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장난질에 선량한 시민들이 놀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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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자유·우파 시민단체 ‘자유연대’ 측 차량 옆으로 소위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 옆에서 노숙 생활 중인 ‘반일행동’ 관계자들이 설치한 피켓이 보인다. 2021. 11. 9. / 사진=박순종 기자

자유·우파 시민단체 ‘자유연대’(대표 이희범)의 김상진 사무총장의 주도로 지난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앞을 점거한 당일 촬영된 사진이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일본 외무상(現 일본 총리) 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합의(소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직후부터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을 지키겠다며 동상 옆에서 노숙을 시작한 대학생 단체 ‘반일행동’(개칭 전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자유연대’ 측 ‘기습작전’에 항의한다는 취지로 동상 주위를 둘러치는 방식으로 피켓을 세워놓은 것이다.

그 피켓에는 “친일 반역 무리 청산!” “소녀상 정치 테러 규탄!”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래에서 보는 캡처 화면은 CBS 기독방송이 운영 중인 인터넷 매체 ‘노컷뉴스’의 황진환 기자가 보도한 기사 내용이다. 〈보수단체 피켓에 갇힌 소녀상〉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517차 수요시위’가 열린 가운데 소녀상 앞에 보수단체 피켓이 세워져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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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기독방송이 운영 중인 인터넷 매체 ‘노컷뉴스’의 2021년 11월 10일자 기사 〈보수단체 피켓에 갇힌 소녀상〉에 실린 사진과 보도 내용. 2021. 11. 10. / 캡처=노컷뉴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에 반(反)하는 기사다. 왜냐하면 이 사진은 ‘반일행동’ 측이 세워 놓은 피켓의 뒷면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일행동’은 ‘자유연대’가 아니므로 ‘보수단체 피켓에 갇힌 소녀상’이라는 제목은 명백히 허위인 사실을 사실인 양 전하고 있는 것이다.

황진환 기자는 이 기사를 작성할 때 옛 일본대사관 앞 현장에 있었던 것일까? 이 사진은 황 기자가 직접 촬영한 것일까? 만일 이 사진이 황 기자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면 황 기자는 기자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이 전하는 소식이 허위인 줄 명백히 인식하면서도 그 허위사실을 마치 진실인 양 전하는 기자에게는 그 어떤 직업적 양심도 없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자유연대’가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 처음으로 1순위 집회 신고를 내고 집회를 개최한 2020년 6월, 앞서 언급한 ‘반일행동’ 단체 관계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몸과 ‘일본군 위안부’ 동상을 끈으로 이어 묶고,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그 개최가 예정된 ‘자유연대’ 측 정당한 집회를 방해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한 주류 매체 대다수는 ‘반일행동’을 ‘대학생 단체’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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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한겨레’의 2020년 6월23일자 기사 〈대학생단체 10여명, 소녀상에 몸 묶고 연좌 농성〉의 내용. ‘반일행동’이라는 단체를 ‘대학생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 2021. 11. 14. / 캡처=한겨레

‘한겨레’가 2020년 6월23일 보도한 〈대학생단체 10여명, 소녀상에 몸 묶고 연좌 농성〉 제하 기사 내용을 보자.

“대학생 단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 10여명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연좌 시위에 들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소녀상 주변 반경 2m에 경찰이 설정한 질서유지선 안에 들어간 대학생들은 소녀상과 자신들의 몸을 끈으로 묶고 ‘소녀상을 지키자’ 등 구호를 외치며 농성 중이다.”

같은 날 문화방송(MBC)이 전한 〈“소녀상 못 빼앗긴다”…대학생 10여명 몸 묶고 연좌 농성 돌입〉 제하 기사 내용 역시 ‘반일행동’을 ‘대학생 단체’로 소개한 반면, ‘자유연대’ 등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 집회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극우 성향 단체들’로 소개했다.

“대학생 단체인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학생 10여 명이 오늘 새벽부터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몸을 묶고 무기한 연좌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소녀상을 대상으로 정치적 테러를 한 극우 성향 단체들이 소녀상 바로 옆에서 집회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이들에 맞서 소녀상을 지키겠다며 농성을 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일행동’이라는 단체에 좌익 성향 정당인 ‘민중민주당’ 관계자들이 다수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민중민주당’ 역시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2016년 10월 대법원이 ‘이적단체’임을 확인한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약칭 ‘코리아연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반일행동’은 진정 순수한 ‘대학생 단체’라 할 수 있는가?

기자들의 장난질에 선량한 시민들이 놀아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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