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현대사, 보수가 이끌어온 역사...공칠과삼에 '과'를 개혁하는 정치 꿈꿔"
"검찰총장 하신 분의 대선 출마를 보니...그런데 사법과 정치는 다르다"
"제주지사 해보니 '부패의 고리'가 보인다고 해...고리 성립 불가하게 만드는 게 일이 돼야"
"조국 보고 충격 받아...元, 부모와 사회로부터 받은 모든 사랑 연소하고 가는 게 꿈"
"정치인 아내 역할도 단련 필요...숱한 난관과 유혹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화천대유 1타강사'란 명성을 얻어 2차 컷오프에 통과하는 기염을 토해낸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 강윤형 여사(신경정신과 전문의)가 27일 밤 펜앤드마이크 스튜디오에서 정규재 전 펜앤드마이크 주필과 대담했다. 예정된 시간을 잊을 정도로 대화의 밀도는 높았고 대선후보로 나선 원 전 지사의 수십년 정치 인생과 여기에 녹아든 인간적 면모가 짙게 드러났다.

강 여사는 이날 "남편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두번 째다. 2007년 대선 경선에도 출마했었다. 당시 273개 지구당 중에 제게 문을 열어준 곳은 5군데 뿐이었다"며 "이명박, 박근혜 후보 중 한 사람을 이미 지지하기로 결정했으니 제게 오지 말란 것이었다. 그 때를 지금과 비춰보면 참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지지할 후보가 대강 정해졌더라도 모든 당협위원장이 모든 후보에게 열려있다는 점을 들어 당이 굉장히 민주화됐다는 것이다. 강 여사는 "윤석열 후보가 당 조직을 장악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정 전 주필의 말에 "그렇지 않다. 당협위원장이 특정 캠프로 갔더라도 당원들에게 누굴 찍으라고 하는 분위기는 더 이상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 여사는 원 전 지사와 서울대 82학번 동기로 만나 전두환 시절의 암울했던 대학 생활을 겪었다며 "독재 타도를 위해 순교할 각오까지 했던 때"라고 회상했다. 강 여사는 "'운동을 할 것이냐, 출세를 할 것이냐'라는 극과 극의 선택지만을 놓고 괴로워 했던 20대였다. 나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뒤늦게 정신과 의사가 됐다"고 말했다. 열아홉에 만난 원 전 지사를 "영혼이 맑은 소년"이라 일컬은 강 여사는 "운동권에서 벗어나는 진통을 제가 남편보다 훨씬 먼저 겪었고, 남편은 80년대 말 소련 붕괴라는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보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가 37세로 정계에 입문할 당시 김대중 측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한나라당으로 간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 "남편이 3년 6개월 검찰 생활을 했다. 특수부 검사로 사회악 척결을 지향했다. 그러던 중 IMF 사태를 보고 정치를 결심했다"며 "남편이 '해방 이후 현대사를 보면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산업화, 그리고 김영삼의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보수가 이끌어온 역사다. 나도 보수의 일원으로서 유능한 보수 정치인이 돼 나라를 발전시키고 싶다. 보수는 공칠과삼이니 나머지 과를 개혁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강 여사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서 정치하겠단 걸 말릴 수 없었다"며 "하지만 검찰총장 하신 분이 대선에 나오신 걸 보고 남편이 계속 검사를 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한 적 있다. 그런데 사법과 정치는 다르다. 사법은 인간을 유무죄로 칼같이 갈라내야 하고 정치는 모순투성이인 인간들이 서로를 품고 가는 것이어야 한다. 남편은 칼 휘두르는 것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의 제주도지사 재임 시절과 관련해선 "남편이 지자체를 들여다 보니 '부패의 고리'가 보인다고 하더라. 고리가 성립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게 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며 "처음엔 제주도의 청렴도가 17개 시도 중 꼴찌였는데 물러날 땐 1,2위를 다툴 정도가 됐다"고 소개했다.

강 여사는 "남편이 대장동 게이트를 캐는 것도 너무나 훤히 보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전임자를 단죄함에 있어서 검찰의 관점과 정치의 관점은 다르다"는 차원 높은 이야기도 들려줬다. 

서울대 동기인 조국이 고위공직자가 돼 사회에 남긴 커다란 상처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강 여사는 "저만 해도 솔직히 목동 아파트를 처분하기 싫었는데 처분한 것도 그렇고 어떤 윤리적 기준이란 걸 그래도 지켜야 하지 않겠나 라는 의식으로 살아왔는데 조국 사태를 보고 잘못 살았나 싶을 정도로 충격 받았다. 배신감이랄까"라며 "원희룡은 부모님과 이 사회로부터 받은 모든 사랑을 다 연소하고 가겠다는 게 꿈인 남자다. 죽으면 시신 기증까지 하겠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소시오패스 논란에 "소시오패스란 말 자체가 진단명이 아니다. 이중인격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보통명사 같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진단명이 따로 있다. 치료는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전문의에게 도움을 청하신다면"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여사는 정치인 아내 21년차로 매해 크든 작든 선거 유세에 나섰다며 "전공은 정신과, 부전공은 선거"라는 농담까지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강 여사는 기자에게 "정치인 아내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난관을 겪고 숱한 유혹을 받게 된다"면서 단련을 통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홍준표 의원의 부인인 이순삼 여사도 지난 출연 당시 "정치인 아내로서의 경험은 무시 못 한다"며 "정치인 아내 역할을 해보고 청와대 들어가는 것과 전혀 경험없이 청와대 들어가는 것은 같을 수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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