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조사 중인 공수처,
조그마한 의심점이라도 있으면 앞뒤 보지 않고 일단 뒤지고 보는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 사찰’ 논란이 확산 중인 가운데 공수처가 펜앤드마이크 소속 기자 2명에 대해서도 통신사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29일 확인됐다.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 조처 의혹의 검찰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사건의 공소장 내용이 언론으로 유출된 사건을 조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사건과 관련해 야당 의원을 비롯, 학계 인사 및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 중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진=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진=연합뉴스)

펜앤드마이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공수처는 펜앤드마이크 소속 김진기·조주형 기자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5월 친여(親與) 성향 시민단체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이 고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지 하루 뒤인 지난 5월13일 중앙일보 기사 〈이성윤 공소장엔…조국 “이규원 유학 가니 수사 말라”〉를 통해 이 고검장의 혐의 요지가 공개됐는데, 기사가 나온 이튿날인 5월1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경위와 관련해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요구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12월27일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공수처는 국내 주요 언론사 121명 기자 및 1명의 검사(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의 공익신고자인 장준희 인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그리고 공수처 설치에 적극 반대 의견을 개진한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집행부 소속 학자 30명 등 총 173명에 대해 287회에 걸쳐 그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또 공수처는 ‘이성윤 공소장’ 관련 최초 보도를 한 중앙일보 기자 1명 외 ‘공수처의 이 고검장 황제 의전’ 관련 보도를 한 TV조선 기자 2명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내역까지 조사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통산자료 조회 내역을 확인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대상자의 수는 계속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사진=연합뉴스)

야권을 중심으로 공수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불법사찰을 주도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즉각 사퇴하고, 국민적 신뢰를 잃은 공수처는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前 검찰총장) 역시 이날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공수처는 이미 수사대상으로 전락했다”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반드시 공수처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특히 공수처를 ‘게슈타포’에 비유하기도 했다. ‘게슈타포’는 나치 독일 시절 나치당 정권이 운용한 정치경찰을 말한다.

회원 23명이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된 한국형사소송법학회의 정웅석 회장은 이날 ”지난 8월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학술대회 축사 문제라 잠깐 통화를 한 적 있으니, 이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며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반대, 공수처 비판을 해 왔으니, 이번 기회에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 아닌가 추측이 든다”고 했다.

한편,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지난 23일과 28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 ‘통신사찰 의혹’의 관계자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3일 접수한 고발장을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배당했으며, 28일 접수한 고발장 역시 같은 지청(支廳)에 배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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