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를 겪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이번에는 석탄 파동이 우려된다. 세계 최대 석탄 수출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자국내 수급 부족’을 이유로, 1월 한달간 석탄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히면서다. 국제 석탄 가격 인상과 함께 한국 등 주요 수입국의 수급 불안이 야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전기 수요 증가로 전력 공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며 “오는 31일까지 석탄 수출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탄 수출업자들에게 보낸 정부의 공문에는 ‘수출을 위해 선박에 적재된 석탄도 일단 국내 발전소로 보내라’는 지시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 “에너지원의 대외 의존도를 줄여야, 원자력발전이 해법”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국내 전력 수급과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철 전력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등과 같은 원자재 공급망 이상으로 인한 전력 수급 불안에 대한 대처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4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에너지원의 대외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석탄과 LNG와 같이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는 줄이는 것이 좋다”면서 “재생에너지 여건도 좋지 않은 우리나라 사정을 감안, 원자력발전을 해야 된다는 것이 지난 40년간의 정책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의 발전량 중 32.8%가 석탄발전... LNG 수급 차질도 겹치면 ‘겨울철 전력 대란’ 가능성 우려

우리나라는 순차적인 석탄발전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석탄발전은 국내 발전량의 30% 수준을 차지하는 만큼 전력 수급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 한국전력의 최신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총 발전량에서 석탄 발전량의 비중은 32.8%였다.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탄발전소인 호남화력발전소가 반세기 만에 퇴역한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탄발전소인 호남화력발전소가 반세기 만에 퇴역한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에는 여전히 높은 석탄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7월에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늘며 석탄화력발전소의 전체 설비용량 35.3GW 중 90% 이상인 30GW가 매일 가동하기도 했다.

더욱이 겨울은 상대적으로 태양광 발전 효율이 낮은 데다, 유럽발 천연가스 대란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가스 공급관을 잠그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 수급까지 원활하지 않게 되면 전력 수급 비상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져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북극 한파로 전기 사용량이 폭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석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력 피크 시기인 1월 중하순 전력 수급이 우려될 수 있다"며 “석탄은 석유나 LNG보다 비축 일수가 짧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범진 교수는 “석유는 130일, LNG는 4주, 석탄은 2주치를 비축하고 있다”면서 “그에 반해 핵연료는 3년치가 비축되기 때문에, 원자력이 가장 안정적인 에너지로 불린다”고 부연했다.

자신감 보이는 산업통상자원부, “1월 석탄수급 문제없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수입 석탄의 국가별 비중에서 2위를 차지할 만큼 주요 수입선이다. 수입 석탄의 국가별 비중은 호주(49%), 인도네시아(20%), 러시아(11%), 미국(9%), 기타(11%) 순이다. 전체 수입 유연탄의 2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급이 삐걱대면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미 확보한 재고량과 다른 국가 수입량을 감안하면, 국내 전력 수급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게다가 1월 입고물량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산 수입 석탄 중 55%는 이미 선적·출항해, 국내에 정상 입고될 예정이다. 또한 이미 수입선 다원화로, 지난해 '요소수 품귀 사태'와 같은 공급망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걱정 말라는 정부, ‘제2 요소수 사태’ 막으려고 동분서주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국제 석탄 가격이 더 올라 발전 단가 상승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부 원자재정보에 따르면, 호주 전력용 연료탄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톤당 165.86달러로, 지난해 연초 대비 105.32%나 뛰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의 수출 제한이 글로벌 석탄 값을 밀어 올릴 수 있어, 국내 발전업계의 고심도 커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비싼 연료 가격이 더 뛰게 되면, 전기 생산 원가 부담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멘트업계는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의 인상 여파로, 2월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유연탄 가격은 톤당 80달러대에서 지난해 10월 2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170달러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석탄 수출 금지 발표 여파로, 국내 시멘트 공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호주산 유연탄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시멘트 업계는 앞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연탄과 요소수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해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8%가량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의 한 시멘트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정부의 석탄 수출 금지 발표 여파로, 국내 시멘트 공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호주산 유연탄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시멘트 업계는 앞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연탄과 요소수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해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8%가량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의 한 시멘트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정부의 석탄 수출 금지 발표 여파로, 공급이 줄면서 국제 시장에서의 거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시멘트 공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호주산 유연탄의 가격 역시 크게 상승했다. 지난달 말 거래가격이 톤(t)당 165달러였으나, 이달 3일 기준 175달러로 10달러(6%) 상승했다.

정부는 국가 간 석탄 확보 경쟁 과열 및 가격 상승, 중국·인도 전력수급 영향 등에 대한 상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또한 산업부 전력혁신정책관을 반장으로 '인도네시아 석탄 수출 금지 조치 대응반'을 운영하고, 에너지 유관 기관 및 해외공관과 협조하며 석탄·전력 수급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제2의 요소수 사태는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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