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구조개편안 반대
2015년 삼성 공격때와 유사
수익률 극대화 전략이라는 분석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또 다시 시비를 걸고 나섰다.

엘리엇은 23일 현대차그룹에 요구한 제안서를 공개하며 "현재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고, 순이익의 50%를 배당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순환출자고리를 끊겠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이 이행될 경우 모비스를 정점으로 그룹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는 그림이었다. 

이번에 엘리엇은 이와 관련, 현금자산을 보유한 수익성 높은 모비스를 분할해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은 경영상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합병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상당한 세금 부담이 발생하고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도 분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기업경영구조가 개선되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의 합병을 촉구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 모비스 합병을 통해 지주사를 경쟁력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OEM)로 재탄생시킴으로써 현재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또 현대차그룹의 주주환원 정책과 이상회 구성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경쟁사 기준에 맞추어 배당지급률을 순이익 기준의 40%에서 50% 수준으로 개선하고 이사회 구성도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를 세명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노골적인 주가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없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한다. 따라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재 보유한 주식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번 제안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엘리엇의 이 같은 행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 엘리엇은 당시에도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제시안을 공개하며 여론전을 폈고, 실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도한 배당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이번 요구는 제대로 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을 그리는 차원이 아니라 엘리엇이 매입했다고 밝힌 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주식으로부터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라는 제언은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 실현에만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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