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경찰청, "해당 직원들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 물을 예정"
지난 15일, 층간 소음 문제가 위층 남성이 흉기 휘두르는 사태로 비화
함께 있던 女警, 남성 제지하지 않고 현장 이탈...일가족 3명 크게 다쳐

또다시 ‘여경(女警) 무용론’이 일고 있다.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해 경찰관이 출동한 상태였는데, 여경이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을 보고도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현장을 이탈했다는 것이다. 인천광역시경찰청은 18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인천광역시경찰청 인천 논현경찰서.(사진=연합뉴스)
인천광역시경찰청 인천 논현경찰서.(사진=연합뉴스)

사건은 지난 15일 인천시 남동구 소재 모(某) 빌라에서 일어났다.

해당 빌라 4층에 사는 남성 A씨는 2~3개월 전 아래층에 이사 온 50대 남성 B씨 가족과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들을 빚어왔는데, 당일 오후 4시 50분경 아래층을 찾아가 B씨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것이다.

A씨가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자 B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남·녀 경찰관 한 쌍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관들은 A씨를 B씨로부터 분리해 자택에 머무르게 했는데, A씨는 집에 있던 흉기를 들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B씨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A씨의 범행 당시 B씨의 집에는 B씨의 아내와 그의 딸이 있었는데, 당일 현장에 출동한 여경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해당 여경은 A씨가 B씨 가족 구성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것을 제지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해당 빌라 1층에서 B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남성 경찰관을 데리러 갔다는 것이다.

당시 B씨의 자택에 있던 B씨의 조카가 비명을 지르며 소란이 일자 B씨는 계단을 곧장 올라가 A씨와 몸싸움을 하며 대치했다. 하지만 출동 경찰관 두 명은 빌라 공동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뒤늦게 B씨의 대치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송민헌 인천광역시경찰청장은 이날 “이번 인천논현경찰서 112 신고 사건 처리와 관련,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 분들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피의자(A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는 별개로, 현재까지 자체 확인 조사된 사항을 토대로 철저한 감찰 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들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출동 경찰관들에게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B씨의 아내는 목 부위를 흉기에 찔려 중상(重傷)을 입었고, B씨의 딸 역시 얼굴과 손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 가족은 “(경찰은) ‘다행히 여경이 내려가서 신고가 빨랐기 때문에 구조가 빨라서 돌아가시지 않은 것만으로 위안을 삼으라’고 하더라”며 “(하지만) 그게 우리에게 할 말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경찰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여자 경찰관.(그래픽=연합뉴스)
여자 경찰관.(그래픽=연합뉴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경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이날 경찰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여경 뽑을수록 피해 보는 건 국민들이라니까?〉라는 제목으로 쓴 게시물이 게재됐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현장에서 십 수년 간 별별 일 다 겪어본 일선 경찰들이 여경이랑 신고(출동) 나가는 걸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페미(니스트)코인 탑승하더니, 페미한테 인심 쓰는 건 지휘부이고, 고생하는 건 일선 남경들”이라며 “결국 약해지는 현장 대응력에 칼 맞는 건 국민들이다. 그렇게 페미 정권에 잘 보여서 공천이라도 받으시려나”라는 표현으로 경찰 지휘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인물은 경찰청과 서울특별시경찰청의 주요 업무 계획 내용 등을 거론하면서 “(여경이) 일은 더럽게들 못 하면서 승진은 더럽게들 잘 한다. ‘승진에 특정 성별 우대하는 거 없다?’ X소리”라며 “능력과 실적이 아니라, 여자라는 이유로, 특정 성별을 승진시키라는 게 남녀차별이 아니고 뭔가” “진짜 경찰 조직 페미니즘 욕이 막 나오려는데, 참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인물과 마찬가지로 경찰 관계자인 것으로 보이는 다른 이들 역시 “1등 시민(여성)의 삶이 한남(‘한국 남자’의 약칭으로, 우리나라 남성들을 비하하는 표현) 따위가 짖어봤자 바뀌겠냐?” “그러니까 정치인들 똑바로 뽑아야 한다. 되지도 않는 남녀 평등 선동해서 이 지경 만들어 놨다” “내 선배이지만, 우리 지휘부가 문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게시물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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