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칼럼]북한은 정말 핵을 폐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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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4.26 10:04:35
  • 최종수정 2018.04.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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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와 평화공존은 국제정치학 이론에 비춰볼 때 올바른 기대와 분석 아냐...
北 64년 동안 핵개발...김정은, 작년 5월 자손만대 물려줄 '주체탄' 완성됐다고 자축
풍계리 시험장 폐쇄 결정은 "북핵 이미 완성돼 더 이상 실험 필요없다는 뜻"
北, 언론에 '핵보유국' 사실 주민에게 주지시키라고 하달
美매체 더 힐 "회담 실패할 경우 전쟁 발발 확률 100%"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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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정상 회담이 바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언론들은 북한 핵문제가 이제는 다 해결 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한반도에 봄이 왔고 평화도 온 것 같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북한 문제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도 많지만 국제정치와 국가안보를 공부하는 필자 같은 학자들도 피곤한 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 한반도에 평화가 와서 필자처럼 국가들은 왜 싸우는가의 문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좀 할 일이 없게 되었으면 좋겠다.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여당 정치가들, 언론들이 생각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그로 인한 평화가 한반도에 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특히 김정은 체제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제정치학 이론에 비추어보아도 혹은 국내정치를 연구하는 비교정치학 이론에 비추어 보아도 올바른 기대와 분석이 아니다.

이토록 쉽게 평화가 이루어 질 수 있었다면 북한은 그토록 오랫동안 밥을 굶어가며 핵폭탄과 미사일을 만드느라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부터 핵을 만들고 싶어 했던 북한이니 핵개발 노력이 시작된 지 금년으로 64년이 되었다. 북한의 핵개발은 김정은이 태어나기 거의 30년 전부터 시도한 일이다.

1967년 김일성은 ‘미국이 원자탄을 사용하면 우리도 사용할 수 있다’ 고 말함으로써 핵무기 소유의 간절한 꿈을 말한 적이 있었다. 아직 김일성이 살아 있을 무렵 김정일은 ‘수령님 대에 조국을 통일하려면 하루빨리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 놓고 조국 통일을 주체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이 같은 언급은 당대 미국 최고의 국제정치 학자들이 개발한 핵전략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언급이었다. 북한이 미국의 도시 한 두개를 핵공격 할 수 있게 되는 날 북한은 미국의 개입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한국을 무력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로서 로스앤젤레스가 북한 핵에 의해 파멸이 확실한 상황이 되었을 때, 그때도 미국이 대한민국을 적극적으로 지켜 줄 수 있을 것인지는 미국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다. 미국이 LA의 희생을 각오하고 도와줄 나라는 지구상에 한 나라라도 없다.

북한의 핵폭탄이 미국에 도달한다는 것은 북한에게는 꿈의 전략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눈앞에 꿈에도 그렸던 상황이 다가 왔다. 작년 겨울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앞으로 3개월이면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후 3개월이 지났다. 마이크 폼페오 국장의 언급은 북한 핵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조금 ‘과장’을 한 것이라고 보아도 된다. ‘방치할 경우 2018년 연말’이 되면 북한의 핵폭탄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보다 타당한 분석에 의한 것이다. 아무튼 북한은 꿈에도 그렸던 전략의 성취가 바로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북한은 정말 눈물겨운 세월을 지냈다. 1988년 북한 핵 문제가 공식적으로 국제문제로 비화된 이후, 중국마저도 북한의 핵 개발에 압박을 가했다. 1990년대 초반 덩샤오핑은 김일성을 베이징으로 불러 무려 12일 동안 설득과 협박을 했다. 그때 김일성은 마지못해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지가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일성은 그러나 핵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한 이후 김정일은 ‘이제 믿을 것은 핵폭탄 밖에 없다’ 고 말하며 북한의 과학자들을 독려했다.

핵개발 3대를 이어받은 김정은은 작년 5월 14일 약 3개월 만에 미사일 발사가 성공하자 그 다음날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렸다. 북한 언론들은 ‘자손만대에 물려줄 주체탄’ 이 완성되었다’고 기록하고 북한의 과학자들과 지도자들은 감격해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금년 1월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협박했다.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단추를 누르면 미국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며 말이다. 김정은은 그렇게 말함으로써 핵전략의 진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노출했다. 이 세상 어떤 나라의 대통령이 핵무기를 자기 손으로 직접 발사하나? 북한이 핵무기 체계(Nuclear Weapon System)를 갖추었다고 말하려 한 것 이었겠지만 대단한 '뻥'이 포함된 얘기였다.

그런데 김정은에게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지만 미국이 결코 김정은의 손아귀에 핵미사일을 쥐어 줄 수는 없다며 치고 나왔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머저리들 중에는 ‘미국 것은 되는데 왜 북한 핵은 안 되느냐?’ 며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에는 핵무장 국가들이 7-8개국 되는데 미국이 못 만들게 한 나라는 이란과 북한 두 나라 뿐이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등의 핵개발을 막지 않았다. 미국이 보기에 이들은 양아치 혹은 망나니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장이라도 북폭을 단행할 것처럼 김정은을 압박했고, 결국 김정은은 미국과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이 3월 5일 한국 특사 5명이 방북했을 때이니 핵단추가 있다고 말한지 불과 64일 지난 시점이었다. 한국 특사들이 미국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에 들었다는 말을 전해주자 트럼프도 김정은과 회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3월 8일이었다. 이후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대폭 변했다. 전쟁이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전전긍긍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도 김정은과 대화한다는 말 한마디 듣고, 한반도에 봄이 왔다고 흥분하고들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왜 회담장에 나오기로 했을까? 대한민국의 선의에 감동을 받아서 일까? 대한민국의 유화정책에 감동을 받아서 일까? 아닐 것이다. 버티다가는 미국에게 맞아 죽을 것 같아 대화의 장으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관리들은 한결같이 강한 압박의 결과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 것이라 말하며 북한이 핵 폐기를 선언할 때까지 최대의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트럼프가 ‘한국의 관리들이 미국 덕택에, 특히 트럼프 대통령 덕택에 북한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고 평창 올림픽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너그럽게 말해 주었다’ 는 말을 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관리들도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제는 대화가 곧 평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김정은이 못쓰게 된 핵실험 시설을 폐기한다고 말한데 흥분할 필요는 없다. 솔직히 풍계리 핵 실험 시설이 왜 못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한 부분이 너무 많다. 미국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풍계리 핵실험 시설이 붕괴되어 200명 이상이 죽었다. 수많은 과학자 기술자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미사일 발사 실험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은 이미 완성되었으니 더 이상 실험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의 언론 매체들에게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잘 주지시키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한다.

우리정부가 얼굴을 붉히더라도 북한의 핵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할 의지가 없다면 4월 27일의 남북대화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별 약발이 없는 그저 그런 일이 될 지도 모른다. 아니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지도 모른다. 김정은이 핵을 폐기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이며, 남북회담의 결과는 미북 정상회담이 정말로 열릴 수 있느냐의 여부마저 결정짓게 될 것이다.

마이크 폼페오 국장이 은밀히 김정은을 만나고 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그다지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자신은 북한 핵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희망하지만 일이 잘 될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희망이 없어 보이면 아예 회담 자체를 열지 않을 수 있으며, 만남 중이라도 결과가 기대되지 않을 경우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조심스런 언급은 폼페오와 김정은의 만남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믿을 수 있는 매체인 더 힐(The Hill)은 회담이 실패하게 될 경우 전쟁이 발발할 확률은 100% 라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트럼프는 앞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하게 되던 혹은 못하던, 자신은 모든 방법을 다 사용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궁극적인 수단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가장 최근 북핵관련 트럼프의 언급은 4월 22일자 트윗인데 말투가 그다지 희망적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We are a long way from conclusion on North Korea, maybe things will work out, and maybe they won’t - only time will tell....But the work I am doing now should have been done a long time ago!" (우리는 북한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실패 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다 오직 시간만이 말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미 오래 전에 했었어야 할 일이다)라고 그 자신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말투보다 약간은 비관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임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자신이 고생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내포한 말이다. 김정일과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크리스토퍼 힐, 북한에 대해 유약한 듯하다고 주한 미국대사 지명에서 철회된 빅터 차 교수조차 모두들 북한의 최근 언급이 핵 폐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말하고 있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난 일본의 오노데라 국방장관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도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만난 아베는 일본인 납치 문제도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고 트럼프는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와 아베가 회담을 마친 날인 4월 17일 미국 미사일 방어청장인 사무엘 그리브스 공군 중장은 “북한이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거리미사일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북한의 추가 미사일 시험 발사는 거의 확실하다고 내다보았다.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가 북한이 평화적으로 핵을 폐기하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낙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북한 핵의 위협을 미국보다 훨씬 심각하게 느껴야할 한국은 낙관론 일색이고 미국 사람들은 조심스런 비관론을 펴고 있다는 현실적 괴리는 북한 핵 폐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 미어세이머 교수가 한 다음의 말은 북한을 상대하는 우리나라 지도급 인사들이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아 길게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유화전략은 공격적 현실주의가 지시하는 바와 배치되며 그 결과 공상적이고 위험한 전략이 되고 만다. 위험한 적대국을 친절하고 부드러운 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더욱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바꿀 수는 없다. 실제로 유화정책은 침략국의 정복 욕구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게 된다.”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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