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세에 경고등을 켰다.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추가 지원금 논란에 대해선 '선별 지원' 원칙을 고수했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KDI는 11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 "최근 정부가 경기 회복 가능성을 반영해 재정수입 예측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중기 재정 계획상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세는 소폭 하향 조정됐지만, 총지출과 총수입의 격차가 큰 폭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역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47.3%를 기록한 데 이어 ▲ 내년 50.2% ▲ 2023년 53.1% ▲ 2024년 56.1% ▲ 2025년 58.8% 등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예상하고 있다.

KDI는 이런 전망을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세를 적극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탄소로 산업구조 변화가 예정돼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느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는 안 된다"며 "재정 준칙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올해와 비교해 확장 기조의 강도는 약화했으나 여전히 확장적으로 편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속한 백신 보급이 이뤄지고 방역 조치도 완화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내년도 재정정책은 경기부양보다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경제구조 전환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추가 지원금에 대한 질문에 정규철 실장은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전반적인 지원보다 취약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3%대를 넘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달로 예상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KDI는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면서 "통화정책을 물가 상승세에 맞춰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규철 실장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이 (금리 인상을) 조금 일찍 시작했고, 11월에 올리게 된다면 속도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시행하게 된다면 오히려 경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KDI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올해 5∼6%)가 최근 실제 증가율에 비해 크게 낮고 총량규제 시행이 사전에 충분히 소통되지 않아 일부 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대출 총량을 단기간에 빠르게 줄이기보다 중장기 부채관리 로드맵을 마련하고 자본규제를 강화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안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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