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역대 최대 규모 89조원이 넘는 내년 교육부 예산을 확정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올해보다 11조8296억원 늘어난 것이 예산 증액의 가장 큰 이유이다. 교육교부금은 65조596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 대비 22.2%나 증가했다.

중앙정부에서 부담하는 교육교부금은 매년 국민들이 납부하는 내국세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를 더해 확정된다. 해당 재원은 전국 초‧중‧고 교사와 직원 급여, 학교 용지 매입, 각종 공사, 공공요금, 학교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다. 최근 학생 수 감소로 지출처는 줄어드는 데 비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다 보니 교육교부금은 크게 늘었다. 늘어난 교부금은 교육의 질 개선 차원을 넘어, 일부 낭비 요소가 지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교육계는 기재부의 교육교부금 감축 계획에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오히려 교부금 규모를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교육계가 ‘밥그릇 지키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KDI, 29일 교육교부금 개혁 보고서 발표...학령인구 감소 비율 반영한 교부금 산정방식 제안

문제는 초중고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이러한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에 대해 합리적인 재원 배분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는 점이다. ▶펜앤드마이크 12월 27일자 ‘[이슈분석]흥청망청 교육교부금, 아이들은 사라지는데 7.5배 늘었어요’ 제하 보도 참조.

특히 최근 일부 학교에서 방만하게 예산을 쓰는 행태가 드러나면서 교육교부금이 재조명되고 있다. 올해 예산을 모두 쓰기 위해 현금성 예산을 살포하는 모습도 포착되면서, 기재부는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교육교부금을 줄여야 한다’ 입장을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29일 “인구 팽창기인 1972년에 도입된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50년된 산정 방식에 학령인구 감소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KDI포커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발표에 앞서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KDI포커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발표에 앞서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DI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보고서에서 현재의 교부금 산정 방식이 ‘합리적인 재원 배분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중고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대신, 복지 정책의 주요 대상자인 고령인구는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은 계속 고갈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현재 산식을 적용하면 2060년 교육교부금은 16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54조4000억원)에 비해 약 3배 증가하게 된다. 반면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546만명에서 302만명으로 44.7%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6~17세 학령인구 1인당 평균 교부액은 1000만원에서 5440만원으로 5.5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KDI의 새 산정방식 적용하면 향후 40년간 1046조원 예산절감 효과 기대돼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 발표회를 통해 "교육 투자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 여전히 늘어나는 내국세 수익의 20.79%를 자동으로 배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들며, 산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중앙정부는 교육 재정 수요에 근거해 산정된 의무교육비 국고부담금으로 공립 초·중학교 인건비의 3분의 1과 약간의 시설 정비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나머지 지방교육재정은 지방정부가 담당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초중등 교육 행·재정이 일반지방자치 행·재정으로 분리돼 있다. 하지만 각 학교구는 재산세 등 과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 재원 조달의 책무를 지고 있다.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주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학교구의 전체 지방교육재정 수입의 47% 수준을 지원한다.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 비율은 8%에 불과하다.

KDI는 현재의 교부금 산정 방식 대신 ‘경상 GDP와 학령인구 증가율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산식’을 제안했다. 매년 예산 작성 과정에서 전제되는 경상 GDP 증가율에 올해 교부금과 학령인구비율 증감율을 곱해 내년 교부금을 산정하는 산식이다.

이렇게 되면, 경상 GDP 증가율에 따라 교부금 총액은 안정적으로 늘어난다. 대신 전체 인구 대비 학령인구비율이 전년보다 줄어들면 교부금 증가율은 경상 GDP 증가율보다는 낮아진다. KDI는 이 방식으로 개편할 경우, 올해부터 2060년까지 약 1046조8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학령인구 1인당 경상 GDP의 27%를 평균 교부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봤다.

교부금 축소 반대하는 교육계, “노후된 학교시설 개선 등에 막대한 예산 소요” 주장

교육교부금을 학령인구 감소에 맞게 삭감해야 한다는 기재부와 KDI의 입장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교부금 논의 지점을 ‘학생 수’가 아니라 ‘학급 수’, ‘교육의 질’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지방은 학생 수가 모자라고, 서울과 경기권에는 이른바 과밀학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학생 수만 내세워 교육교부금을 삭감하자는 주장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전남 지역은 847개 학교에서 학생 수 60명 이하인 학교가 전체의 43%에 이른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을수록 1인당 교육비가 오히려 타 시도보다 많이 든다.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투자할 곳도 더 많다”면서 “기재부 논리대로라면 농산어촌은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교육교부금을 줄이면 지역 위기가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과밀학급 해소와 노후한 학교 시설 개선에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입장이다.

경남지역 일부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지난 2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가고파초등학교 5학년 교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교육교부금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에 교육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연합뉴스]
경남지역 일부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지난 2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가고파초등학교 5학년 교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교육교부금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에 교육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연합뉴스]

기재부, “교육의 질 개선을 넘어 일부 낭비 요소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재부는 28일 “교육의 질 개선을 넘어, 일부 낭비 요소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교육교부금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교육교부금 제도는 국민학교(초등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던 1970년대 초기에 중학교 등 상급 학교가 부족해 도입된 장치인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며 “학생 수가 줄어, 매년 6조원이 남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재부는 늘어난 교육교부금이 ‘교직원의 과도한 인건비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지난 10월 KDI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KDI, “연평균 공무원 임금인상률 2.6%인데, 교직원 인건비 인상률은 최대 14.4%”

당시 KDI는 교육교부금이 늘어나면서 교직원 인건비가 연평균 5.2%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공무원·사무직원 이외 직원 1인당 인건비는 연평균 14.4%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함께 자체 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2015년 8만2571명이던 공무원·사무직원 이외 직원 수는 2021년 13만2570명으로 6년 동안 60.6% 늘었다.

KDI는 “2015~2021년 공무원 평균 임금인상률 2.6%를 고려할 때 연평균 14.4%의 증가율은 상당한 수준의 기준단가 인상과 처우개선율 증가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평균 교직원 인건비 인상률 5.2%는 공무원의 2.6%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기재부의 제도 개편에 교직원의 인건비가 영향을 받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교육계의 주장과 달리 학교운영비와 시설비는 오히려 줄어두는 추세라는 것이 KDI의 입장이다. 2015년 7조5349억원이던 학교운영비는 2019년 11조3946억원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8조6830억원으로 줄었다. 시설비도 마찬가지다. 2015년 4조714억원에서 2019년 5조7066억원으로 늘었다가 2021년 현재 4조4988억원으로 감소했다. 늘어난 교육교부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학교 운영비나 시설비보다 공무원·사무직원 이외 직원 임금 인상과 채용에 더 많이 쓰인 셈이다.

KDI의 입장은 ‘학령인구 축소를 고려하면 현행 내국세 연동방식의 교부금 산정은 교육분야 재원마련에 지나치게 관대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타 지출분야의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KDI는 “교육투자가 중요한 재정투자 분야이고 중앙정부의 역할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국가재정이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여타 지출 분야와의 합리적인 재원배분의 조정에 교육관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