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전 함장 "사과 완전히 받아들이기엔 아직 힘들지만 늦게나마 다행"
"사과, 반성 진정이라면 어떤 당으로 가시든 관여치 않을 것"

사진=최원일 전 천안함장 페이스북
사진=최원일 전 천안함장 페이스북

좌파진영에서 오랫동안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로 활약하다 '조국 사태'로 돌아선 권경애 변호사가 자신의 천안함 관련 행적 논란이 불거지자 당사자들을 찾아 사과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은 권 변호사가 용기를 내준 데 대해 늦게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전 함장은 10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7일, 천안함 좌초설과 잠수함 충돌설 음모론자를 악랄하게 변호해주던 권경애 변호사를 서초동에서 만났다"며 "권 변호사는 공익에 대한 반대의견의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변호하다가 또 다른 약자(유족, 생존장병)들에게 상처를 준 일에 대해 크게 뉘우치고 사과했으며, 변호 중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명백하다는 것을 알고 그만 두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10년 9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의 천안함 종합보고서 관련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최원일 함장은 군형법상 제71조 함선 복몰죄에 해당한다. 취역 중에 있는 함선을 충돌·좌초시키거나 위험한 곳으로 향하게 해 함선을 파괴하는 자는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굉장히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군형법상 제24조는 적전에서 (지휘관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하고 있다"면서 "무기나 징역형이 있지 않고 사형이란 단일형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잠수정이나 어뢰의 접근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았고, 이러한 경계 실패라고 하는 것은 군 지휘관으로서의 분명한 직무유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것도 책임을 물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 권 변호사가 합류할 것이란 소식이 끊이지 않자 천안함 전사자 고 민평기 상사의 친형 광기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권 변호사님, 법정에서 악랄하게 변호하셨지요. 법정에서 가슴에 비수를 찔러가며 신문을 가했던 생존장병들과 최원일 함장님께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라며 "당신들은 전사한 전우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증인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듣고 싶어 하는 답을 기대하며 교묘하고 야비하게 자존심 깎아가며 고문같은 신문 공세를 했다.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항의했다.

권 변호사는 사건 초기부터 '천안함 좌초설'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재판에 넘겨진 신상철 전 데일리서프라이즈 대표의 변론도 맡았었다.

최 전 함장은 권 변호사의 사과를 대체로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늦게나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용기를 내 준 권 변호사! 나를 '사형시켜야 한다'는 그 발언, 정말 죽고 싶었고 아직도 가슴에 비수로 남아 있지만 이분 또한 우리가 목숨바쳐 지키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늦게라도 이런 분들이 나와준다는 사실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 전 함장은 "권 변호사의 사과는 아직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저와 함께 대전현충원 참배를 약속했으며, 향후 진정성 있는 행보를 기대해본다"며 "이번 사과와 반성이 진정이라면 앞으로 이분이 어떤 당에 가든, 어떤 일을 하든 관여치 않겠다. 천안함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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