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부터 부친 모시고 가야해서, 휴직 처리 관련 여러번 문의했음에도 '무관심'
정형일 보도본부장, 김세의 기자에 "바빠서 서류 볼 시간 없었다" "형도 누나도 있는데...." 운운
김세의 기자 “이런 식으로 괴롭히기를 하면 즐거울까...??? 너무나 화가 난다”
페북 댓글에서는 '무단결근 유도하는 것 아니냐'며 분개

김세의 MBC 기자가 부친 병세(病勢) 악화로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음에도 MBC측이 무관심ㆍ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기자는 23일 늦은 밤, 페이스북을 통해 뇌수술을 앞둔 아버지를 보조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했음에도 MBC의 무책임한 대응에 “너무나 화가 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 기자는 “최근 아버지가 몸이 더 많이 불편해지셨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두증’ 진단을 받으셨다”, “병원에서 조속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자신의 아버지가 진단받은 증상을 언급하며 글을 시작했다. 수두증은 뇌 주변에 척수액이 순환하지 못하고 계속 축적돼 뇌조직을 손상시키는 증상이다.

이어 “84세의 고령이시고 뇌수술까지 필요한 상황에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프다”며 내일부터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가야해서 “회사에 (당일 오전)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는 김 기자가 신청한 휴직 처리에 대해 무관심한 모습이다. 김 기자는 여러 번에 걸쳐 휴직 처리에 대해 문의했으나 MBC측의 냉담한 반응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MBC가 '최승호 사장 체제'로 바뀐 뒤 김 기자는 현재 대기발령 상태로, 부서장은 정형일 보도본부장이다. 그러나 김 기자는 여러차례 직접 정형일 보도본부장에게 연락을 해도 아무런 답변이 없어서 비서실에까지 답변을 요청했더니, ‘가족돌봄휴직’이 인사위원회 심의 사안이어서 ‘기다리라’는 본부장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전화연락은 이루어지지 않고 카카오톡만으로만 회신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에 김 기자는 사규집에 기반해 ‘가족돌봄휴직’이 인사위원회 심의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 이후 저녁 7시가 다 되어도 답신이 없어 다시 한 번 직접 정형일 보도본부장에게 전화를 하자, 본부장은 ‘오늘 하루 너무 바빠서 서류 볼 시간이 없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정 본부장으로부터 “‘형과 누나가 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굳이 김세의 기자 가족을 돌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서류로 제출하라‘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이에 김 기자는 “서류 볼 시간이 없었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시간 다 쓰게 하고 나온 답변이 내가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유를 서류로 제출하라니...”라며 황당함을 표출했다. 이어 “내일부터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가야 하는데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유까지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김 기자는 10여 번 가까이 정형일 보도본부장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식으로 괴롭히기를 하면 즐거울까...??? 너무나 화가 난다”며 글을 맺었다.

이에 페이스북 댓글에는 함께 분노를 표출하는 댓글들이 잇따라 달렸다. “고령의 아버님이 큰수술을 해야된다는데 저런식으로 괴롭히다니 열불이 난다”, “치졸하다”, “민주‧정의‧자유‧평등 세상의 좋은 단어는 다 찿는 자들의 이중성인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무단결근 유도하고 강제퇴직 시키려 꼼수 쓰는게 보인다”, “보복성 사무처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같은 비판은 비(非)좌파 성향 MBC 노동조합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의 기자와 '최승호 체제'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정형일 보도본부장의 관계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형일 보도본부장은 현재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새로 출범한 이른바 ‘정상화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앞서 최승호 MBC 경영진은 ‘정상화위원회’를 지난 1월 출범했다. 이후 정상화위원회 등은 비(非)언론노조, 비파업 기자들을 주된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김세의 기자 등이 지속적으로 조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처분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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