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vs 감시' 기관장-상임감사, 대립된 두자리에 '親與' 인사 일색…감사 무슨 필요 있나

윤희성 기자.

정부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민간의 다양한 활동을 돕는 공공기관이 정권의 전리품이 됐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기자는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집단이 공공부문 전반을 차지하는 것은 정책의 효율적 추진에는 필요하다고 ‘행정학개론’에서 배웠다.

하지만 국민에게 아부하며 표를 구걸하는 ‘포퓰리즘(populism, 대중영합주의)’으로 승리한 정치집단이 전문성이 결여된 인물들을 대거 등용할 경우에는 저항하라고 ‘인사행정론’을 통해 깨달았다.

현재 대한민국 행정부에서 눈에 띄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행정고시를 합격한 우수한 인재들은 청와대의 ‘원맨쇼’를 지켜보면서 비겁하게 복지부동하고 있거나 아예 등용되지 못한다. 부족한 리더의 눈에만 흡족한 인사들이 대거 공공기관의 수장과 감사로 내리꽂힌다.

지난 23일 연합뉴스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에 등록된 330개 기관 중 상임감사를 임명하는 99개를 조사해 결과를 내놓았다. 연합뉴스는 문 정권 출범 후 임명된 19명의 공공기관 상임감사 중 12명만 문제가 있는 낙하산 인사라고 축소 보도했지만 PenN이 분석한 결과로는 17명에 달했다. 무려 89%였다.

PenN은 지난 2월14일에 동일한 방식으로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PenN 취재팀(성기웅·이세영·윤희성 기자)은 330개 공시대상 기관 중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기타공공기관 207개를 제외하고 공기업 35개와 준정부기관 88개 등 123개 주요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상임감사 경력을 전수(全數)조사해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32명의 공공기관장 중 22명(68%)이 낙하산 인사였다.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운영을 책임지고 감사는 기관장을 감시하는 자리다. 상임감사의 경우에는 사무실이 있고 연봉도 수억 원에 달하는 해당 기관의 2인자다. 현 정권에서는 서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공공기관의 1인자(기관장)와 2인자(상임감사)를 모두 친여(親與)-친문(親文) 성향이 뚜렷한 인사들로 앉히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할 거라면 감사가 왜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는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사장을 맡았고 김 이사장의 고교(전주고) 동문인 이춘구 전 KBS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이 상임감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문재인 캠프 출신인 이정환 사장과 ‘문재인 대선후보 부산시선거대책위원회 대외협력단장을 지낸 이동윤 상임감사가 나란히 조직을 이끌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역시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최규성 사장과 문재인 대통령 광주·전남지역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조익문 상임감사가 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집권세력은 야당 시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최고경영자에 이어 감사 자리까지도 과거 어떤 정권보다도 노골적으로 '내편 챙기기' 인사를 자행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 정권의 공공기관장 및 상임감사 인사에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기자는 문재인 정부가 행정학개론 수준의 정권 운영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면서 감히 각론(各論)인 ‘인사행정론’을 추천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