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7주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헌법체제, 결국 누구 손에 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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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뉴스속 인물은 이정희 전 의원. 2014.12.19(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뉴스속 인물은 이정희 전 의원. 2014.12.19(사진=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오늘인 2014년 12월19일, 대한민국 최초로 헌법적 절차에 따라 원내 정당이 위헌정당으로써 해산됐다. 바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인용 결정에 따라 파국을 맞게 된 통진당의 배경에는 '남한 공산주의 혁명'을 기저에 두고 있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작용했었던 것.

즉, 헌재는 통진당의 이념적 지향점이 북한의 주체사상과 동조하는 '진보적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고 본 것이다.

통진당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석기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가 확정돼 징역 9년형(자격정지 7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이석기 의원의 징역 선과와 함께 당시 헌재는 통진당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사유로써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불가결한 요소인 정당의 존립을 제약해야 할 만큼 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하여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라고 판시했다.

내란음모·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오후 수원구치소에 구속수감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며 결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3.9.5(사진=연합뉴스)
내란음모·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오후 수원구치소에 구속수감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며 결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3.9.5(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헌법 제8조제4항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가능하다'라고 명시돼 있다.

7년이 지난 오늘 19일, 당시 판결문의 핵심이었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기자는 지난 7월16일 대한민국 헌법에 대해 학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장영수 헌법학 교수와 대담을 진행한 바 있다. 7월17일 제헌절 제73주년에 맞춰 보도된 <[7·17제헌절 73주년]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전격 대담 공개>에서 그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의미를 강조한다.

다음은 당시 그가 언급했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설명이다. 통진당 해산심판 7주기를 맞이한 만큼, 그 판결의 관건이었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금 소개하고자 함이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체포동의안 본회의 가결 관련해 의원단 입장 발표 자리에서 이정희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2013.9.4(사진=연합뉴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체포동의안 본회의 가결 관련해 의원단 입장 발표 자리에서 이정희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2013.9.4(사진=연합뉴스)

#1. 통진당 해산심판 속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전체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ㅡ제가 우리 헌법 전문을 들여다보다가 독특한 용어를 봤습니다.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입니다. 우리 헌법 시작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나오는데요. 이것이 지난 9번의 헌법 개정에서 다 담겨 있던 게 강조된 것인지, 아니면 새로 생긴 겁니까?
▲ 제헌헌법 당시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것들은 대부분 독일에서 이야기된 다음에 우리도 하자고 해서 갖고 온 겁니다. 인권 이야기 할 때에도, 헌법 제10조에 인간의 존엄을 줄여서 인간의 존엄이라고 말하는데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독일기본법 제1조에 들어간 내용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봐야할 부분은, 우리 헌법이 1948년 제헌됐지 않습니까? 독일기본법은 1949년 제정됐습니다. 세계대전 이후인데요. 독일은 당시 전범국가니까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는데 나치에 대한 반성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고요. 그렇게 탄생한게 인간의 존엄이고요. 독일기본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처음 도입됐습니다. 그러니까 제헌헌법 당시에서는 우리가 기존 외국 헌법을 참고해 가면서 만들었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요. 게다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나치에 대한 반성,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었던 전체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겁니다.

ㅡ'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게,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못하게 지탱하는 일종의 '기준'이라는 해석이군요?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을 알기 위해서는, 다음을 아셔야 합니다. 독일 바이마르 당시 민주주의는 절대적으로 '다수결'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습니다. 그것의 딜레마가 뭐냐하면, 다수결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다수결의 결정으로 전체주의로 들어가버리는. 그랬을때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기조가 주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치가 민주주의 하지 않고 전체주의 하겠다면서도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집권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수결로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있지만, 전체주의 몇 년 해보고 다시 돌아가자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근본가치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민주주의는 '이것' 없이는 붕괴돼버린다는, 나치처럼 된다는, 다수의 지지를 받더라도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입니다. 국민주권이나 인권, 사법 독립 및 권력 분립 등이 깨지면 민주주의가 깨지고 이것은 다수라고 해도 안된다는 것이죠. 독일에서는 '현재적 다수보다는 인류 역사의 경험을 통해 검증된 역사적 다수가 우선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시적인 선전선동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히틀러를 유능한 지도자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내용을 보니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으로 확인되면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정당이나 개인을 위헌심판을 통해 다스려야 한다는, 엄격한 요건을 통해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 핵심 요건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입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 문제에서 그 문제가 다뤄진 겁니다.

민노총 및 이석기 구명위 관계자 500여명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이석기 석방 주장' 집회를 하고 있다. 2021.12.04.(사진=이석기 구명위, 편집=펜앤드마이크)
민노총 및 이석기 구명위 관계자 500여명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이석기 석방 주장' 집회를 하고 있다. 2021.12.04.(사진=이석기 구명위, 편집=펜앤드마이크)

#2. "용인할 게 따로 있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것을 어떻게 용인하느냐"

ㅡ교수님께서 쓰신 '헌법학(홍문사, 제12판)'을 보면 '다원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의 개념이라면서 인정해달라고 하는데, 다원주의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 다원주의가 다수결과 맞물려 있는 겁니다. 다양한 주장을 관용(寬容)한다는 것이죠. 톨러런스(Tolerance), 프랑스어로 '똘레랑스(Tolérance)'라고 하죠. 서로 하나만이 무조건 옳다라는 것은 서로 하나만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전체주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용인되는 것은 맞습니다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히틀러나 나치당 같은 것을 용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죠. 유태인 학살을 또 되풀이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다원주의의 한계, 다수결의 한계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입니다. 절대적인 다수결이 옳다고 했다가 히틀러에 의해 바이마르 공화국이 파괴됐는데요. 역사적인 교훈을 살려 똑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용인할 게 따로 있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것을 어떻게 용인하겠습니까. 통합진보당의 경우, 자기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용은 결국 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ㅡ교수님,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이야기 할 수가 있는 겁니까?
▲ 거꾸로, 우리는 그렇지 않으면 통일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적화통일은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겁니다. 일부 급진적인 사람들은,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도입한들 어떻겠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할 바에야 통일을 하지 않는게 낫다는 겁니다. 결국 궁극적인 가치, 헌법에서의 가치는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한 모든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월남 통일된 것처럼 남한 사람들 떼죽음 당하기 위해서 통일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통일을 한다는 것은, 통일된 국가가 그 이전보다 적어도 국민들의 인권 측면에서 나아져야 하는 겁니다. 그 조건이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것이고요. 민주주의의 근본가치, 그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이석기 한국 구명위원회의 도보 행진 시위. 2020년12월.(사진=이석기 한국 구명위원회)
이석기 한국 구명위원회의 도보 행진 시위. 2020년12월.(사진=이석기 한국 구명위원회)

#3.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죠"

ㅡ대한민국 헌법이라는 것은 결국,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빼놓고서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겠군요?
▲ 그렇습니다. 그것은, 최소한의 핵심. 다양한 주장들, 다양한 의견들 다 이야기되지만 최소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인류 역사를 통해 검증된 부분이라는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이비 민주주의, 대표적으로 인민민주주의나 한국적 민주주의 하는 것들. 이름만 붙여서 독재를 민주주의로 둔갑하는 것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제대로 갖춰지고 있고 존중되고 있는지 봐야 하는 것이죠.

ㅡ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고서 제일 특징적인 부분이, '민주주의'라는 용어만 쓰는데요. 헌법에서는 '자유'라는 말이19번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가?
▲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다릅니다. 민주주의를 넓게 말하면, 자유민주주의도 있고 사회민주주의도 있다는 겁니다. 독일도 양대 정당 중 기민당, 사민당. 사회민주당이거든요. 서구의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세력은 많습니다. 그 때 그 사회민주주의는 북한식의 공산주의나 구소련의 볼셰비키즘, 이런 것들과는, 즉 맑스-레닌주의와는 구분됩니다.

ㅡ구분점이 있습니까?
▲ 거기에 핵심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말을 했는데요.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을 해산시킨 적이 있습니다. 위헌정당이라고 해서요. 같은 사회주의인데 왜 공산주의는 안되고 사회민주주의는 되느냐는 것인데, 이는 명칭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용인하고 있느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것이고요. 독일 사민당은 이걸 받아들였지만 공산당을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가 문제가 됐어요. 하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또다른 하나는 폭력혁명입니다. 당시 독일 공산당이 이를 관철시킬 능력은 없었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정당이 커지면 민주주의를 뒤집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는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검찰이 공개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총책인 'RO' 조직체계도와 압수품.2013.9.26(사진=연합뉴스)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검찰이 공개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총책인 'RO' 조직체계도와 압수품.2013.9.26(사진=연합뉴스)

#4. "민주 국가의 주인은 국민, 국민만이 헌법을 지킬 수 있습니다"

ㅡ교수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려는 우리의 의지, 그 의지를 판단하는 것인지조차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의 상황에 와 있는 것인지?
▲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더 맞을 겁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게 민주헌법의 핵심이라는 것, 그것을 지키는 것이 헌법을 지키는 것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수 있는 힘은 개인에게 없습니다. 그것은 정당을 비롯한 거대 단체들에게만 그럴 힘이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히틀러. 나치당이 없었다면 히틀러가 그렇게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헌법의 수호자가 누구냐고 물을 수가 있겠어요. 우리는, 과거 독일에서 대통령이냐 헌법재판소냐라는 논쟁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 기관만 수호자가 되어야 하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 기관이 헌법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겁니다. 히틀러는 집권 이후 스스로 깼는데, 권력자 스스로 침해할 때에는 어떡하느냐하면, 결국 헌법의 주인에게 향합니다. 헌법 주인은, 민주국가라면 국민입니다. 궁극적으로 국민이 헌법을 알고 국민이 헌법을 지켜야 합니다. 궁극적인 헌법의 수호자는 국민 스스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헌법에 대한 관심도 있고, 적극 나서야 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헌법에의 의지'라고 합니다.

ㅡ'헌법에의 의지'라고요?
▲ 니체가, '권력의지'라는 말을 했잖아요? 그걸 빗대서 '헌법에의 의지'라고 말씀드립니다. 주권자 스스로가 남일처럼 볼게 아니라 내가 나서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헌법에 대한 자기 확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헌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 헌법을 지킬 의지가 나오겠어요? 이 헌법이 좋은 헌법이고, 이것으로써 우리나라가 보다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일명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라는 단체의 회원 등이 7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9.12.7(사진=연합뉴스)
일명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라는 단체의 회원 등이 7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9.12.7(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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