열어 온 장소에서 집회 개최를 할 수 없게 됐으니 인권위가 나서달라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정의연 관계자는 “핵심은 극우 단체가 피해 할머니들을 모욕하고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며 수요시위를 방해할 목적으로 집회를 연다는 점”이라며 “단순히 장소 선점뿐 아니라 모욕과 혐오 발언이 방치된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진정서 접수에 앞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진행된 ‘네트워크’ 측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약 1년 전부터 극우 단체들이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하고 일본군 성노예제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해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며 “역사 부정과 왜곡, 여성 차별과 혐오가 난무(亂舞)하는 수요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적극적 제지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국내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한겨레’의 사설(社說)에서도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30주년 수요시위 장소 꼼수로 가로챈 보수단체의 몰상식〉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겨레’는 “윤미향 의원을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재판을 통해 가려져야 하지만, 이를 틈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전시(戰時) 성폭력의 진실을 부정하고 ‘위안부 운동’ 전체를 무너뜨리려는 보수단체들의 만행(蠻行)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며 “경찰은 수요집회의 권리를 빼앗으려는 보수단체의 몰상식한 행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 문제를 취재해 온 내 입장에서는, 정의연의 태도가 황당한 건 물론이고, 이 문제를 무려 ‘사설’에서 다루기까지 한 ‘한겨레’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2011년 12월14일 ‘일본군 위안부’ 동상이 세워진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5번지 땅은 사유지가 아니고 서울 종로구가 소유한 공유지다. 게다가 그 땅의 절반은 율곡로2길 차도로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인도(人道)다. 해당 토지의 지목은 ‘공원’(公園)이다.

정의연이 제 아무리 30년 가까운 기간 해당 장소에서 집회를 열어왔다고 한들, 동일 장소에서 앞으로도 계속해 정의연이 집회를 열 ‘권리’(right)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고, ‘권리’가 존재하지 않으니, 국가로서도 해당 장소에서 정의연이 집회를 개최하는 것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없다. 할 이유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걸 국가에 요구하는 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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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동상이 설치된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5 대지의 위치.(지도=네이버 지도)

‘수요시위’ 현장에서 ‘역사 부정(否定)’과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정의연과 관련해 단체 내지 관계자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 사건이 발생했다면 법률에 따라 고소를 하고 처벌을 요구하면 그만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호소해 온 할머니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정의연 등이 할머니들 개개인의 동의를 구해 문제의 인물을 고발하면 그만 아닌가? 정당한 절차를 놔두고 문제 해결 권한이 없는 국가 기관으로 쪼르르 달려가 ‘쟤 좀 떼찌떼찌 해 주세요’하고 요구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어른스러운 모습은 아닐 것이다. 류석춘(前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에게는 잘만 해 놓고, 김상진(자유연대 사무총장)과 김병헌(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에게는 하지 못할 이유가 달리 있겠느냐는 말이다.

게다가, 난무하고 있다는 ‘역사 부정’과 ‘혐오 표현’이라는 것도, 그 출전(出典)을 알고나면, 과연 ‘역사 부정’과 ‘혐오 표현’이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구두 한 켤레와 원피스 한 벌을 주길래 그걸 받고는 어린 마음에 좋다고 따라갔다”(이용수)든지 “어머니가 몇 년 계약으로 40원을 받고 양부(養父)에게 나를 넘겼다”(김학순)든지, “그저 노래하고 술 팔러 가는 줄 알고 평양 권번(기생학교) 친구들과 함께 압록강 건너 북지(北支·중국 북부)로 갔다”(길원옥)든지 하는 증언들이 어느 책에 소개돼 있는지 다시 알려주랴?—이게 당신들이 말한 ‘역사 부정·혐오 표현’이 맞는다면…….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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