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2018.9.13(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2018.9.13(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코드’ 인사는 만사(萬事)인가? 망사(亡事)인가?

국정 운영에서 인사의 중요성은 누구라도 부인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모든 국정 현안을 직접 해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결국 적재적소에 인재들을 등용함으로써 이들이 전문적 능력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합리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사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했던 사람 중의 한명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항상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말하면서 대통령 개인의 능력보다 주변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하여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국정운영의 핵심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던 인사와 실제 행한 인사 사이에는 괴리가 있었다. 수십 년 민주화 투쟁을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던 가신그룹에 대한 인사는 능력과 무관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신그룹에 대한 빚을 인사를 통해 갚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에는 이른바 코드 인사가 등장하여 인사의 방향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처음 시작된 코드 인사는 ‘능력보다 코드가 맞아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광범위하게 활용되었다.

얼핏 보기에는 단체경기의 경우에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웍이 잘 맞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코드 인사의 필요성 또한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바꿔 보면, 코드 인사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첫째, 코드라는 외국어 표현으로 포장했지만, 그 민낯을 드러낸다면 결국 코드 인사란 당파적 인사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조선 말기의 당파싸움을 재연하는 인사가 합리적 인사라고 할 수 있을까?

둘째, 유능한 감독이라면 동네 축구에서 최상의 팀웍을 자랑하는 팀을 선발하기보다는 국가대표급의 유능한 선수들을 선발하여 이들이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처럼, 유능한 대통령이라면 능력과 무관하게 코드 인사를 하기보다는 유능한 인재를 박탈하여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인재들조차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대통령이 유능한 리더일 수는 없다.

셋째,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의 인사가 동네 슈퍼의 주인이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과 같을 수 없다. 대통령의 인사는 곧 국가경쟁력이며,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정권의 실패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조국(왼쪽부터) 민정수석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문재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일정총괄팀장, 윤영찬 홍보수석. 2017.5.11(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조국(왼쪽부터) 민정수석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문재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일정총괄팀장, 윤영찬 홍보수석. 2017.5.11(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코드는 도덕성을 담보하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논란되었던 점 가운데 하나가 전문성은 부족할지 몰라도 도덕성은 충분히 갖춘 인사였다는 주장의 타당성 여부이다.

인사의 합리성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전문성(즉, 능력)과 도덕성이라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사청문회에서는 계속 도덕성에 대한 논란만이 있었고, 전문성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는 거의 없었다. 그로 인해 인사검증은 마치 도덕성 검증처럼 되었고, 코드 인사의 경우에도 도덕성 검증을 통과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되었다.

그러면 코드 인사가 태생적으로 전문성에 취약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접어 두더라도, 코드 인사는 도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일까? 과거 민주화 운동의 경력이나 인권변호사로서의 이력 등이 도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경험을 통해 도덕성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며, 특별한 경력이나 이력으로 담보될 수 없다는 점이 경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코드 인사를 앞세운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른바 고위공직자의 비리는 끊임없이 터져나왔고, 김영삼⋅김대중 정부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도덕적인 우월성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무능한 아마추어 정부라는 비판이 공감을 얻었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 특히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정책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독선적인 국정 운영이라는 비판이 계속되었다.

전문성의 약점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코드 인사가 도덕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이지 못한다면, 도대체 코드 인사를 고집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국회가 도와주지 않아서 대통령 못 해먹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즉, 적어도 자기 주변 인물들은 자기와 코드가 같고, 자기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국민 전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하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을 포함한–역대 대통령의 약속과 모순되는 것이다. 삼권분립의 시스템이 견제와 균형임은 상식인데, 국회가 대통령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헌법의 기본정신을 벗어난 것이며, 대통령의 인사권이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보다 대통령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자기 사람들을 요소요소에 심는 것이라고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3.22(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3.22(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인사권 통한 개혁의 모순성!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코드 인사를 답습했을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사권을 통한 개혁’을 강조하였다. 대통령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의 하나인 인사권을 통해 구태의연한 정부조직을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매우 심각한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최순실 사태(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 오남용에 있었고, 문재인 정부의 집권 초기부터 가장 강조되었던 검찰개혁의 발단 역시 최순실 사건 당시에 검찰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늦장수사, 봐주기수사를 했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었다.

그러므로 유사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개혁이라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검찰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 오남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검찰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대통령의 인사권을 강조하고, 그 인사권을 앞세워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 어떻게 개혁일 수 있는가?

비록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으나, 그 직무의 특성상 독립성과 중립성이 강조되는 검찰과 감사원의 수장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과 충돌을 빚고, 그로 인하여 전 검찰총장과 전 감사원장이 나란히 대통령선거에 야당의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일 뿐만 아니라, 그 직접적 원인이 대통령의 인사권 오남용이라는 점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어느 조직에서나 인사와 재정이 가장 중요한 권한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인사권의 오남용이 야기할 수 있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서도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감사원장의 임명 등과 같이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경우가 적지 않으며, 나아가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하여 국무위원을 비롯한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으로 국회의 통제범위를 더욱 확대했던 것이다.

진정한 개혁이라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어야지, 오히려 이를 앞세워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독립성과 중립성, 공정성이 요구되는 국가기관들까지 대통령에게 굴종하도록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권을 통한 개혁’이란 진정한 개혁일 수 없으며, 오히려 개혁의 미명 하에 개악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편집=조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편집=조주형 기자)

코드 인사의 폐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코드’는 곧 당파성이며, 당파성 강한 인사가 인재 등용의 걸림돌이라는 점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또한 코드 인사는 도덕적일 수 없다. 코드는 곧 당파성이며, 당파성과 공정성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드 인사를 걷어내고 탕평책을 통해 널리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출발점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권력 담당자에게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고, 대통령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한을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른바 신뢰의 원칙보다 불신의 원칙이 우선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을 앞세우는 삼권분립을 통해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이 등용되어 적재적소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한 출발점은 유능한 정부의 구성이며, 유능한 정부를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이 유능한 것보다는 대통령의 합리적 인사권 행사를 통해 유능한 인재들을 등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인사를 대통령의 개인적 판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사청문을 통해 철저하게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코드 인사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인사, 바람직한 인사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문제로 되돌아와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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