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 카페 모범답안..."해당 문제는 신영복 책 내용 참조해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신영복과 같은 '결과의 평등' 옹호 발언
시험 탈락자 "내가 아는 신영복은 간첩이지 선생 아니야"분노

임용고시 공부 중인 고시생들 [연합뉴스 제공]
임용고시 공부 중인 고시생들 [연합뉴스 제공]

올해 1월 서울시교육청에서 출제한 교사 임용고시 2차 면접 문제 중 교직관(敎職觀) 문제가 통일혁명당 간첩 사건(통혁당 사건)의 연루자 신영복 저서 내용이 답으로 상정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문제는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출발선에 서 있는 각기 다른 그림 네 편(A: 토끼와 거북이가 같은 출발선에 있음 B: 거북이의 출발선이 앞에 있고, 토끼의 출발선이 뒤에 있음 C: 토끼의 출발선이 앞에 있고, 거북이의 출발선이 뒤에 있음 D: 토끼와 거북이 둘 다 결승점에 있음)이 제공돼 지향해야 할 교사관과, 경계해야 할 교사관을 각각 하나씩 고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임용고시 커뮤니티에 통혁당 사건 연루자 신영복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361페이지에 나온 ‘토끼야 일어나라’라는 문장 내용을 말해야 한다는 ‘모범 답안’ 의견이 공유되며 논란이 일었다.

다음 포털의 ‘한마음 교사되기’ 카페에는 지난 1월 해당 면접 문제를 접한 한 임용고시생이 “경계해야할 교육관에 D를 선택한 선생님이 계시냐?”는 질문을 올리며 “(자신은) D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는데 신영복의 그림을 보니 토끼랑 거북이랑 함께 가야 한다면서요?”라며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신영복이 쓴 ‘토끼야 일어나라’의 내용은 달리기 중 게으름을 피우는 토끼도 나쁘고, 잠자는 토끼를 안 깨우고 혼자 1등하는 거북이도 나쁘기 때문에 거북이가 토끼를 깨워서 함께 결승점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얼핏보면 잔잔한 교훈을 주는 듯한 내용이지만, 개개인의 노력에 상관없는 결과의 평등만 추구하는 이야기기 때문에 통혁당 사건에도 연루됐던 신영복이 추구한 공산주의 사회를 가리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채용하는 임용고시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경쟁을 인정하는 대한민국과 반대되는 정치이념성 문제를 면접 질문에 출제했다는 점이다.

해당 글에 댓글을 단 아이디 ‘Conviction’이란 네티즌은 D를 지향해야할 교육관이라는 점을 신영복 사상과 일치시켜 설명했다.

Conviction은 “D는 ‘교육의 결과적 평등’으로써 현 서울시 교육이 지향하는 “교육 결과의 평등성’을 나타낸 그림”이라며 “보수의 대표적 교육관인 뛰어난 토끼를 더 잘 하게 먼저 보내는 ‘수월성 교육’을 깨고 집단지성으로 함께 더불어 공교육의 평준화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故 신영복 선생의 더불어숲 사상과 일치하는 결과의 평등입니다”라며 “특목고·자사고 축소가 그 예”라고 말했다.

해당 문제의 모범 답안이 ‘D항’이란 근거는 2017년 1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발표한 신년사 내부 문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조 교육감은 해당 문서에서 “교육소외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복지 사업은 마땅히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정의로운 차등’을 실현하겠다”며 “공정성은 과정의 공정성을 실현하는 것과 동시에 ‘결과의 공평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익명으로 펜앤에 해당 시험문제를 제보한 S씨는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임용고시 카페에 올라온 모범 답안 공유 내용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제가 아는 신영복은 간첩이지 선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 평등은 개인의 노력여하에 상관없이 똑 같은 결과를 받는 공산주의 아니냐”며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뽑는데 정치사상을 물어봐서 굉장히 불쾌하다”고 전했다.

신영복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다 1968년 북한 정권의 직접 지휘(지령과 자금)를 받는 反체제 간첩단 ‘통일혁명당’ 핵심간부인 것이 들통나 무기징역형을 받은 인물이다. 이후 1988년 전향서를 쓰고(그러나 1988년 8월 ‘월간 말’과의 인터뷰에서 신영복은 사상 전향을 부인하며 통혁당 가담을 양심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올림픽 동서해빙 무드 아래서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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