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는 "후보가 누구?", 이준석에는 "본인 정치 잘하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뭐길래?
"지금 민주당은 무슨 짓을 해도 이준석 같은 30대 정치인 못 구해"

당내 의원들에게 이재명을 공부하라며 재명학을 설파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송영길 페이스북)
당내 의원들에게 이재명을 공부하라며 '재명학'을 설파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송영길 페이스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부산에서 함께 선거운동에 돌입하자 여권 인사들이 일제히 이간질에 가까운 비난 공세에 나섰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관계를 다시 멀어지게 만드려는 민주당의 조급함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데 대해 "민주당 입장에선 두 사람의 단합이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위협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尹에는 "후보 맞나?", 이준석에는 "본인 정치 잘하네"

이경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부산에서 펼친 선거운동 현장 사진을 공유하며 "대선 후보가 누구래요? 이준석, 다 계획이 있었구나. 본인 정치 잘하네"라고 했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대표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겠다고 선언했네요"라며 "쯧쯧, 이준석 본인만 돋보이게 하고 윤석열은 후쳐 보이게 만드는 빨간 후드티, 유치하다. 이준석 작전일까요?"라고 했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선대위 소속 현근택 변호사도 각자의 페이스북에 부산 선거운동 현장 사진을 올리며 "국힘은 누가 후보인가여 ㅎ", "누가 후보인가요 ^^"라고 했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주인공이니 자신에게 사인을 부탁해도 완곡하게 물려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윤 후보 뒤에 서야 한다"며 "이 대표가 이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윤 후보를 불러다가 확실히 물 먹이는 것일까"라고 했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뭐길래?

박시영이 11월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SNS 캡처)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단합을 위협적이라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민주당 입장에선 줄곧 2030과 6070의 단합으로 586 정권을 무너뜨릴 생각인 '세대포위론'의 이준석 대표와 선거판에서 소위 중도로 불리는 '캐스팅 보트' 공략에 남다른 능력을 지닌 것으로 인정받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까지 가세하면 이번 선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권 인사로 여론조사와 정치컨설팅을 하고 있는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한달여전인 지난달 10일 페이스북에 "보수진영의 전략은 최대 리스크인 홍준표의 '대선 보이콧'을 잠재우는 것"이라며 "선대위 구성(갈등 후 봉합)을 이슈화시켜 윤석열-김종인-이준석 3명을 함께 띄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속지 말아야...홍준표를 소환시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윤석열 김종인 이준석 세 사람 모두 떠들썩한 갈등 후 봉합으로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그간 활동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홍 의원도 세 사람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물밑에서 제 역할을 했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합류로 당분간 백의종군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지금 민주당은 무슨 짓을 해도 이준석 같은 30대 정치인 못 구해"

정치권 안팎에선 "부산에서 둘이 후드티 입은 게 구리다고 하는데 이재명 옆에 송영길이 후드티 입고 있는 것만 하겠나?"라는 말이 나왔다.

한 인사는 "이준석에 충격을 받은 윤석열 지지자들이 많지만 처음부터 서로 합이 맞는다고 하면 그게 이상한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 쪽에서는 윤석열과 이준석이 다투고 또 단합하는 이런 과정을 일종의 기획된 쇼라고 보는 측면이 강하다"고 했다. 그는 "그만큼 이러한 과정이 그들이 볼 때 부럽다는 이야기"라며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라며 SNS 릴레이 지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인사도 "이준석이 자기 정치나 한다는 사람들 보면 답답하다"며 "이준석 인기가 높아지고 그런 이준석이 윤석열을 적극 밀어주는 것 만큼의 광고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대표를 들러리로 무시하면서 겉돌게 하고 그럴듯한 외부인사들 깜짝 영입해 매머드 선대위 꾸리면 잘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는 이준석 같은 정도의 정치인이 없다"며 "관권선거, 금권선거 다 할 수 있는 저들이 무슨 짓을 해도 선거기간 중에 이준석 역할할 사람 못 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율과 윤석열 후보 지지율의 간극은 젊은 층에서 특히 크게 벌어졌다. 칸타코리아가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11월 29일~30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권교체'(49.7%)가 '정권재창출'(34.8%)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선 정권교체론이 47.5%인데 반해 윤 후보 지지율은 23.4%였다. 윤 후보로선 24.1%포인트나 놓치고 있는 것이다. 60대 이상에선 정권교체론이 61.1%, 윤 후보 지지가 53.9%였다. 7.2%포인트 차이로 전 연령에서 가장 적었다. 윤 후보가 내년 대선의 '캐스팅 보터'로 급부상하는 2030세대에서 이같은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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