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민정수석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한국식 대통령제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권력의 요충지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사법(司法)과 사정(司正) 분야를 관할하다 보니, “미운 놈은 죽이고 우리 편은 봐주는” 선택적 형사소추권을 행사하는 대통령 권력의 핵심이다.

전두환 정권 때 까지만 해도 현직 판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법원의 재판까지 관여했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권에서도 민정수석실 권력의 크기는 줄지 않았다. 민정수석실 그 자체가 통치기구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고유한 업무중 하나는 대통령의 가족 및 친인척 관련 사항을 챙기는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가장 활발하게 작동된 이 업무는 친인척과 관련된 부정부패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절 육영수 여사의 부친은 형사가 365일 24시간 집 주변을 감시하고 미행당하는 ‘고통’을 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후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친인척을 밀착 감시하는 경찰서장이나 형사들이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 승진코스로 이용되는 일이 더 많았다.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아들의 ‘아빠찬스’ 문제로 9개월만에 물러났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다섯 명 전원이 불명예 퇴진하거나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한 방송은 김 수석의 아들 김모 씨는 최근 한 컨설팅 회사에 제출한 입사 서류에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입니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 “제가 이곳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아버지를 팔았다고 한다.

김 수석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문 대통령과 함께 변호인으로 활동했으며 문재인 정권에서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일하다가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재인정권 민정수석 ’잔혹사‘는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바탕으로 2년2개월을 재직했다.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의혹 등을 일으키며 35일만에 사퇴, 문 정권의 내리막길을 재촉했다.

조 전 장관의 후임인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8월 집값 폭등에 따른 성난 민심을 책임지겠다며 중도 사퇴했다. 그러면서 본인 명의로 서울 도곡동 아파트, 부인 명의 송파구 잠실아파트 등 2채를 팔지 않고 물러나 비난을 샀다.

그는 당시 잠실 아파트를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았지만, 매도가를 이 아파트의 역대 실거래 최고가보다 2억여원 높은 22억원에 내놓아 “애초 팔 생각이 없던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자 곧바로 물러났다.

이어 임명된 감사원 출신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12월말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할 때 법원도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잘못 보고한 책임을 진 것이라는 후문도 있었다.

이어 기용된 신현수 전 민정수석은 일반 국민 및 법조계의 합리적 여론에 입각, 추-윤 갈등을 마무리하려다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청와대 내 친문 강경파에게 밀려 두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문재인정권 민정수석실의 ’잔혹사‘는 수석 뿐이 아니다.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불구속기소 되면서 지난 7월 교체됐다.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은 지난 3월 임명됐다가 첫 재산공개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석달 만에 사퇴했다.

정작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거듭된 전시회 국비지원으로 논란을 일으킨 ‘아빠찬스’에 대해 국민정서나 시중여론과는 달리 ‘감싸기’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또 최근 청와대에서 함께 살고있는 대통령 딸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에 들어오기전 태국 이주 및 이혼 과정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들의 재임 중 비리에 연루된 아들이 사법처리됨으로써 퇴임 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문 대통령의 퇴임 후 가족 등 친인척 문제가 돌출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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