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현황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현황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TBS(교통방송)에 주는 서울시 출연금을 120억원가량 삭감할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TBS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면서 TBS 프로그램 진행자로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친문 핵심인 김어준의 거취를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문제는 심각했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일부 프로그램과 진행자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과 퇴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TBS 직원들은 “김어준은 통제불가능한 신적 존재냐”면서 분노를 터뜨리고 있지만, 여당 의원들이 장악한 서울시 의회는 김어준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오세훈 시장, 편파방송 TBS 출연금 120억원 삭감 추진

지난 19일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TBS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고, 당시 오 시장은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면서도 “여러 가지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내년 TBS에 줄 출연금을 TBS 전체 예산의 50% 수준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는 TBS에 375억원을 출연했다. TBS 전체 예산 515억원의 73%에 달한다. 이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오 시장의 의도이다. 서울시는 TBS 출연금을 2021년도 대비 30% 이상인 약 120억원을 삭감해 1년 예산의 절반인 252억7400만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파방송 TBS에 혈세지원 줄이자는데...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 의회 반발 예상돼

오 시장의 의도대로 120억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울시 의회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예산을 편성하는 서울시와 심의를 맡고 있는 서울시 의회가 힘겨루기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한 TBS는 작년 2월 별도 재단을 만들어 서울시에서 독립했다. 하지만 수입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지하고 있기에, ‘명목상 독립’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시가 출연금으로 매년 300억~400억원을 지원했는데, 오 시장의 ‘출연금 삭감 방침’에 따라 TBS에 투입하는 시민 세금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강택 TBS 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강택 TBS 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별도 재단으로 독립한 TBS에 대해 서울시가 인사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인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만큼, 출연금을 줄이게 되면 ‘시민 세금으로 편향 방송한다’는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며 “청취율이 높고 인기가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 시장이 밝힌 ‘TBS 출연금 삭감 조치’가 실제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 예산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의회는 민주당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경만선 서울시의원, “예산 삭감은 언론 길들이기” 주장...TBS 직원들 불만에는 눈감아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심의할 정례회는 다음 달 1일 시작된다.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 내부에선 시의회의 반대로 시정을 제대로 펼치기 어려운 오 시장이 선제적으로 120억원 삭감을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벌써 반발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경만선 서울시의원(강서3)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정치적으로 미디어재단 TBS를 길들이려는 것은 방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TBS 직원들의 불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과정에서 모든 안건을 두고 시와 시의회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며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김어준씨를 제재하려는 오 시장의 계획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 의원들 입장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반대를 하기에는 ‘내년 지방 선거’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시의원들도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지역구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협조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반대는 어렵기 때문에, 바로 그 지점에서 서울시와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시의원들 입장에서는 김어준도 지켜야 하고, 지역구 예산도 따야 해서 셈법이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교통방송 출연금 120억원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 삭감하는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어준 때문에 연봉 삭감 위기에 처한 TBS 직원들 불만 높아져...눈치 빠른 김어준의 선택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에 대한 출연금 삭감을 시사한 이후에도 김어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국민의힘 비판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전 방송 모습.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에 대한 출연금 삭감을 시사한 이후에도 김어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국민의힘 비판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전 방송 모습.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TBS 예산 삭감과 관련, TBS 직원들의 여론도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TBS 직원들 사이에서는 “김어준을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7일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 내 TBS 게시판에는 "김어준은 TBS에 통제 불가 신적 존재야?"라며 "제작진은 그에게 어떤 요구도 못해? (아니면) 요구를 하지만 그가 말을 안 듣는 거야?"라는 불만이 올라왔다.

실제 TBS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왜 김어준 땜에 유탄을 맞아야 하는데?” 혹은 “김어준은 프리랜서니까 상관없지만, 우리가 왜 좌파 방송이라는 딱지를 안아야 하나?”라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가 출연금을 삭감하게 되면, 급여나 복지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어준씨와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의 ‘눈치싸움’도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눈치빠른 김씨가 그걸 모르지 않을 테지만, 김씨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매달 4000만원, 연봉으로 5억에 달하는 출연료를 자진해서 반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TBS 내에서 김씨에 대한 불만이 비등할 경우, 김씨 스스로 진퇴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김씨를 사수할 명분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굳이 오 시장과 갈등하지 않고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선에서 무난하게 타협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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