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에서 당첨 가점이 70점대를 훌쩍 넘기는 청약통장들이 대거 청약에 나선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2일 당첨자 발표를 한 ‘송도자이 더 스타’ 당첨 가점 최고점은 74점을 기록했다. 74점은 5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 가점이다. 무주택기간(15년 이상)과 통장 가입 기간(15년 이상)을 최대로 채운 세대주가 청약한 것이다.

청약 가점이 높아서 당첨 확률이 높은 청약 통장들이 최근 비교적 비인기지역에서도 청약경쟁에 나서고 있다. 위치가 더 좋고, 더 비싼 지역에 청약해서 시세 차익을 더 거둘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오래 묵혀둔 점수 높은 통장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잔금 대출도 DSR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올해 안에 분양 막차를 타기 위해 청약 가점이 높은 통장으로 대거 청약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와 강동구 일대. [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는 잔금 대출도 DSR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올해 안에 분양 막차를 타기 위해 청약 가점이 높은 통장으로 대거 청약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와 강동구 일대. [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 주택담보·신용대출 합쳐 2억원 이상이면 DSR 40% 규제받아

이렇게 가점 높은 통장들이 최근 청약에 대거 나선 이유는, 내년부터는 가점 높은 청약 통장들의 활용도와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도 작용한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가계부채 대책 여파로 기존 아파트나 주택을 구입해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데다, 임대차 시장에서도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그 풍선효과로 아파트 청약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연말까지 분양 아파트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막차'라도 타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더욱이 대출 규제가 더 심해지는 내년부터는 당첨이 되더라도 잔금이나 중도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는 DSR에 잔금 대출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신규 분양하는 단지의 중도금 대출과 내년 1월 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의 잔금 대출은 DSR 계산에서 제외되는 만큼, 수요자들이 올해 안에 분양 막차를 타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다.

서울 중구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예비 청약자들은 연말까지 계약을 끝내고 대출방법을 마련해 둬야 한다. 정부의 '돈줄 죄기' 정책이 내년에는 한층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6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 보완과제 및 추가 대응방안'을 통해 '가계부채 관리 2대 기반조성 세부방안'을 공개했다.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소득에 비례한 해당 대출의 원리금 상환 비율) 규제를 내년 1월부터 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2단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3단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과 연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서만 'DSR 40% 이내'라는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주택담보·신용대출을 합쳐 2억원이 넘어가는 모든 대출에 차주 단위 DSR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종전 대출한도보다 대폭 감소하며,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등이 있을 경우 한도는 더 줄어들게 된다. 대출규제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대출 막차 타려는 실수요 겨냥한 ‘연말 분양’ 쏟아져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에서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상품에 대해서는 DSR 산정에 예외를 뒀다. 신규 주택 분양을 받는 수요자는 규제와 상관없이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출규제의 강도가 더욱 더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은 집단대출이 가능한 신규 분양 주택에 더욱 더 뜨거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를 겨냥한 건설사의 모델하우스 오픈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주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모델하우스가 열리는 점에서 주목된다. 적어도 이번주에 모델하우스를 열어야 올해 안에 계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전국 기준 총 23곳이 문을 열 예정으로, 한 주 기준 최다 분양을 기록한 지난달 마지막 주(15건)와 이달 첫째 주(15건)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다.

집단 대출 가능한 주거용 오피스텔 청약 열풍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외벽에 분양 완료 홍보물이 걸려 있다. 최근 아파트값에 이어 오피스텔 가격도 강세를 보이면서 분양 시장에서 조기 '완판(완전판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외벽에 분양 완료 홍보물이 걸려 있다. 최근 아파트값에 이어 오피스텔 가격도 강세를 보이면서, 분양 시장에서 조기 '완판(완전판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실수요자를 겨냥한 또 다른 상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단 대출이 가능한 틈새 주거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이나 테라스하우스에 대한 청약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을 받기에, 따로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이 가능하며,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청약 시 주택 소유 여부를 따지지 않고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취득세 중과 대상도 아니다. 이로 인해 청약 가점이 낮은 20~30대 실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100실 미만은 전매제한이 없어 당첨 직후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곧바로 명의 이전을 통해 분양권을 팔 수 있다. 최근에 분양된 오피스텔의 경우 청약금을 100만원으로 책정했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선 청약, 후 고민’을 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묻지마 오피스텔 투자는 ‘폭탄 돌리기’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주거용 오피스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0실 미만의 오피스텔은 소유권 이전등기일 전에도 되팔 수 있다는 점을 악용, 웃돈에 웃돈을 붙여 거래하는 사례가 늘어면서, 단기 차익을 누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편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양도세를 낮추기 위해 매매가격을 허위로 작성하는 '다운거래'는 물론 웃돈 일부는 5만원권 현금 혹은 차명계좌로 받는 사례도 있다.

이런 '묻지마 투자'식 오피스텔 투자 열풍이 결과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오피스텔 특성상 대체재가 많아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탄돌리기 식으로 웃돈에 웃돈을 얹어 오피스텔을 거래하다가,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매도하려 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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