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이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약 40개 주요국(유로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의 빚이 불어나는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37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홍콩(92.0%), 영국(89.4%), 미국(79.2%), 태국(77.5%), 말레이시아(73.4%), 일본(63.9%), 유로지역(61.5%), 중국(60.5%), 싱가포르(54.3%) 순으로 높았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 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104.2%)은 작년 2분기(98.2%)와 비교해 1년 새 6.0%포인트(p)나 상승,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홍콩(5.9%p·86.1→92.0%)과 태국(4.8%p·72.7→77.5%), 러시아(2.9%p·20.4→23.3%), 사우디아라비아(2.5%·12.8→15.3%)가 가계 부채 증가 폭 기준으로 2∼5위였다.

IIF는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글로벌 가계 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5천억달러 늘었다"며 "이 기간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거의 3분의 1에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높아졌는데, 특히 한국, 러시아 등에서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경제 규모를 고려한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 비율이나 증가 속도도 최상위권이었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2분기 현재 115.0%로 홍콩(247.0%), 중국(157.6%), 싱가포르(139.3%), 베트남(125.0%)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7.1%포인트(107.9→115.0%) 뛰었는데, 이 기간 우리나라 기업보다 상승 폭이 큰 나라는 싱가포르(7.6%), 사우디아라비아(7.4%)뿐이었다.

반면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7.1%)은 전체 37개국 가운데 26위여서 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었다. 1년간 정부 부채 비율 증가 속도(2.2%p·44.9→47.1%)도 22위로 중위권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42.9%)이었고, 부채 증가 속도는 싱가포르(11.3%p·140.0→151.3%)가 가장 빨랐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계속 불어나고 있어, 향후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전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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