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도리와 브로기: 이유 모를 결투를 100년이나 벌인 두 거인의 이야기
[휴지통] 도리와 브로기: 이유 모를 결투를 100년이나 벌인 두 거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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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그리고 브로기.

일본의 유명 만화 작가 오다 에이이치로(尾田榮一郞)가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가 발간하는 만화 전문 주간지 ‘소년 점프’에 1997년부터 연재해 온 인기 만화 《원피스》에 등장한 두 거인의 이름이다.

엘바프 거인족의 전사들인 이들은 ‘거병(巨兵) 해적단’의 리더였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적단을 해산한 후, 주인공 일행인 루피 해적단이 ‘위대한 항로’로 진입한 이래 두 번째로 정박하게 된 섬인 리틀가든에 102년 전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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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만화 작가 오다 에이이치로(尾田榮一郞)의 작품 《원피스》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도리(왼쪽)와 브로기(오른쪽).(사진=인터넷 검색)

희한한 사실은 이들이 100년이 넘는 동안 결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규칙은 섬의 중앙에 위치한 화산이 폭발하면 결투를 시작하는 것. 주인공인 루피 일행이 섬에 도착했을 때 이들은 7만3466번째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유 따윈 잊은 지 오래지.”

이들은 서로 무슨 이유로 싸우고 있는지, 무슨 이유로 싸우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화산이 폭발하면 결투를 시작한다’는 규칙이 이들의 머리를 지배할 뿐이다. 화산은 또 폭발했고, 도리와 브로기는 또다시 결투에 나선다.

도리와 브로기의 결투처럼, 우리 사회도 어째서 시작하게 됐는지 모를 전투를 매일같이 벌이고 있다. 바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다.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진 환자가 발견되면, 해당 확진 환자의 구두 진술을 근거로 해당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해 PCR 검사를 받게 한다. 선별진료소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은 이들은 꼼짝없이 불려가 PCR 검사를 받고, 그 가운데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견된다. 그러면 또 해당 확진 환자의 동선(動線)을 중심으로 보건 당국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 찾기에 나서는 일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 중인 의료진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 중인 의료진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2년간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PCR 검사를 하는 이유도 모르는 채, 보건 당국이 호출하면 가서 PCR 검사를 받고 있다. 일종의 ‘순치’(馴致)라고 할까? PCR 검사를 받는 게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해져서, 사람들은, 여태껏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한 검사를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고 있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PCR 검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지난 2019년말, ‘폐렴을 일으키는 괴질(怪疾)’이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들을 통해 국내로 전해졌다. ‘괴질’의 원인이 흔한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이내 밝혀졌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중국발(發) 바이러스의 유입을 차단한다며 PCR 검사를 도입했다. 발열이나 기침 등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세를 보이는 국내 입국자들을 중심으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선별해 격리시키는 조치를 함으로써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때 정부·당국이나 의료 전문가들은 중국인 입국만 막아내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PCR 검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토착화’(土着化)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어떨까?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토착병’이 됐고,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은 외국인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지역에서 자연 발생하고 있다. 지난 며칠 전에는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무려 4000명이 넘는 이들에게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검출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토착화’를 막을 목적으로 시작한 PCR 검사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토착화’된 현 시점에서도 지속하고 있는 이유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PCR 검사를 할 이유 자체가 없어진 것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는, 당국은, 의료진은 PCR 검사를 계속하고 있고, 시민들도 ‘하라니까’ 받고 있다.

리틀가든.(그림=인터넷 검색)
리틀가든.(그림=인터넷 검색)

도리와 브로기가 서로 싸우게 된 이유를 잊는 데에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 시민들은 PCR 검사를 받는 이유를 잊는 데에 2년이면 족했다.

도리와 브로기가 살고 있는 섬 리틀가든에는 도리와 브로기가 각각 거처로 삼고 있는 거대한 뼈 구조물 두 개가 있다.

102년 전, 도리와 브로기가 리틀가든에 처음 왔을 때, 이들은 자신들의 몸집보다도 더 큰 바다 괴물을 잡고 부하들과 술잔치를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유키라는 소녀가 와서 “어느 쪽이 더 커요?”하고 물었는데, 도리와 브로기는 각자 자신이 잡은 바다 괴물이 더 크다고 주장하며 말다툼을 시작했는데, 그게 커져서 ‘목숨을 건 결투’가 돼 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PCR 검사를 어째서 받고 있는 걸까?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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