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 추천 받아야 입후보 가능...시민들이 선택 가능한 의석은 20석 남짓
2019년 '범죄인인도조례' 반대 시위 주도한 30대 이하 청년의 투표율은 10% 남짓
총 투표율 30.2%...직전 선거의 58%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

“사전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중국식 선거였다.”

지난 19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 개표 결과 ‘친중파’ 의원들이 전체 90석 중 89석을 획득했다. G7 및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이번 선거는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강조한 이래 실시된 첫 선거였다. 시진핑 주석이 말한 ‘애국자’란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정권 정당(ruling party)이라는 인식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말하며, 특히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과 협력한 사실이 없을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20일 종료된 이번 입법회 선거 결과 총 투표율은 30.2%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선거의 58%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써, 대부분의 홍콩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체 의석 가운데 40석은 ‘친중파’로 구성된 선거위원회가 선출하고, 30석은 업계 대표들로 구성된다. 시민들이 투표해서 선출할 수 있는 의석 수는 20석 남짓. 입후보자들은 입후보 전에 ‘애국자’ 여부를 심사받아야 했다. “사전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중국식 선거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 현지 매체의 설문조사 결과 특히 30대 이하 청년 층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이는 전체 유권자의 10%에 불과했다. 대개 지난 2019년 홍콩 당국의‘범죄인인도조례’ 통과에 맞서 거리로 나와 대정부 투쟁을 주도한 이들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G7 및 EU 회원국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이들 국가의 외무 장관들은 20일 이번 홍콩 입법회 선거 결과와 관련해 “선거 제도의 민주적 요소가 침해당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취지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과 홍콩 당국에 대해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킴으로써 자유 또는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부당한 탄압을 가하는 것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의석 수가 줄어든 점이나 ‘친중파’의 추천을 받지 않으면 입후보를 불가능하게 한 선거 제도상의 문제점을 들어 “’1국가2체제하 홍콩에 약속된 고도의 자치에 상처를 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오는 23일까지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이다. 시 주석과의 면담을 통해 람 장관은 이번 입법회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확인을 받고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일 홍콩의 ‘1국가2체제’과 관련해 “새로운 선거 제도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으로써, 다양하고 전례가 없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자화자찬하는 내용의 백서를 발간했다.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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