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다중대표소송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문화일보가 24일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24일 법무부가 국회 법사위원회에 제출한 '상법 일부 개정안 검토 의견'을 입수해 보도했다. 법무부의 상법개정안이 우리 기업들을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2013년에도 법무부는 동일한 상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기업 반발로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외국계 자본의 공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산업계와 학계에서 나왔었다.

다중대표소송은 소액주주가 대주주의 경영권에 쉽게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제도고 집중투표제는 이사 임명에서 소액주주가 원하는 인사를 앉힐 확률을 높여준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역시 소액주주가 원하는 감사를 기업에 투입시킬 수 있도록 작용한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거래가 많은 대기업들은 다중대표소송 제도가 도입되면 경영의 자유를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에 대해 "자회사가 모회사와 거래하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곳과 거래를 트면서 모회사와의 거래를 접을 경우 자회사에는 이득이지만 모회사는 다를 수 있다"며 "이때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등 악용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10대(大·매출 기준) 기업을 상대로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등을 가상 적용한 결과를 발표했고 이에 따르면 외국계 자본끼리 손을 잡으면 국내 간판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의 이사회에 적어도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할 수 있게 된다.

한경연 김윤경 기업연구실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 지분만을 확보하고 자기 사람 1~2명만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차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에 대한 비판은 학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중투표제의 경우 일본이 1950년 도입했다 1974년 폐지한 제도고 미국 역시 5개 주를 빼면 모두 폐지한 후진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집중투표제의 폐단은 지난 2006년 외국계 투기 자본인 아이칸이 세력을 규합해 KT&G 지분 6.59%를 확보하면서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아이칸은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던 KT&G 이사회에 사외이사 1인을 집어넣는 데 성공했고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 제출 ▲자회사 한국인삼공사 기업공개 등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 2조8000억 원의 비용을 썼고 아이칸은 1482억 원의 차익을 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역시 외국계 투기 자본이 악용할 우려가 높다. 한경연에 따르면 기업 총수와 임원 등 내부인, 전략적 투자자,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가 힘을 합쳐도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기아차·SK이노베이션·현대모비스 등의 감사위원 자리를 외국계 자본에 내주게 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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