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5∼11세 어린이들에게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백신 허가가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국적제약회사 화이자가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변경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12세 이상에게만 화이자 백신의 접종이 허용되고 있다.

백신 제약사인 화이자가 국내에서 5~11세 연령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5~11세 연령에 대한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우리 방역 당국도 화이자에서 허가 변경을 신청하면, 해당 연령에 대한 접종을 검토할 계획으로 알려진다.[사진=MBN 방송 화면 캡처]
백신 제약사인 화이자가 국내에서 5~11세 연령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5~11세 연령에 대한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우리 방역 당국도 화이자에서 허가 변경을 신청하면, 해당 연령에 대한 접종을 검토할 계획으로 알려진다.[사진=MBN 방송 화면 캡처]

미 CDC 5~11세 화이자 접종 승인... 미국 학부모 사회 ‘불신’이 걸림돌

미국 CDC가 5~11세를 대상으로 접종 승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소아 코로나19 환자들의 병원 입원율이 급격히 올라갔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 연령층은 성인 투약분의 3분 1인 10㎍(마이크로그램)의 화이자 백신을 3주의 간격을 두고 2차례에 걸쳐 맞게 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승인으로 약 2800만명이 추가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화이자는 약 3100명의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이 백신이 90.7%의 효능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CDC의 최종 승인이 나온 뒤 “이번 결정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전쟁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미국 학부모들 가운데 어린이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아서, 대상 어린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인원이 접종하게 될 지는 미지수로 전망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병원에서 6살 어린이 타일러 홈-디노마가 엄마 품에 안겨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있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승인에 따라 이날부터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병원에서 6살 어린이 타일러 홈-디노마가 엄마 품에 안겨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있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승인에 따라 이날부터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방역이 느슨해진 가운데,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2000명대를 넘기며 확산세가 이어지자, 소아청소년 확진자의 급증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당초 소아청소년 접종에 대해 적극적인 권고를 하지 않던 정부가 “10대 역시 백신 접종을 받는 게 더 유리하다”며 접종을 권고하고 나섰다.

정부 내 이견...손영래 중수본 반장은 ‘어린이 접종’ 권고 VS. 김기남, 박향 등은 ‘신중론’으로 맞서

지난 3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0대에 대해서는 현재 접종을 강제하지 않고 있으나, 의학적으로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감염 위험성보다 더 높다고 판정하고 있고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격리 등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접종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기남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5∼11세 연령층에 대한 접종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 다른 나라의 접종 시행 상황, 국내외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4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12세 미만 어린이 접종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고 다른 나라 현황과 식약처, 다른 연구 결과 보고 좀 더 검토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12세 이상에 대해서만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3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이 ‘10대도 접종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밝힌 부분과 정면 배치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우주 교수, “중증ㆍ사망자 나온 뒤에는 늦어, 어린이 접종 검토해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아마 소아청소년 중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ㆍ사망자가 나올 때까지 접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 가서 접종하게 되면 늦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2세 미만 중에서도 소아암 환자나 당뇨, 면역취약자 등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외부 자문기구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5∼11세 어린이에 대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은 벨기에에서 생산된 화이자의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외부 자문기구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5∼11세 어린이에 대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은 벨기에에서 생산된 화이자의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과 국내 유행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방역을 강화하면서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아암 환자 등 기저질환자나 면역 취약계층에 대해선 권고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설대우 교수, “한국 어린이 사망자 0명, 위중증도 거의 없어”...“미국은 어린이 대상 접종 동기 충분해”

지난 3일 TBS 코로나 특보에 출연한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이 연령대의 어린이들에게 접종을 권고한다면, 피를 토하듯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분명히 다른데도, 미국 CDC가 권고를 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따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설 교수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이 연령대의 어린이들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동기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확진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사망자도 500명이 넘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은 코로나로 입원할 경우 3~7억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제적인 조치로 백신 접종이 승인됐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일 기준, 0~9세 위중증 환자는 한명도 없고 10~19세에 단 1명의 위중증 환자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사망자도 없기 때문에, 굳이 부작용을 감수하며 접종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화이자를 맞고 75일 후에 사망한 고등학생의 경우,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코로나로 인한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설 교수는 “10대 청소년의 경우, 감염이 된다고 해도 위중증으로 갈 가능이은 굉장히 낮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기저질환을 가진 청소년들은 위중증으로 갈 확률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이어 설 교수는 “10대의 감염이 확진자를 늘어나게 하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경계했다.

설대우, “어린이 접종은 안정적인 노바백스 승인 이후에도 늦지 않아”

따라서 설 교수는 굳이 이 연령대에게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라면 mRNA 백신보다 훨씬 안정적인 ‘노바백스’ 백신이 승인된 이후에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기존의 전통적인 독감백신과 같은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백신으로, mRNA백신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구매한 노바백스 백신은 4000만회분에 달한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는 지난 4일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위한 제출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일 인도네시아에서 첫 번째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지 며칠 만에 평가에 필요한 모든 모듈을 WHO에 제출한 상태이다.

노바백스는 미국에서도 올해 말까지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 소식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바백스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를 맡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부적으로 신청에 대한 얘기 나온적 없고, 노바백스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일 이번 달 안에 노바백스가 국내 승인 신청을 결정하면 이르면 12월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노바백스 백신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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