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층간 소음 문제로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 현장 버린 여경에게 물을 수 있는 법적 책임의 범위를 알아본다.

여성 경찰관.(사진=연합뉴스)
여성 경찰관.(사진=연합뉴스)

이웃집 남성이 흉기 난동을 부리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고 현장을 이탈한 어느 여성 경찰관 때문에 온 나라에 난리가 났다.

이미 동료 경찰관들도 이 여성 경찰관을 옹호해 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여자’나 ‘남자’ 경찰관이 아닌, ‘경찰관’을 원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여자 경찰관이 소속된 인천광역시경찰청이 18일 사과문을 내고 당시 출동 경찰관들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알렸지만, 사태는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남성이 휘두른 칼에 목이 찔렸다는 아래층 주민의 아내가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뇌로 가는 산소가 끊어진 탓에 뇌 대부분이 이미 죽은 상태라는 것이다.

무책임하게 현장을 떠나버림으로써 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져버린 여성 경찰 공무원. 이 여성 경찰관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형법상 직무유기

우선 형법 제122조(직무유기)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동(同) 법률 조항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직무를 유기한 때’란 공무원이 법령, 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성실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직장의 무단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써, 그 구체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하고, 불법과 책임·비난의 정도가 높은 법익 침해가 일어난 경우 인정된다.

문제의 여성 경찰관은 사건 당시 테이저건과 경찰봉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제압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의 직무 범위 내에 있는 일이라고 할 것이므로, 각종 장비로 무장하고 있던 상황에서 범인을 우선적으로 제압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행위는 ‘직무유기’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해당 여성 경찰관이 함께 출동한 동료 경찰관(남성)을 부르러 갔다는 해명을 했으나, 출동 시 경찰관은 무전기를 소지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납득할 만한 해명이 되지는 않는다.

인천광역시경찰청.(사진=연합뉴스)
인천광역시경찰청.(사진=연합뉴스)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관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같은 법 제2조(직무의 범위)에서는 경찰관의 직무 수행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가 바로 이 법이 정한 경찰관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직무 내용이 된다.

그런데, 같은 법률 제12조(벌칙)는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여성 경찰관이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이웃집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아래층 일가족 3명이 크게 다쳤고, 그 가운데 한 명은 ‘뇌사’ 상태에 빠져버렸다. 이들 가족의 피해 상황이 매우 큰 상황.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그 직무 수행을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이들 가족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점이 명확해, 해당 여성 경찰관에게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혐의를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사상 책임: 손해배상 및 위자료 지급

앞서 검토한 두 가지 사항은 모두 형사상 책임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직무 집행 중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해 일어난 일에 대해 그 피해자는 해당 공무원에 대해 민사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 또는 해당 공무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 피해자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해 승소, 국가가 이들 피해자 가족에게 배생한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현장을 이탈한 경찰관에게 구상권 청구를 통해 배상금 등 손해액만큼을 다시 받아낼 것이기 때문에, 해당 여성 경찰관에게 민사상 책임도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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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관.(사진=연합뉴스)

문제의 여성 공무원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 커뮤니티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겪게 될 민·형사 소송으로 해당 여성 공무원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막중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랴? 그 누구도 당신더러 ‘경찰관’이 되라고 하지 않았다. ‘경찰관’이 된 이상, ‘경찰관’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능력이나 자격이 좀 모자라도 ‘할당제’라는 미명 아래 특정 성별의 지원자를 경찰관으로 임용하는 데에 앞장선 경찰 수뇌부와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책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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