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쇼'와 북한 노동당 대변인 신세로 전락한,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조국 대한민국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한 번 더’ 경험한다면 대한민국은 어쩌면 사라질지도...
-"북한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외칠 용기 가진 진정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와야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2021년이 이제 단 하루 남았습니다. 올 한 해 참으로 힘겨우셨지요? 지난 5년여 동안은 또 어떠하셨습니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참고 견디시느라 정말 애쓰셨습니다. 2022년 대망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다시 회복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에 놓였습니다. 나라의 지도자가 올바른 국정철학과 국가관을 상실하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동안 여실히 경험했습니다.

그토록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더니 결국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추악한 위선만이 가득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외쳐대며 온갖 쇼를 다하더니, 급기야 김정은과 김여정의 눈치를 살피는 조선로동당 대변인 신세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안보는 여실히 무너졌고, 경제는 나락으로 치달으며, 나라의 근간인 교육은 송두리째 뽑혔습니다.

그토록 자랑스러웠던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이 전화(戰火)의 잿더미에서 맨손으로 일궈낸 땅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입니다.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파견되어 머나먼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면서도 가족을 위해 피눈물을 견뎠습니다. 월남전 참전은 또 어떠했습니까? 총탄이 빗발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오직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중동 사막의 건설 현장에서 뜨거운 모래바람 맞으며 흘린 땀방울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우뚝 세웠습니다. 저희의 형님, 누님 세대는 80년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냈습니다.

개인적인 나이를 말씀드려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40대 후반입니다. 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대학을 다닌 X세대이지요. 저는 보릿고개를 모르고 자랐습니다. 지금은 웰빙을 위해 보리밥을 일부러 찾아서 먹는다지만, 그 시절의 처절했던 아픔을 저는 겪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부모님께서 당신들은 배곯아도 자식들에게는 아낌없이 다 내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 자유와 풍요로움을 그저 누리기만 한 세대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저 받은 세대이지요. 조국을 위해서 무엇을 했느냐 물어보신다면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물려주심에 그저 감사함뿐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 분단도 물려받았습니다. 나의 조국은 여전히 분단으로 아파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급변하는데 여전히 사상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고립된 조국의 반쪽이 있습니다. 3대 세습의 독재정권 아래에서 신음하는 북녘 동포들의 절규가 들려옵니다.

다가오는 2022년 대선에서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소리치는 그런 지도자 말입니다.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지 않는 지도자이기를 원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국정과제로 삼고, 남북한 주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만들어 줄 지도자여야 합니다.

세기의 독재자를 마치 평화의 전령사인양 미화하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라며 꼬박꼬박 존칭어를 쓰는 일 따위는 이제 없어야겠습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한 번 더’ 경험한다면 우리의 대한민국은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해 옵니다.

삼지연시를 배경으로 한 2022년 북한달력 표지. '경애하는 최고지도자  김정은동지의 안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달라졌다.
삼지연시를 배경으로 한 2022년 북한달력 표지. '경애하는 최고지도자 김정은동지의 안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얼마 전 필자가 입수한 2022년 북한 달력을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맺겠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달력 표지에는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문구가 표기되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달력에는 또 한 줄의 문구가 추가되었지요. 바로 “경애하는 최고지도자 김정은 동지의 안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글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은 분명히 죽었습니다. 북한 전역에 영생탑을 세우고 죽은 이가 영생한다며 외쳐댑니다. 그런데 또 하나 김정은의 안녕을 축원한다니요? 일반적으로 달력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상대방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그런데 2022년 북한 달력의 문구는 상대방이 아니라 김정은 개인을 향합니다. 독재정권을 두고 한반도 평화를 운운하는 것은 또 하나의 위선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풍요로움을 북녘의 동포들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입니다.

2022년 3월, 우리의 선택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바로 우리가 대한민국입니다.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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