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공장에서의 생산량이 하루 소비량을 넘어서면서 요소수 대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어 간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아직도 요소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요소수를 판매하는 거점 주유소가 대부분 고속도로와 그 주변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특수 장비차나 농가에서 사용하는 트랙터 등은 직접 고속도로로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와는 달리, 아직까지 현장의 ‘요소수가 부족하다’는 아우성을 감안하면, 정부가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요소수 부족 사태를 해결했다’는 홍보에만 열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립환경과학원 ‘요소수 대란’ 1달 만에 산업용 요소에 대한 실험결과 발표 

이런 가운데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6일 1차 실험결과를 마치고 ‘시료와 시험 차량을 추가한 시험이 더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지 12일 만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1차 실험을 지난 2일부터 시작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거의 1달 만에 나온 결과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립환경과학원은 "수입하는 산업용 요소에 대해 지속적으로 품질 검사를 해 차량용 요소로의 사용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현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긴밀하게 협력해 요소 수입 계약 전에 시료를 항공편으로 이송받아 품질을 평가하는 지원 체계를 가동 중이며 이를 통해 차량용 요소 공급이 더욱 확대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처음부터 산업용 요소수 전환 사용 주장

이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애초부터 산업용과 차량용의 구분은 순도’나 ‘품질’이 아니라 ‘농도’를 근거로 한 것이다”면서 “환경부는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소비자의 고통을 외면해버린 것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용 요소수와 차량용 요소수의 요소 함유량은 각각 40.8%, 32.5%다. 이 함유량을 조절하면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한 초기부터 ‘산업용 요소를 차량으로 전환’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가 소비자의 이익보다 환경 영향과 경유차의 안전 등을 이유로, 빠른 전환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실험해놓고 결론은 유보한 국립환경과학원, 무책임한 태도로 비판 받아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로 전환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가능하고 실험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 문제에 대한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물러섰다.

지난 16일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1차 실험결과를 발표하며 "단기간 내 제한된 시료와 차량으로만 평가했기에 추가적 시료와 새로운 차량으로 다시 시험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16일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1차 실험결과를 발표하며, 추가적인 시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당시 실험결과를 발표한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단기간 내 제한된 시료와 차량으로만 평가했기에 추가적 시료와 새로운 차량으로 다시 시험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김 원장의 이같은 발표에 비판이 쏟아졌다. 당장 요소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경유차 운전자들은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한 경유차 운전자는 “잔뜩 기대감을 갖게 홍보하더니, 정작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에 무책임한 태도로 보류를 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차 실험에서 과학원은 산업용 요소수의 요소 농도를 차량용에 맞게 낮춘 6개의 시료를 만들고, 이를 2,500cc급 경유화물차에 넣어 배출되는 가스를 분석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했다. 시료에 따라서는 오염물질 배출이 최대 10%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에 써도 된다는 결론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당시 국립환경과학원은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도 ‘대기오염물질 규제 기준은 충족하지만, 대체 요소수를 사용했을 때 발생할 환경적 영향이나 차량 관리 문제 등에 대해선 구체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량용으로의 활용에 유보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 산업용 요소 전환 사용 두고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 주장에 휘둘려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의 비판에 봉착해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들 중에는 “같은 요소수라 해도 각각의 특성이 전혀 달라 산업용을 차량용으로 바꾸는 건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혹은 "(요소수 부족) 상황이 촉박하다고 환경부가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덕환 교수는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선무당급 전문가’들의 엉터리 주장에 환경부가 ‘전문가들의 지적’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산업용에서 전환된 요소수가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SCR)'에 고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도 없고 불가능하다”며 “경유 사용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요소수가 견고한 SCR을 고장 낼 수 있다는 추정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수입산 요소 사용 가능.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립환경과학원의 1차 실험에서도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에 써도 된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최종 결정을 유보함으로써 거의 한달 간 시간만 보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그러면서 이 교수는 환경부의 조치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산업용 요소수를 경유차에 쓰려면 환경적 영향과 차량의 고장 가능성에 대한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환경부와 전문가들의 주장 역시 부끄러운 것이었다”면서 “환경부는 법률에 따라 정해놓은 요소수(촉매제)의 ‘품질규격’과 ‘유로 6 배출가스 기준’만 확인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연이어 “배출규제 조건을 만족했는데도 환경적 영향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규제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게다가 “환경부나 국립환경과학원은 ‘요소수의 어떤 물질이 SCR에서 문제를 일으키는지’도 밝혀야 했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요소수 사태가 발생하고 거의 1달이 다 되도록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책임 회피’로 시간만 보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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