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기자들 "언론자유 침해...압수수색 응할 수 없다" 강력반발
경찰이 진입 시도하자 기자 100여명 '언론탄압 결사반대' 피켓시위하며 저지
수습기자 '느릅나무 출판사' 관련 '절도' 혐의로 소환조사 마친 직후 통보

사진=조선일보
사진=조선일보

경찰이 25일 오후 8시께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 여론조작 주범 '드루킹'(실명 김동원·48·구속) 관련 보도를 주도한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려고 시도하다 오후 8시 30분께 일단 철수했다.

경찰은 앞서 이날 오후 TV조선 수습기자 A씨가 드루킹이 운영하던 '느릅나무 출판사'에 들어가 USB와 태블릿 등을 가지고 나왔다 돌려놓은 것과 관련해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통보했다.

경기 파주경찰서가 이날 저녁 예고한 대로 TV조선 본사 건물에 진입해 압수수색을 하려 했으나 TV조선 기자 100여명과 대치하다 돌아갔다. 경찰은 "다시 올테니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TV조선 기자들은 경찰의 보도본부 진입을 막기 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본사 건물 앞에서 "언론탄압 결사반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사진=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방송화면 일부 캡처
사진=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방송화면 일부 캡처

TV조선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경찰이 TV조선 본사를 압수수색하려는 시도는 언론의 자유를 중대하게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압수수색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은 또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드루킹 사건 핵심 관련자의 휴대전화조차 확보하지 않은 경찰이 TV조선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도 박근혜 정권 야당 시절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압수수색 시도와 관련해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이를 용납한다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며 "2007년 동아일보, 2009년 MBC 역시 공권력의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지만 기자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압수수색 시도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TV조선도 입장문을 통해 "경찰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려는 시도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강력하게 규탄하며 수용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8일 새벽 건물입주자 경모씨와 함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들어가 태블릿PC 등을 가지고 나왔다, 같은 날 회사 지시로 물품을 되돌려놨다. A씨가 사무실에서 태블릿PC를 발견한 것은 경찰이 지난달 21일 이 출판사를 압수수색한 지 한달여가 지난 뒤다.

경찰은 '압수수색한 사무실에 태블릿PC가 왜 남아있느냐'는 부실수사 논란이 일자, 22일 2차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A씨는 24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자신의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드루킹' 관련 수사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을 뭉개기 위해 이를 보도한 TV조선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앞서 지난 3월 25일,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밝혀진 드루킹 김동원씨를 체포했으나 3주 가까이 침묵한 바 있다. 민주당원 드루킹의 댓글조작 의혹은 지난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이후 연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파문을 낳고 있다.

또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드루킹-김경수 의원의 텔레그램 방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자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요지로 해명했으나, 이조차조 거짓으로 탄로나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김경수 의원이 불법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 씨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하는 등 현 정권에 불리한 폭로 보도를 이어온 TV조선에 대해서만큼은 일말의 위법 혐의가 포착됐다는 이유로 즉각 본사를 겨냥한 셈이다.

드루킹 김씨가 주도해온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이라고 스스로 밝힌 경OO씨(48)의 회유가 A씨를 회유해 느릅나무 출판사에 침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하다. 경씨는 A씨와 함께 사무실을 드나든 이후 추가로 같은 장소에서 절도를 벌인 장본인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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