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은 동성애자‧정규직 노조 카르텔 문제 해결 위해 태극기 들지 않아…급진우파도 필요하다”
“좋은 대우 받고 싶지만 ‘깨시민’인척 분배 외치는 것은 모순”
“유튜브 광고비 곡당 10만원씩 벌어…이것도 꿈같은 일”

‘평창유감’이라는 랩송으로 이름을 알린 닉네임 '벌레소년'이 26일 정규재TV에 출연해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과 인터뷰를 가졌다.

평창올림픽을 보는 젊은 세대의 반북(反北) 정서를 재치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랩송 ‘평창유감’은 17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이 곡의 주인공인 벌레소년의 정체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벌레소년이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는 정 대표가 벌레소년에게 직접 ‘섭외 메일’을 보내 성사됐다.

벌레소년은 예상하던 대로 재치넘치는 발랄한 청년이었다. 이날 스튜디오는 벌레소년의 방문 소식을 듣고 찾아온 팬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벌레소년은 팬들에게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사인을 해주며 쑥쓰러워 했다.

주로 유투브를 통해 음악활동을 하는 벌레소년은 지금까지 총 20여곡을 발표했다. ‘벌레소년’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기 전에도 열 개가 넘는 디지털 싱글 앨범을 냈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를 ‘3류 음악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본인을 어떻게 규정하나
“네티즌이고, 3류 음악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랩퍼라고 불러도 되나
“정확히 랩퍼는 아니다. 음악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하기 때문에. 또 제 음악을 비유하자면 ‘댄스’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포맷은 댄스를 추구한다. 보수 진영도, 운동권 진영도 그리고 그들(운동권)에게 속아왔던 자들도 제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

-‘평창유감’을 만드는 데는 얼마나 걸렸나
“평창유감같은 곳은 ‘비트메이킹’이라고 하는데, 그런 건 1시간이면 다 만든다. 가사 작업 시간을 빼고 1시간이다.

-좌익을 비판하는 가사를 주로 쓴다. 언제부터 이런 세계관을 갖게 됐나
“음악 공부를 할 때부터 대중적인 것보다는 실험적인 것을 좋아했다. 실험적으로 장르를 섞거나. 그런 것에 대한 (개인적) 만족도가 높았다. 작업을 하다 정치적 이념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음악은 왜 없을까 그런 의문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벌레소년의 음악이 됐다. 그런 음악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대중문화적 코드가 필요했다. ‘클리셰’를 만들어야 되는 거다. 뻔한 결말을 알고도 보는 건데, 정치라는 소재는 그것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클리셰를 무한대로 만드려면 세상을 보고 풍자하는 일관된 시각, 이데올로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네오-라이트, 급진우파라고 부른거다. 급진적 좌파에 대응하려면 온건을 버리고 급진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어느정도 세상이 변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동성애자, 에이즈문제나 남자들만 군대를 가는 문제, 정규직 노조 카르텔 등. 보수진영은 이를 위해 태극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보수 진영이 채워주지 않는 이념적 결핍을 음악으로 표현해보자고 생각한 거다. 피상적으로는 좌파 진영의 그런(부도덕한) 부분을 뽑아서 조롱하지만, 실제 얘기를 꺼내는 지점은 우파 진영이 이념적으로 공백이거나 뒤처져 있는 부분이다. 그런 지점만 골라서 얘기를 만들다보니 우파 진영 내에서는 어떤 계파 내에 속하지 않고 동떨어진 부분도 있다”

-본인처럼 생각하는 지인들이 주변에 있나
“정치얘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깊은 얘기는 안 하지만, 보통 동창들은 정치적 내용의 깊이가 없다고 느낀다. 얘네들은 ‘아무말 대잔치’다. 그저 정치라는 걸 통해서 우리 인생이 나아지진 않지만, 적어도 피해를 주지 않았음 좋겠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치에 대해 전혀 모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기가 자영업을 하는 경우 쌍욕을 하는 식이다. 본인에게 피해가 오면 열을 낸다. (최근 문제가 된)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좌파 성향이지만 비트코인에 투자한 애들은 뚜껑이 열려 있다. ‘분배’에 대한 것도, 본인은 차등제를 원해서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우를 원하지만, 깨어있는 시민인 척 하려면 분배를 원한다고 해야 한다.

-벌레소년 노래의 가사들을 읽어보면, 우리 시대 문제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어릴 때부터 철학을 좋아했다. 사춘기때는 철학에 심취했다. 철학이 재미있는 것은 어떤 모순점을 발견하기 좋기 때문이다. 종교에 대한 모순이나. 그러다보면 좌파가 말하는 ‘분배’의 모순도 알게 된다. 부자들에게서 돈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뿌려주자고 하는데, 성장을 안하면 뿌려줄 돈도 없다. 결국 분배를 위해선 부자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그게 뭔가 모순이다. (좌파는) 분배를 정말 늘릴 생각은 없구나, 그런 맥락에서 광우병 (파동 등) 여러 과정을 보며 운동권이라는 종교집단같은 사람들이 국민들을 기망하고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느꼈다.”

-(현재 하는 음악활동이) 돈이 되나?
“벌레소년 이전에, 다른 이름으로 디지털 싱글을 많이 냈다. 그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 그 때 썼던 곡의 주제들은 사랑같은 것들이었다. 일반 가요 흉내를 내 본 거다. 음반을 열 개 냈는데 총 수익은 5만원이었다. 근 7~8년 동안 음반 수익이 5만원이다. 지금은 유튜브 광고비가 그래도 곡당 한 10만원씩은 나온다. 이것도 꿈같은 일이다.

-계속 익명으로 활동할 예정인가
“제가 드러내는 것을 안 좋아하는 성격이다. 제 얘기를 하는 편도 아니고. 저에 대한 것들이 말을 거쳐 나오면 왜곡히 심해지기 때문에 그것도 부담이 된다. 정치라는게 갈등 요소가 많은 영역인데,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동떨어진 편이라고 생각한다. 추구하는 이념도 온건우파는 아니다. 저처럼 급진 우파의 필요성을 느끼는 집단이 있다면 든든한 우군으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터뷰 = 정규재 대표 및 주필
정리 =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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