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지난 24일 선보인 ‘고요의 바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작품에 출연한 주연 배우 공유마저도 “작품을 시작하면서 호불호가 갈릴 건 예상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국내 국내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평가는 늘 엇갈리기 마련"이라며 "이제 웬만큼 자본이 투입된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는 전 세계 주목을 받게 된는다는 걸 '고요의 바다'가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진 시점에 선보인 ‘고요의 바다’는 일종의 후광효과를 누렸다. 전작들의 성공 덕분에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콘텐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고요의 바다’ 평가는 엇갈려

그러나 격찬을 받았던 오징어 게임 등과는 달리 평가는 엇갈렸다. ‘루이뷔똥 뮤즈’로 외국에서 도 인지도가 높은 배두나가 출연했다는 점에서, 외국에서의 관심도도 높았다. 일부 영화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컴퓨터 그래픽 등에서 낮은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지만, 정작 ‘완결성 낮은 시나리오’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요의 바다’는 물이 극도로 부족한 지구의 문제 해결을 위해 달의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SF 드라마이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또 다른 흥행 신화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국 최대 영화정보사이트 IMDB에서 '고요의 바다' 평점은 7.0으로 평균 이상이지만, 다소 느린 전개와 일부 어설픈 컴퓨터그래픽과 세트, 과학적 오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버라이어티는 "만족스럽다"고 했으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실패작"이라고 하기도 했다. 국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긴장감을 높여가는 연출이 뛰어나다'는 식의 평가가 있는 반면 '기술력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내용을 담은 비판도 많다.

31일 OTT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전날 TV쇼 부문 전 세계 3위에 올랐다. 1위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 2위는 '윗쳐' 시즌2다.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22명이 참여해 5점 만점의 별점에서 평균 3.6점을 기록했다.

1일에는 4위, 3일에는 5위까지 내려온 상태이다.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일부 나라에서는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요의 바다’에 대한 불호(不好)를 이끌어낸 문제점은 4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① 느린 초반 전개의 지루함, 1.5배속 시청이 권유돼

초반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시리즈에서는 첫 회 임팩트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고요의 바다’는 1~2회에서 상황 설명이 너무 많아 늘어지고 긴장감이 떨어진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3회부터 시작돼, 그 전에 시청을 그만둘 정도로 지루하다는 평가가 많다. 발해 기지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인 ‘루나’의 존재가 밝혀지며 몰입도가 높아지지만, 24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이야기를, 8회로 늘리다 보니 짜임새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2시간짜리 단편 영화로 제작되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관련 기사를 다룬 댓글에서는 “1회 보다가 지루해서 잤다. 언제부터 재미있어지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1.5배속으로 빨리 돌려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는 댓글도 많이 발견된다.

이에 대해 주연 배우인 배두나는 지난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요즘 자극적인 것으로 초반 1회에서 시선을 잡고 가는 작품들이 많은데, 저희는 그 공식을 따라가지 않았다"며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 소용돌이가 치는 드라마이지 외부에서 파도치는 작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② 기발한 상상력, 진부한 클리셰의 반복으로 몰입감 떨어뜨려

작품이 공개되기 전, SF 장르 불모지로 불렸던 한국에서 선보인 SF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를 한껏 모았다. 작품은 정예 요원들이 인류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월수(月水)를 찾기 위해 발해 기지로 떠나면서 시작된다. 발해 기지는 5년 전 한국이 달에 세운 연구 기지로, 연구원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영구 폐쇄된 곳이다. 정부를 대표하는 최 국장(길해연 분)은 죽음의 진실을 감추려고만 한다. 동물생리학자인 송지안 박사(배두나 분)를 비롯해 아무 정보 없이 도착한 대원들은 그곳에서 진실에 맞닥뜨리고 혼란에 빠지면서, 하나둘씩 희생자가 늘어난다. 오도 가도 못하는 밀폐된 공간에 갇혀 바이러스 혹은 적을 만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그리고 숨어있는 배신자의 존재 등은 기존의 SF 스릴러에서 볼 수 있었던 클리셰의 반복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단지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점에서는 별점을 한 개 정도 줄 만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물 부족 현상’이라는 점에서다. 지구에서 바다가 존재하는 한 물 부족은 현실감도 떨어지고, 과학적인 오류도 많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하지만 ‘판타지 SF 드라마’라는 장르인 만큼, 드라마적 허용으로 봐줘야 한다는 분석이, 기발한 상상력에 힘을 실어주는 정도이다.

‘증식하는 물’인 월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발해 기지를 떠나 지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본다면, 나름 볼 만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③ 제작사는 1000억여 원에 팔렸지만, 스토리텔링에 의문점 적지 않아

‘고요의 바다’를 제작한 아티스트스튜디오를 지난 22일 인수한 ‘위지윅스튜디오’의 주가는 고요의 바다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위지윅과 모회사인 ‘컴투스’가 아티스트스튜디오와 아티스트컴퍼니의 경영권을 1050억원에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지윅의 주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 시청자와 외신의 평가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2017년 ‘아티스트스튜디오’를 설립한 정우성과 이정재는 회사를 매각해서 돈방석에 앉았지만, “(총괄 프러듀서를 맡은) 정우성을 믿고 투자했다 폭망했다”는 개미들의 곡소리가 터졌다. “드라마를 직접 보니, 투자한 것이 후회가 됐다”는 불평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시나리오의 완결성’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품은 최 국장이 5년전 폐쇄된 발해 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배두나와 공유를 비롯한 단원들을 소집하면서 시작된다. 출발 직전에 갑자기 부조종사가 교체되지만, 그에 대한 배경 설명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내용이 진행되면서 교체된 부조종사가 민간군사기업 RX에서 고용한 용병으로 밝혀지지만, 부조종사를 교체한 최 국장과의 연결고리는 밝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류태석(이준 분) 또한 RX의 스파이로 고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 또한 먼저 죽은 부조종사와 같은 단말기로 RX의 지시를 받았다는 점에서 유추될 뿐, RX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진 채 이준은 죽음을 맞고 만다. 이 지점이 고요의 바다에서 가장 허술한 대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8편의 드라마가 다 끝난 이후에도 시청자들에게는 “RX와 최 국장의 관계는 도대체 뭐지?”라는 물음표만 남길 뿐이다.

④ 공유는 물부족 심각성 깨달았다지만 드라마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

'고요의 바다'에서 주연한 배우 공유와 배두나.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요의 바다'에서 주연한 배우 공유와 배두나.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주연인 한윤재 대장으로 열연했던 공유는 “이 작품 찍고 나서, 샤워할 때 물 쓰는 걸 조심하게 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겨울엔 따뜻한 물로 화장실에서 온기를 채운 다음에 샤워를 했는데, 그걸 멈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 팬 한분도 저랑 똑같은 경험을 했다면서 ‘이런 걸 느끼게 해 줘서 고맙다’고 쓴 걸 봤다”고 덧붙였다.

주연 배우 배두나 또한 “제가 나서서 ‘환경을 지킵시다!’ 이런 건 잘 못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얘기하는 순기능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두 주연 배우 모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은 이 작품의 긍정적인 면이다.

하지만 ‘고요의 바다’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과 몰입을 선사해야 하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두 주연 배우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연 배우들이 드라마 자체의 대중성이나 예술성을 평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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