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하기독교인들이 성경책을 구하는 방법...“북한에서 성경책 한 권은 흰쌀 20~25kg 살 수 있는 값”

한국 순교자의 소리가 인쇄한 조선어 성경(사진=한국VOM)
한국 순교자의 소리가 인쇄한 조선어 성경(사진=한국VOM)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북한. 김일성은 북한에서 기독교를 ‘박멸’하고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올랐다. 북한에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 그러나 북한에서 비밀리에 신앙을 지키고 있는 이른바 ‘지하기독교인’은 4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5만~12만, 최대 20만 명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반인륜적 처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정권의 가혹한 박해와 살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이 기독교 신앙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정권의 삼엄한 감시체제 아래 이들은 어떻게 신앙을 지켜가고 있을까. 이 보고서는 독재 권력과 죽음도 막을 수 없는 영혼의 존재와 자유를 향한 갈망에 대한 기록이다.

북한에서 성경을 소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때로는 구속과 처형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정권의 철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성경책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장마당에서도 성경책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관리들은 ‘인민반 회의’를 통해 주민들에게 성경을 읽지 말고 성경을 소지하는 사람을 보면 신고하도록 반복적으로 경고한다. 코리아미래전략 보고서는 북한당국이 성경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사람과 그 가족의 구성원을 감옥에 보낸 사례를 여러 건 기록했다. 예를 들어 한 노동당 당원은 성경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고, 3천 명의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혜산 비행장에서 처형당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북한으로 성경을 들여온 후 양강도 삼지연 병원 근처에서 300여 명의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됐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절 식량을 구하거나 밀수를 위해 국경은 넘었던 북한주민들은 중국 조선족 교회에서 얻은 식량과 함께 성경책을 비밀리에 북한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지현아 작가는 1990년대 말 식량을 구하러 중국에 갔던 어머니가 성경책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핸드폰만한 크기의 작은 성경이었다. 그녀는 틈이 날 때마다 성경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당시 10대였던 지 작가는, 친구의 밀고로 인해 보위부에 불려갔다. “어느 날 보위부에서 불러서 갔더니 가자마자 저를 때렸어요. 책상 위에는 제가 보던 성경책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녀는 성경책을 길에서 주웠다고 거짓말을 했다. 보위부원은 그녀에게 앞으로 이런 책을 다시 주우면 즉각 바치라고 엄포를 놓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그녀는 누가 그 책을 갖다줬냐고 보위부원에게 물었다. 그는 “너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대답했다.

선교단체들은 성경책과 기독교 영화, 설교, 신앙 서적들이 담긴 USB나 SD카드를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 속에 숨겨 들여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 들어 국경지역의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최근에는 북중국경을 통한 물품 반입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와의 전화통화도 한층 어려워졌다고 탈북민들은 말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장마당이 있다.

“요즘엔 장마당에서도 성경책을 팔아요”

북한으로 보낼 쌀을 담은 페트병에 성경책을 붙이는 모습(사진=노체인)
북한으로 보낼 쌀을 담은 페트병에 성경책을 붙이는 모습(사진=노체인)

 

이명희 씨(가명, 73세)는 최근에는 북한 장마당에서 성경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북한의 딸들이 위험에 처할까봐 일부러 성경책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딸들이 그녀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에서 성경을 비밀리에 판다”고 했다. 딸들은 “아버지가 우리를 ‘형통한’ 길로 인도하신다”고 했다. ‘아버지’는 하나님을 부르는 그들만의 은어였다. 이 씨는 딸들이 ‘형통한’이라는 단어를 입어 올린 것에 무척 놀랐다. 이 말은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이 씨는 딸들이 성경에 나온 단어를 쓰는 것을 보고 딸들이 성경책을 몰래 보고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박민우 씨(가명, 41세)도 요즘에는 돈만 주면 북한 장마당에서 성경책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성경책 한 권의 값은 중국 돈으로 200위안(3만원) 정도다. 이는 북한에서 흰쌀 20~25kg을 살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2020 북한 종교자유백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의 약 4.0%는 북한거주 당시 성경을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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