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의원 “페미니즘이 싫습니까?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마세요”
이준석 대표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진중권 전 교수 “공당의 대표가 하는 일이 ‘안티페미’ 심경 관리해주는 일?...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 놓은 듯”
“여성 차별은 사회 구조적으로 존재, 페미니즘 운동 의미있어” vs “페미니즘 정치적으로 악용돼…’김선호’ 사건의 경우엔 남자가 피해자” 네티즌 갑론을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간 설전이 비화되며 ‘페미니즘’ 논란이 화두에 올랐다.

장 의원이 최근 발생한 ‘데이트폭력 여성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하자, 이 대표가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된다”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이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이 대표의 입장에 진 교수가 반박 게시글을 게시하고, 이 대표가 댓글로 맞서기도 하는 등 ‘젠더’ 및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양측 대립이 격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6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뉴스1)
지난 6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뉴스1)

장혜영 의원 “페미니즘이 싫습니까?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마세요”

20일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 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을 여성들의 명복을 빌며, 이런 사회를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모든 이들에게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가 있겠냐”며 “페미니즘이 싫습니까?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마세요.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세요”라고 밝혔다.

장 의원의 이 같은 게시글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에서 30대 남성 A씨가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 받자 연인을 수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을 염두에 두고 업로드 됐다.

 

이준석 대표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에서 모두발언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스1)

이준석 대표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이에 이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장 의원의 게시글을 다룬 뉴스 기사를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 해버리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이다.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 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의 반유대주의부터 인종차별 등 모든 차별적 담론이 이런 스트레오타이핑과 선동에서 시작한다”며 “유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반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등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당부하며 글을 마쳤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장 의원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가해자 대부분은 남성, 이걸 성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해선 안돼”…이 대표에 재반박

장 의원은 이 대표의 이 같은 게시글에 “또 하던 버릇 나오신다”며 “젠더갈등 조장하는 일등공신이 이런 소리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20일 장 의원은 이 대표의 21일 게시글을 인용하면서 “여성들이 교제살인으로 죽어가는 문제에는 관심없고 ‘페미니즘’ 네 글자에 꽂혀서 조선인 우물까지 끌고오는 거, 너무 볼품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끌고 와봐야 차별금지법 제정하자는 소신 하나 못 지키면서 뭐 그리 혓바닥이 깁니까?”라고 이 대표의 입장에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뒤이어 게시된 글에서 장 의원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며 “이준석 대표님, 고유정 때문에 여친한테 살해 당할까봐 걱정하며 사시느냐. 여친과 헤어지며 ‘안전이별’ 검색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살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고 가해자 대부분은 남성”이라며 “이건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다. 이걸 성별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문제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은폐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사진=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사진=뉴스1)

진중권 전 교수 “공당의 대표가 하는 일이 ‘안티페미’ 심경 관리해주는 일?...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 놓은 듯” vs
이준석 대표 "범죄를 페미니즘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선동"

이 대표의 의견에 반발한 것은 장 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진 전 교수도 “국민의힘의 이준석 리스크 현실화”라며 “공당의 대표가 이제 교제살인까지 쉴드 치고 나서나. 안티페미로 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 놓은 듯”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21일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제살인이 이빨쌈치기 할 소재냐”며 “보자보자 하니까… 국힘 대선은 얘(이준석 대표)가 다 말아먹을 것 같은 예감”이라 밝히며 이 대표의 장 의원 비판 게시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범죄를 페미니즘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선동”이라며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사건 모두 ‘성중립적(gender-neutral)’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이걸 젠더이슈화 시키는 멍청이들이 갈리치기 하는 시도”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22일에도 ‘이준석 대표는 젠더 살인의 본질을 왜 은폐하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작성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 나갔다.

진 전 교수는 “공당의 대표가 그 살인의 명백한 ‘젠더적’ 성격을 부정하고 나선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 끔찍한 범행의 동기가 뭐라 생각하시냐.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 원한에 따른 보복살인? 아니면 단순 과실치사? ‘젠더’를 빼고 설명할 수 없는 이 범죄의 본질을 극구 부정하는 이유가 무엇이느냐”고 밝혔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결국 데이트 폭력, 데이트 살인의 동기는 ‘젠더’에 있다”며 “여성을 독립적 인격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로 바라보니, 헤어지자는 말에 ‘내가 못 가질 바엔 차라리 파괴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날로 심각해지는 데이트 폭력과 데이트 살인의 유일한 동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데이트 폭력, 데이트 살인의 바탕에는 성차별 의식이 깔려 있다. 그것을 인정해야지 이런 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이라 밝히며 “공당의 대표라면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하는 일이 고작 남초 커뮤니티에 죽치는 안티페미들의 심경 관리해주는 것이냐…본인의 입지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생각하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가 ‘고유정 사건’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남편을 죽인 아내의 수와 아내를 죽인 남편의 수, 어느 쪽이 많느냐”고 물으며 “남녀간 사건의 압도적 다수에서 남성은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해자다.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을 넘어 압도적”이라 반박했다.

 

 

배우 김선호. (사진=뉴스1)
배우 김선호. (사진=뉴스1)

“여성 차별은 사회 구조적으로 존재, 페미니즘 운동 의미있어” vs “페미니즘 정치적으로 악용돼…’김선호’ 사건의 경우엔 남자가 피해자” 네티즌, 갑론을박

세 인물 간의 설전은 네티즌 사이에서의 갑론을박으로 비화됐다.

관련 기사에서 한 네티즌은 “페미니즘은 과거 여성의 참정권을 얻어낸 의미있는 운동이다. 극단적 페미니스트들 때문에 왜 상황이 이렇게 되버렸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이라도 한번 읽어보고 댓글 다는가? 이 사회가 약자 투성이고 그 중 하나가 여성인 것”이라 진 전 교수의 입장을 옹호했다.

아울러 “남성의 여성 대상 범죄가 매일 빈번하게 상상을 초월하는 양상으로 일어나고 만연한 현실에서 이를 바꾸기 위해 물리적인 힘, 사회적 권련이 약한 여성들이 연대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페미니즘이 뭐가 잘못됐다는 것이냐”며 “어떤 일이 개인을 넘어서 사회적 현상으로 오랜 기간 지속 될될 때는 사회문화적 배경과 인식구조에 견고한 기반이 있는 것”이라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를 지적하는 반응도 존재했다.

이에 다른 네티즌은 “페미니즘의 본질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정치 집단과 시민단체들이 있다”며 “일반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현 정권에서 나아졌다고 느낀 것이 무엇이 있느냐, 이득 본 것이라고는 몇몇 여성 정치인들이 성별 할당제로 출세한 것 밖에 더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진심으로 여성 인권을 위했더라면 남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호흡조절을 했을 것”이라며 “페미니즘 선동으로 여성 정치인의 정치적 원동력으로 쓰이고 있을 뿐”이라 비판했다.

또 “신체적, 육체적인 폭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며 “김선호 건만 봐도 칼만 안들었지 한 남자를 거의 생매장시켰다. 단순 통계비율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 젠더 갈등으로 엮을 것이라면 남녀의 ‘차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배경으로 깔고 들어가야 하고 다양한 범죄 양상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배우 김선호 씨는 ‘낙태 종용 및 이별 통보’ 논란으로 최근 홍역을 치룬 바 있다. 당시 김 씨의 이전 연인이었던 기상캐스터 출신 A씨가 ‘김 씨와 교제 중 임신을 한 뒤 낙태를 종용 받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었음에도 급작스레 이별을 통보당했다’고 폭로하면서 김 씨는 출연중이던 방송 프로그램과 CF계약이 모두 취소되는 등의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폭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김씨가 A씨와 이별하던 과정에서 메신저로 주고 받던 대화 내용이 밝혀지며 여론이 반전됐다. “김 씨가 오히려 피해자였다”는 공감대가 대중 사이에서 형성된 것인데, 위 네티즌은 이런 무고의 경우 오히려 ‘남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꼬집으며 ‘성별 가르기’를 피하자는 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결국 양 측의 대립을 정리하면 ‘데이트 폭력 등 최근 연이어 보도되는 성별간 갈등과 강력 범죄의 주된 가해자는 남성임이 분명하고, 이를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과 ‘모든 남성을 일률적으로 “가해자” 취급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즉, 이번 설전은 갈등의 핵심에 있어서 ‘남성’이라는 성별적(젠더적) 요소가 강력범죄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는 지와 사회 갈등 구조상 우위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여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인 셈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성별’과 관련한 논란이 화두로 강력하게 떠오른 만큼, 이후의 대선 정국에서 ‘페미니즘 및 젠더’ 이슈가 어떠한 형태로 논의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재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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