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세계경제는 상승세를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2%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11월에는 더욱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높은 임금인상으로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던 견해를 바꾸어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1월 신규 고용이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적은 21만명에 그쳐 10월 신규고용 규모 54만 6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고 오미크론에 따른 경기 소폭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는 14-15일에 있을 연준의 공개시장조작회의에서 현재 월 150억 달러씩 줄이고 있는 양적완화 축소 즉 테이프링 폭을 강화해 내년 3월에 테이프링을 끝낼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수순은 금리인상이다. 원래 내년에 가서 추진하려던 금리인상이 1년 여 앞당겨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7%를 기록해 2개월 연속 3%가 넘는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상승해 주부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오미크론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세의 가장 큰 요인은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되어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점도 중요한 부담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에 6639억 달러, 채권시장에 1789억 달러 합 8428억 달러(12.8 기준) 들어와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금리차이가 커지면 외국인투자자금이 이탈한다. 위기징후가 보이면 더욱 큰 폭으로 유출된다. 외채는 단기외채 1646억 달러 장기외채 4462억 달러 합 6108억 달러(3분기말 기준)에 달한다. 외환보유액은 4639억 달러(11말 기준)에 불과하다. 위기징후가 보이면 전체적으로 한국의 외화유동성이 부족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심지어 금리인상 전망이 나오면 OECD회원국으로서 자본이동이 자유화되어 있는 한국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오는 12월말로 종료되는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통화스왑이 종료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연장합의가 아직 되지 않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종래에는 3개월 여 전에 만기연장이 되어 왔다. 최근 들어 한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부담요인이 아닐 수 없다. 여러 후선 외화유동성 확보 있지만 달러를 공급해 주는 한미 한일 통화스왑이 중요한데 한일통화스왑은 경색된 한일관계로 언급도 못하고 있고 한미 통화스왑마저 막판까지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금리인상이 앞당겨질 전망이어서 한국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위기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후에 신흥시장국의 자금이 미국으로 역류하면서 발생한 위기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하면서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가계소비가 둔화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특히 기업과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충격이 크다. 7일 국제결제은행(BIS)은 주요 20개국(G20) 중 우리나라만 두드러지게 가계과 기업을 합한 민간의 빚, 즉 민간신용이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 즉 민간신용의 GDP에 대한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18.1%를 기록했다. BIS가 조사한 52개국 중 올 2분기에 민간신용 레버리지 비율이 1분기보다 오른 곳은 한국 외 그리스, 홍콩, 싱가포르 등 4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48개국은 올 2분기에 전 분기보다 줄었고, 상당수는 2분기 연속 줄기도 했다.

이는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소득 대비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부채 증가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문정부들어 경제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로 일자리가 큰 폭 줄어들어 생활고가 심해지고 설상가상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집값도 급등하자 빚을 내 투자하는 영끌투자가 늘고 막무가내 반기업정책으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도 자금 확보에 나선 결과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우리나라 신용갭(신용/GDP 갭)은 16.9%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점에 중국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신용갭이 낮아졌는데 한국은 유독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용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괴리를 보이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부채평가 지표다. 민간 신용 비율 상승 속도가 빠를수록 갭이 벌어지는데 BIS 기준에 따르면 신용갭이 10%를 초과하면 ‘경보’ 단계, 2∼10% 사이면 ‘주의’단계, 2% 미만은 ‘보통’ 으로 분류되는데 국내 민간 부채 상황은 이미 경보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신용갭은 2017년 12월 말(-2.4%)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해 2019년 6월 말(3.9%)로 주의 단계에 진입한 뒤 지난해 2분기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경보단계로 들어섰다.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한미간 금리차로 인한 자본유출을 저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 회복이 둔화되어 일자리를 잃은 취약 계층 등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특히 가계부채의 79%가 변동금리라서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민간소비가 둔화될 전망이다. 한은은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과 자본유출 방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재정측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마구 돈을 풀겠다고 나서는 등 통화 재정정책의 엇박자가 커지고 있어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4일 만에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명목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군불을 지피고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소상공인·자영업자 50조원 피해보상을 거론하자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은 한발 나아가 "자영업자 보상에 100조원을 투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 듯 하다. 국회가 코로나19 손실보상 2조2000억원을 포함해 60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슈퍼예산안을 통과시킨 지 4일 만이다. 그런데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추경을 거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내년 세출 예산의 73%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72.4%)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상반기 집행률을 갈아치웠다. 내년 총예산 607조7000억원에서 기금을 뺀 일반·특별회계 597조7000억원 중 363조5000억원이 내년 6월까지 풀리는 것이다.

급증하는 나라빚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랏빚은 내년에 1000조원을 돌파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선다. 게다가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향후 5년간 국가채무 비율 상승폭이 가장 높고 재정 적자 배율도 최고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쪽에서는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려서라도 금융안정을 도모하려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돈풀기에 여념이 없다. 소상공인 자영업을 비릇한 코로나로 인한 국민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국가가 지탱할 수 있는 재정상한을 벗어나면 곧바로 재정위기로 이어진다. 2011년 남유럽재정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이 과도하게 지출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교훈을 잊어면 안된다. 과거 1997년 2008년 금융위기가 모두 미국 금리인상 후에 발생했다는 점을 교훈삼아 많은 국가들이 재정긴축으로 돌아서며 위기 대비한 재정의 방파제를 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막무가내 돈풀기로 나랏빚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국제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한국경제는 재정위기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복합위기 나락으로 떨어질 우려가 크다. 한국경제가 지탱할 수 있는 재정상한을 설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모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금의 코로나 난국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2차대전 중 국민들에게 피와 땀과 수고를 요구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 처질 같은 진정한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제라도 현대판 고무신 선거 포퓰리즘을 지양하고 재정 정상화로 미국금리인상 후에 불어닥칠 위기에 대비한 재정방파제를 쌓아야 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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