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제작비는 220억원, 경제적 가치는 104조원
창작인력에 대한 공정한 보상장치 필요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한 지원과 육성 정책 턱없이 부족
한류를 이끄는 문화콘텐츠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류 문화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OTT(Over The Top) 넷플릭스(Netflix) 9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징어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1위에 올랐고,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 따라하기 등 신드롬이 일고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함께 BTS(방탄소년단) K-Pop, 영화 <기생충> 등 한국 창작자들이 한류 열풍을 이어주고 있다. 한류는 단군 이래 최대 ‘문화적 사건’ 중의 하나이다. 한류로 인해 우리나라는 오랜 문화수입국에서 문화수출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오징어 게임>의 치솟은 인기는 수년째 서구 전역에 퍼진 ‘한국문화 쓰나미’의 가장 최신 물결”이라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천문학적인 수익이 발생했지만, 우리 창작자들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보상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오징어 게임>의 지적재산권과 부가가치는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가 독점한다. 세계가 주목한 <오징어 게임>의 이면은 그야말로 씁쓸하다. 글로벌 문화경쟁시대에 한류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리지널 창작물이 크게 성공할 경우, 창작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지속가능한 한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가 불러일으킨 글로벌 열풍보다 더 큰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220억원, 경제적 가치는 104조원

흔히 문화콘텐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한다. 우선 문화콘텐츠는 규모의 경제가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서비스는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거의 “0”에 가깝다. 다음으로 문화콘텐츠는 소비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상품의 효용이 알려지지 않은 경험재(experience goods)의 속성을 강하게 갖고 있다. 그래서 특정 드라마가 인기를 끌거나 좋은 평을 받으면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그것을 시청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갖게 된다. 문화콘텐츠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한번 흥행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넷플릭스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1억 4200만 이상의 넷플릭스 시청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봤다.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대성공 덕분에 올해 3분기 유료 가입자가 438만 명 증가했고, 누적 가입자는 2억 1천 360만 명 증가했다는 실적을 발표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4분기에는 더 큰 실적이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지급한 제작비는 220억 원이지만 경제적 가치는 104조 원으로 추산하니, <오징어 게임>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은 대장동 주택개발사업자 ‘화천대유’가 올린 수익률을 능가한다.

창작인력이 기여한 정도에 따라 저작권을 부여받는 공정한 보상장치 필요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투자하는 대신 흥행에 따른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시스템은 문제다. 문화콘텐츠산업의 글로벌 OTT 종속화로 국내 창작 생태계는 오히려 위기를 맞고 있다. 문화콘텐츠의 부가가치는 윈도우 효과(window effect)와 OSMU(one source multi-use)에 의해 달성할 수 있는데, <오징어 게임>의 지적재산권이 넷플릭스에 있어 국내 창작자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작품의 대성공에 따른 막대한 수익을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문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여 커다란 수익이 발생했지만, 그 수익이 창작자인 감독에게 추가로 나눠지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와의 계약에 적용된 국내법 때문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특별한 계약이 없는 한 영상의 창작자가 아닌 제작자가 권리를 갖도록 해 놓았다. 반면 프랑스는 어떤 매체로든 영화가 상영되면 수익의 일부를 창작자인 감독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성취에 대한 보상 즉, 일종의 러닝 로얄티(running royalty)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문화콘텐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감독뿐만 아니라 창작에 참여하는 모든 제작인력들에게 수익을 나눠줄 필요가 있다. 영화, 방송, 공연 등의 제작에는 많은 스태프들이 참여한다. 스태프들의 창의성 역량이 향상되고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제작인력들이 작품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저작권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보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한 지원과 육성 정책은 턱없이 부족

정부는 한류를 정책적으로 이용하기에 급급했지만, 정작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한 지원과 육성 정책은 턱없이 부족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고화질 콘텐츠를 OTT 즉,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면 통신망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한다. 통신사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네이버, 카카오 등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국내 기업들은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부담한다. 그런데 국내 트래픽의 70%가 넘는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와 구글 등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야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플랫폼의 합리적인 망 사용료 부과 문제를 챙겨 봐달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는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감사에서 “KBS는 왜 <오징어 게임>을 못 만드나”는 질문을 했고, “우리의 문화콘텐츠가 불법 다운로드로 도둑을 맞았는데, 그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문체부나 콘텐츠진흥원 등 관련기관 어디서도 모른다”고 질타했다. 문재인 정권은 소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보복에 국력을 낭비했고, 이는 국가기관과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KBS도 ‘진실과미래위원회’라는 보복기구를 만들어 지난 정권시절의 보직간부들을 징계하느라고 에너지를 탕진했으니, 공영방송으로서 해야 할 <오징어 게임> 수준의 콘텐츠 생산은 뒷전이었다. 사회적으로 ‘대장동 게이트’로 불리는 공공주택 건설사업에서 화천대유는 비상식적인 수준의 수익을 올렸고, LH 직원들은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부동산 불법투기에 가담했다. 여기에 대선 후보들은 <오징어 게임>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바쁘다. 외신의 지적대로 현 단계의 우리 사회는 부동산 광풍, 가상화폐 투기, 온라인 도박, 빚에 쪼들린 자살 등 <오징어 게임>의 잔혹한 현실과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과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 삶의 질 향상이 목적인 ‘문화사회’에 대해서는 논의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불고 있는 한류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해태하여 문화융성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한류를 이끄는 문화콘텐츠는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글로벌 문화경쟁시대에 지속가능한 한류를 이끄는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이 마련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세계화는 정치와 경제에서 문화가 중요한 시대로 이행해 왔고, 각 세계화 단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은 국가와 기업에서 개인이 중요한 시대로 이행해 왔다. 모든 것이 문화로 전화되는 문화의 시대에는 창의성을 가진 개인이 중요하다. 문화콘텐츠는 창의적이고 지식 집약적이며 고부가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은 엔터테인먼트산업(entertainment industry), 영국은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 프랑스는 문화산업(cultural industry)으로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라마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더구나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문화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당위성은 한류의 경제적 가치가 입증하고 있다. 세계인들은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울림을 가져오는 한국 드라마 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한국성(Koreaness)이나 한국적 톡특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어떤 ‘보편적 공감 요소’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인들이 왜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지, 어떤 요소들이 한국이라는 공간을 넘어 세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등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한류 문화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징어 게임>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다. 한류 문화콘텐츠는 국가 이미지와 국가 브랜드 파워를 증대시켜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문화경쟁시대를 이끄는 한류 문화콘텐츠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분석과 대응전략을 세우고, 지원과 육성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객원칼럼니스트 황우섭 (전 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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