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 압박에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자료를 미국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영업상 비밀유지 조항에 저촉되지 않고, 민감한 내부 정보를 제외하는 선에서 오는 8일 시한에 맞춰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한창인 지난 9월 24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화상 회의를 열어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서류를 오는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설문지는 일상적인 정보에서부터 회사 사정에 개입하는 질문까지 총 26가지 문항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왔으나,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어 이를 거부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6월 반도체와 배터리·의약품·희토류 등 4개 품목에 대해 자국 공급망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이 첨단기술이자 핵심 전략 품목의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EU와 철강 관세 분쟁을 끝내는 내용에 합의한 뒤 중국을 겨냥해 "중국에서 온 더러운 철강(dirty steel from countries like China)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해 지나 러만도 미 상무부 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부는 앞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정례적으로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국장급 반도체 대화채널을 신설하는 데 합의했고, 기존 국장급 '한미 산업협력대화'도 격상해 운영하기로 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