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이춘근]“판문점 선언, 아무 의미없는 종잇조각 불과”
[전문가 분석/이춘근]“판문점 선언, 아무 의미없는 종잇조각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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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방법론 부재...이전 선언들보다 수준 낮다”
"'민족 자주의 원칙' 북측 주장대로라면 주한 미군 철수 의미"
"이런 식이라면 美北정상회담 안 열릴 수도 있다"

남북한 정상이 27일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외교안보문제 전문가인 이춘근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정치학 박사)은 "미국과 우리나라 국민이 원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이 빠진, 아무 의미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종전의 남북간 비핵화 합의인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9.19 공동성명> 등과 비교했을 때보다도 추상적이고 수준이 낮다는 평가였다. 나아가 이번 선언으로 인해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지적도 했다. 다음은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직후 이 박사와의 문답 내용.   

 

이춘근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이춘근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Q.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27일 발표한 이른바 ‘판문점 선언’에 대해 어떻게 보셨는지?

A. 한마디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선언만 있을 뿐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1991년 12월 13일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1992년 1월 20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와 <10.4 선언> 등 이전의 그 어떤 남북 간 비핵화 선언들보다 수준이 낮다고 본다.

 

Q. ‘수준이 낮다’는 뜻은?

A. 평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추상적이라는 뜻이다. 남북한은 더 이상 이전 선언들보다 더 좋은 합의문을 만들 수 없다. 문제는 합의나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다.

 

Q. 남북한 정상이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등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A. 남북한은 이미 1992년 1월 20일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가지 합의 사항에 서명했다. 27일 발표된 이른바 <판문점 선언>은 이보다 ‘덜 구체적이고 덜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2.1.20.)>

1.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2.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3.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4. 남과 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하여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들에 대하여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한다.

5. 남과 북은 이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하여 공동선언이 발효된 후 1개월 안에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

6. 이 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각기 발표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 문본을 교환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Q. 남북한 정상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이것의 정확한 의미는?

A. 상당히 애매모호한 문장이다. 미국과 우리나라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CVID)다. 그러나 북한은 미군의 전략무기 즉 핵잠수함이나 B-2 폭격기 등이 한반도에 접근해선 안 된다는 뜻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북한의 요구인 ‘한반도 비핵화’에 응해준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북한 비핵화 방식인 CVID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Q. 이밖에 <판문점 선언>에서 눈여겨 볼 점은?

A.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여기서 ‘민족 자주의 원칙’이란 주한 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왜냐하면 북한은 오랫동안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기 위해 ‘민족 자주의 원칙’이란 용어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것도 이전 선언들에 이미 포함됐던 내용들로 새로울 것이 없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중지하기로 한 것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약속했던 것들이다. 요컨대 이번 <판문점 선언>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원하는 CVID에 대한 어떠한 약속이나 언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Q. 앞으로 미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A.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 차례 “희망이 없으면 미북(美北) 정상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희망이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그런데 이번 <판문점 선언>을 보니 별로 희망이 없어 보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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