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대부분의 아파트 시장에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아직 통계상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매수 심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100.9)보다 1.3포인트 낮은 99.6을 기록하며 100 이하로 떨어졌다.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부동산원의 매매 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간 것은 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올해 4월 5일(96.1) 이후 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5개 권역에서 용산·종로·중구가 있는 도심권(103.5)을 제외하고 4개 권역에서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졌다.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은 지난주 101.5에서 이번 주 99.5로, 서남권(양천·강서·구로·영등포·동작·관악구)은 100.9에서 99.7, 동북권은 101.0에서 99.4로 하락했다. 특히 2주 전부터 100 이하로 하락한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은 지난주 97.9에서 97.6로 떨어져 5개 권역중 매수심리가 가장 많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도 지난주 104.3에서 4.3포인트 떨어진 100.6을 기록했다. 

전세 수급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0.8을 기록하며 작년 11월 11일(100.4) 이후 딱 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다른 시세 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이미 10월4일(96.9)부터 100 이하로 떨어져 이번 주 64.9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5월 11일(65.8)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치다.

매매와 전세 시장이 동반 침체에 빠진 것은 시중 금리 인상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 담보대출 금리는 3% 후반에서 5% 초중반까지 치솟았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3∼4%까지 올라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전월세 전환율(2.75%)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22일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매수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건수 기준)은 지난 9월 2천699건으로 2019년 3월(2천282건)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10월에도 현재까지 신고 건수가 2천78건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가계부채 건전성 확보는 필요하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과 대출 중단으로 인해 전세입자 등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매물 감소 속에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일 2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고,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61㎡도 지난달 26일 31억3천1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찍었다. 이들 단지의 실거래가가 각각 20억원, 3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 등 선진국의 유동성 축소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지만, 지역에 따라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일부 하락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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